보건/복지

잔인한 구원, 박소연 동물구조의 재구성

2019년 03월 29일 18시 17분

지난 1월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권 단체 케어(CARE)에서 무분별한 동물 안락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이 뉴스타파를 비롯한 언론의 취재로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 이후 케어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특히 이른바 ‘박소연식 활동방식’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뉴스타파는 김종관 독립PD와 함께 지난 두달 동안 ‘케어 안락사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취재했다.

2019년 1월 13일, 서울 종로 케어 사무실

뉴스타파의 취재 등으로 무분별한 안락사 사실이 드러난 이틀 뒤인 지난 1월 13일 케어 내부직원들이 박소연 대표의 사퇴와 함께 내부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박소연 대표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상태였다. 케어 직원들은 보여주기식 구조에만 열중한 채 정작 중요한 동물 보호에는 등한시해왔던 ‘박소연식 활동 방식’의 자성과 변화를 요구했다.

▲ 2019년 1월 13일 박소연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케어직원연대

직원들은 “안락사 없는 케어를 동의했고  (박소연) 대표님에 대한 팬심으로 입사한 게 아니다”라며 박 대표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소중한 생명들의 안락사 개체수가 몇 마리인지, 약 몇 마리라고 하는 것 조차도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봤을때는 엄격한 기준에 따른 존엄사가 아니고 살처분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

박소연 대표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며 당당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태도를 나무라듯 ‘인도적 안락사’였음을 강조했다. 박소연 대표의 사퇴는 없었다.

어차피 거기서 폐사되는 개들이 속출하고 있었어요.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주는 거, 난 너무 당당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물론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거 돌을 맞을 수 있어

박소연 케어 대표 (2019년 1월 13일)

2019년 3월 14일, 서울 종로경찰서

두 달 뒤 3월 14일 박소연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의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동물보호법 위반, 수의사법 위반,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박소연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고 “안락사는 불가피한 것이었고, 병들고 양육이 어려운 동물을 안락사 했고 고통없이 인도적으로 해왔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진실을 담은 반성이나 사과의 모습은  없었다.

▲ 3월 14일 종로경찰서에 출석한 박소연 대표

2011년 3월 케어 동물보호소

박소연 대표의 무분별한 안락사 문제는 이미 8년 전 2011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케어는 서울의 한 수의대학에 실험용 동물사체를 보내기 위해 개 20마리를 안락시켰다. 특히 다른 동물들이 있는 공간에서 안락사를 시행해 도덕성 논란은 더 컸다. 박소연 대표는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안락사에 참여한 보호소 직원인 이강용 씨는 이렇게 회상한다.

(안락사) 약품 주사를 어떤 가림막이라던가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동물)이 보는 앞에 무릎으로 찍어누르고 여러 명이 찍어 누르고 주사를 해버리는 거지요.

이강용 씨

안락사된 개 20마리 가운데 엄연히 주인이 있는 위탁견까지 포함됐다. 당시 대학생이던 김 모 씨가 매달 14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케어에 보호를 맡겼던 ‘율무’와 ‘결명’이도 함께 안락사됐다. 박소연대표는 견주인 김 씨에게 위자료를 물어줘야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19년 2월, 8년만에 밝혀진 보미의 진실

그런데 최근 뉴스타파는 2011년 안락사 당한 개 20마리 중에 주인이 있는 위탁견이 한 마리 더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케어 측은 개 주인에게 거짓 통보를 해 안락사를 숨기려 한 의혹이 제기됐다.  

안락사 당한 개 이름은 보미, 조모 씨가 키우던 4살짜리 백구였다. 조 씨는 당시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더 이상 보미를 키울 수 없게 되자 매달 10만 원 위탁비를 주고 케어에 보호를 맡겼다. 그런데 2011년 여름, 조 씨는 보미가 돌연 폐사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 4살짜리 건강했던 백구 보미

그러나 폐사됐다는 케어 측의 통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보미는 자연 폐사가 아닌 당시 안락사된  20마리에 포함돼 대학교 실험용 사체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1월 케어 측에서 작성한 위탁 동물 리스트 작성 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케어 측은 보미의 주인인 조 씨에게 거짓 통보를 한 것이다. 케어 전 직원은 2011년 당시 ‘율무’ ‘결명’ 등 위탁견까지 안락사한 사건이 불거진 직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위탁 동물 자료를 정리하던 중 박소연 대표가 이미 (안락사) 사실을 발견하고 보미 사진을 확인시켜 주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뉴스타파는 보미 주인인 조 씨를 만나 보미 죽음의 진실을 전했다. 조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채 눈물만 흘렸다. 뉴스타파 제작진은 3월 14일 종로경찰서에 출석한 박소연 대표를 만나 보미 주인에게 할 말은 있는지, 지금이라도 사과할 의향은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2018년 7월, 경기도 광주와 하남 ‘개지옥” 구조현장

지난 몇년간 급성장하며 동물권 단체의 대표주자로 부상한 박소연 대표. 그의 동물보호 단체 운영방식의 문제는 뭘까? 박 대표의 동물 구조 현장은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된다. 박 대표가 이끄는 구조 현장은 마치 한편의 예능프로그램을 보듯 극적이고 생생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하남의 이른바 ‘개지옥’ 현장과 경기도 남양주 개농장을 찾았던 때가 대표적이다.

