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연계 추정 그룹, 트위터에서도 조직적 활동

2013년 03월 15일 10시 41분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 상에서도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사용자 계정들이 집단적으로 여론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와 ‘보배드림’등에 올린 글과 유사한 내용이 SNS 상에서도 유포됐는지 여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트위터 아이디 zmfpfm이 지난해 11월 5일 올린 글과 아이디 nudlenudle과 taesan4 사용자가 11월 6일에 올린 글이 김씨가 11월 5일에 올린 MB의 48번째 해외순방 칭찬 글과 문구까지 똑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국정원 직원 김씨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당시 이정희 대선후보의  ‘남쪽정부' 발언에 대해비판 글을 올린 동일한 날짜에 비슷한 내용을 트윗한 사용자도 다수 찾아냈다.

이 과정을 통해 뉴스타파는 국정원 직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트위터 계정 65개를 찾아냈다.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인터넷 게시글과 관련된 트윗을 전송한 트위터 사용자들은모두 트위터상에서 서로 맞팔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정치적 경향성을 띤 글을 조직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트위터 아이디 65개 가운데 48개 계정은 지난해 12월 11일 동시에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직 남아 있는 계정 17개도 지난해 12월 11일 이후로는 활동을 멈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이들 아이디 65개의 활동패턴을 그래프로 나타내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20일을 전후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지난해 12월 11일을 기점으로 일시에 활동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2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날이고, 12월 11일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불거진 날이다. 이들이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활동을 시작했다가 정체가 탄로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동시에 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이디를 사용한 트위터들은 북한 비판과 이명박 정부 시책 찬양,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종북 매도 등의 내용을 담은 트윗을 주로 작성했으며 하루에 수십 건에서 백 건이 넘는 트윗을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트위터 아이디 65개는 소수의 계정이 트윗을 생산하면 나머지 계정들이 이를 확산시키는 방사형태로 활동했다. 1계정 당 대부분 천여 명에서 많게는 3천명이 넘는 팔로워를 관리하고 있어, 이들이 보내는 트윗이 상당한 확산성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아이디 사용자들은 프로필 소개란에는 평범한 시민인 것처럼 소개했지만, 실명을 쓰지 않고 개인적인 일상에 관한 트윗은 거의 없이 일반인이라고는 보기 힘든 내용만 트위터에 올린 공통점이 있었다.

그동안 국정원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활동한 사실은 일부 밝혀졌지만, 사용인구가 600만 명에 이르는 트위터 상에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이 무더기로 조직적인 활동을 벌인 정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앵커 멘트>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석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선 기간 동안 트위터에서도 국정원 직원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개정들이 집단적으로 여론 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개정들은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지난해 12월 11일 일제히 폐쇄되거나 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론 조작이 어떤 컨트롤 타워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기훈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최기훈 기자> 이 그래프는 어떤 트위터 사용자들의 트위터 활동량을 일자별로 나타낸 것입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와 같은 모양의 트위터 개정을 무더기로 찾아냈습니다. 하나 같이 특정 시기에 트윗 개시글이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해 8월 20일쯤 트윗을 시작해 매우 활발하게 글을 올리다 지난해 12월 11일 일제히 트윗을 멈춥니다.

8월 2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던 날이고. 12월 11일은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터진 날입니다. 이렇게 파악된 트위터 아이디가 무려 예순 다섯 개. 이 가운데 마흔 여덟 개는 지난 해 12월 11일 일제히 개정 자체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활동을 멈췄지만 아직 개정이 살아있는 것들을 살펴봤습니다. 본인 사진 대신에 시선을 끌만한 자극적인 이미지를 프로필 사진으로 올려놨습니다. 실명도 쓰지 않습니다.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면서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트윗하거나 재전송합니다. 일반인인 것처럼 자기를 소개했지만 트위터에 올린 글은 4대강 사업과 MB의 치적 홍보. 그리고 북한 비판이 대부분입니다.

뉴스타파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과 같은 내용의 글들이 트위터 상에서도 유포됐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트위터 개정들을 찾아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과 이 문제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거의 같은 내용의 글들을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상에서 동시에 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유포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의도 하에 만들어진 메시지들을 국정원 여직원과 이 트위터 사용자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렸음을 짐작케 합니다.

취재진이 문제의 트위터 개정 예순 다섯 개를 분석한 결과 주로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이는 개정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이 개정은 매일 수십 개씩. 많게는 하루 70개가 넘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일종의 콘텐츠 업인 셈입니다. 이 사용자가 트윗을 생산해 내면 수십 명의 주요 팔로워들이 다시 자신과 연결된 팔로워 수천 명에게 그 게시글들을 재전송 했습니다. 짧은 순간에 수만, 수십 만 명에게 트윗이 확산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강정수 SNS 전문가] “이 중간에 있는 추천자가 내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사람이고 내가 그를 신뢰한다, 라면 원 소스의 출처와 무관하게 이 메시지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거든요. 이거는 꼭 트위터만이 아니라 소문이 확산되는 과정들도 비슷한 거거든요.‘

국정원은 그동안 여직원 김씨가 소속된 심리정보국이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을 벌였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특정한 시기에 김씨와 그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트위터 사용자 그룹이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를 퍼뜨리다 같은 날 일제히 활동을 멈췄다는 사실은 국정원의 해명을 더욱 납득하기 힘들게 만듭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개입을 해서 그들이 혹시나 북한과 동조되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살펴본다는 것은 법에서도 허용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결코 정보기관이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명박 전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그가 이끌던 국정원은 이 대통령 임기 내내 국내 정치개입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 개입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본연의 임무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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