▲ 박소연 케어 대표의 동물구조활동 2018년7월

수백 마리의 개들이 철창에 갇혀 있고 방치돼 있고, 개 사체도 그대로 방치돼 악취가 진동했던 ‘개지옥 ‘현장이었다. 그러나 박소연 대표는 별다른 방역조치나 보호장구 없이 맨손으로 거침없이 구조활동을 펼쳤다. 몸을 사리지 않고 개를 끄집어 냈다. 개 피부병 전염이 우려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부병을 앓은 사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저돌적인 박소연 대표의 모습은 생생한 영상으로 전달된다.

▲ 연예인 홍보대사와 함께 구조중인 박소연 대표 2018년 7월

구조현장에는 각종 방송사 취재진들이 함께 들어와 취재 경쟁을 벌였고 연예인 홍보대사도 동원됐다. 이른바 박소연식 동물구조 현장이다. 이런 구조에 후원자들은 열광했고 환호했다.

그 사람들의 가려운데를 다 긁어주는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열광을 하는거예요. 아, 역시 케어야. 케어만 우리 도와줘. 다른데는 다 구조를 거절하는데 이렇게 되어 버린거예요 지금 상황이

전 케어 동물국장 (제보자)

2015년 8억 원 규모였던 케어의 후원금은 2018년 22억 원으로 급증했다. 국내 최대 동물구조 단체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운영방식은 늘 논란을 불러왔다. 생생한 구조에는 열광했지만 정작 구조된 개들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거기까지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케어는 이미 만성적으로 보호소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해 케어가 직접 운영하던 보호소 두 곳 중 한 곳은 관할 지자체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았다. 나머지 한 곳도 땅 주인으로부터 철거 요구를 받았다. 보호 공간은 늘 부족해졌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해놓지 못했다. 결국 구조된 개들의 상당수는 보호공간이 없다는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안락사됐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안락사된 개는 뉴스타파가 확인한 것만 200마리가 넘는다. 심지어 임신하거나 건강한 동물들까지 안락사됐다. 박소연 대표는 이런 안락사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개체수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동물단체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치료와 순화과정을 거쳐 입양을 가는 선순환 과정을 거치는 게 원칙이다.그러나 케어에서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 3월 포천 보호소

지난 1월, 뉴스타파는 케어가 직영운영하는 보호소 내부를 촬영한 영상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보호소에 수용된 개들은 마실 물이 없어 얼음을 깨 먹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뉴스타파 제작진은 케어 보호소에 대한 새로운 영상을 추가로 입수했다. 지난해 3월 촬영된 것으로 경기도 포천의 케어 보호소 현장을 담고 있다. 보호소 내부는 한해 후원금 20억 원 규모의 대형 동물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라고는 좀처럼 믿기지 않을만큼 열악했다. 보호소 내부 천장 여러 곳이 듬성듬성 찢어져 구멍이 나 있었다. 비가 오면 언제라도 빗물이 샐 상황이었다.

▲ 제보자가 2018년 3월 촬영한 케어 직영 포천보호소 견사

보호소 관리 인력도 부족했다. 각각 200여 마리가 수용돼 있는 케어 보호소 두 곳의 관리 인력은 4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전부였다. 자원봉사자라도 확충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뉴스타파 제작진은 케어 동물구조와 운영방식과 관련해 박소연 대표의 생각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2019년 2월, 직원들의 권고사직 VS 박소연 대표직 고수

케어의 무분별 안락사 사실을 언론에 공익제보한 이는 케어에서 동물관리를 총괄하는 동물국장이었다.  

내가 만약 제보를 안하고 눈 감아버리고 어쩔수 없지뭐. 그러면  뒤돌아서서 나중에 애들이 잘못되고 애들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이렇게 되면 내가 너무 큰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케어동물국장(제보자)

케어 내부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내부 직원들은 자정과 개혁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직원들은 케어를 떠나야 했다. 올해 3월 현재,직원 10명은 인력 구조조정 등의 명목으로 권고사직을 받고 단체를 떠났거나 자진 퇴사했다. 보도 이후 후원금이 크게 줄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락사 사실을 외부에 알린 제보자는 이사회를 통해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사무실 출근이 금지됐다.

제보자가 꿈꾸었던 동물단체의 모습을 어떤 것이었을까? 제보자는 공익제보를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의 환상, 구조에 대한 환상. 애들이 정말 어떤 식으로 잘 지내고 있는지. 이런 것을 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가짐. 이거는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주 31일, 케어 총회가 열린다. 한해 케어 사업을 회원들과 함께 평가하고 결산하는 자리일 것이다. 총회 안건에 박소연 대표 해임안은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레이션 조경아
취재 김종관, 심인보
구성/연출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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