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일부 범죄 인정과 일부 황당한 변명

어제(7월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답하면서,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일부 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불법 폐기 조직범죄를 자인한 한동훈 장관

한동훈 장관은 ‘2017년 9월까지는, 검찰이 두 달에 한 번씩 특수활동비 자료를 폐기해 왔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마치 어떤 기준이나 지침에 의해 두 달에 한 번씩 자료를 폐기해 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설사 그런 기준이나 지침이 검찰 내부에 있었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불법이다.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 1에 따르면, 예산ㆍ회계 관련 기록물은 원칙적으로 보존 연한이 5년이다. 보존 연한이 2개월짜리인 자료는 법령상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설사 보존 연한이 지났더라도 기록물을 폐기하려면,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사와 심의를 거치지 않고 폐기하면 범죄다.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두 달에 한 번씩 특수활동비 자료를 불법적으로 폐기했다면,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
그러니 어제 한동훈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인 범죄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제50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기록물을 취득할 당시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임직원이 아닌 사람은 제외한다)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27조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하여 심사와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거나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고  기록물을 폐기한 사람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한동훈 장관은 ‘2017년 9월 이후에는 (특활비) 제도 개선이 됐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말장난이다. 그 이전까지는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다가, 그 이후에는 안 저지르고 있다’라는 것이 정확한 진술일 것이다.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범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기록물의 무단 폐기를 막기 위해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기록물 무단 폐기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은 당장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죄행위에 대해 수사를 지시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조직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해도 되는 집단인가?

증거인멸을 위한 자료 폐기일 가능성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두 달에 한 번씩 국민 세금을 쓴 자료를 폐기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어느 공공기관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만약 한동훈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 특수활동비 사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왔고, 이를 감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료를 불법 폐기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료 폐기가 ‘수사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기밀성이 있는 자료라고 해도 보관을 하면서 관리하는 것이지, 폐기하지 않는다. 한동훈 장관 말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모든 비밀자료는 두 달에 한 번 폐기되어야 하는 것인가? 국가정보원도 이렇게 하지 않고, 기업이 비자금을 관리해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한동훈 장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심각한 문제를 감추기 위해 자료를 폐기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문제를 감추기 위해서 자료를 불법 폐기했는지는 앞으로 특별검사를 통해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도 그런 불법 가능성을 지적했던 바 있다. 2017년 11월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수사에 반발하면서,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했었다. 당시에 자유한국당이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안을 보면, “검찰은 법무부로부터 배정받은 2017년 특수활동비 178억 8,100만 원 중 일부를 법무부에 다시 상납했다는 의혹이 있음”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에는 검사 출신들이 여럿 있었고, 특히 특별검사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교일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고위 검사 출신이었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처럼 ‘업무상 횡령’과 ‘국고손실’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1억 원 이상의 국고손실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야 하는 중죄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감추려고, 자료를 불법 폐기해 왔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특별검사가 도입되어 반드시 수사를 해야 할 사항이다.

명절 앞두고 수사가 집중됐다는 황당한 변명

한동훈 장관은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 특수활동비가 집중적으로 집행됐다는 문제에 대해, ‘그 당시에 수사가 집중되어서 그랬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수사하는 사건이 많았다는 것과 그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들에게 명절을 앞두고 돈봉투를 줬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사건 수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써야 한다. 또한 특수활동비는 특수 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 시기에 따라 지급하여야 한다.
그런데 명절을 앞두고 ‘사건들이 많은데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돈봉투를 돌리는 것은 사건 수사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쓴 것으로 보기 어렵다. 사회적으로는 그것을 ‘명절 떡값’을 돌린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수활동비는 ‘명절 떡값’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연말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흥청망청 몰아서 쓴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은 여기에 대해 실질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고,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다.

판결문은 왜 위반하고, 원본 대조는 왜 거부하나?

한동훈 장관은 60% 이상의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가 보이지 않게 복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오래 보관해서 잉크가 휘발된 것’이라면서 ‘가필해 제출하면 더 문제가 아니겠냐?’라고 답변을 했다. 이 부분도 황당한 답변이다.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는 6월 23일, 자료를 공개 받은 후에, 카드 전표가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원본 대조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원본도 진짜 안 보이는 것인지 대조를 시켜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은 거부했다. 만약 진짜 잉크가 휘발돼서 안 보이는 것이라면, 왜 원본 대조 요구까지 거부하나?
뿐만 아니라, 검찰은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를 공개하면서 음식점 상호와 사용 시간대는 고의로 가렸다. 이것은 검찰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법원의 확정판결을 위반한 것이다. 법원은 “간담회 등 행사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 부분”은 비공개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음식점 상호와 사용시간을 가리고 공개했으니, 이것은 법원판결문을 무시한 것이고, 그 자체로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된 국민의 ‘알권리’ 행사를 고의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한동훈 장관이 정략적

어제 한동훈 장관은 시민단체가 ‘정략적’이라고 얘기했다는데 이것 역시 황당한 일이다. 지금 검찰의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 등과 관련해서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검찰이 국민 세금을 오ㆍ남용하고, 자료를 불법 폐기하고, 법원의 판결문조차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략적인 문제인가?
또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유한국당도 2017년 11월에 검찰 특수활동비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정략적인 문제인가?
국민이 낸 세금 사용을 둘러싼 불법 의혹을 ‘정략적’인 것으로 몰고 가려는 한동훈 장관의 태도야말로 ‘정략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검찰조직의 핵심부에서 이뤄진 범죄를 묵인하고 비호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서둘러야 한다. 어제 한동훈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기록물 불법 폐기에 대한 공소시효(7년)가 1년도 남지 않았을 수 있다. 2017년 5~6월까지 자료가 불법 폐기되어 왔다면, 2024년 5~6월이면 공소시효가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물 불법 폐기 부분은 그렇다.
지금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는 이번 주 월요일(7월 24일)부터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요구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아래 청원 링크). 5만 명 서명이 완료되는 대로, 국회를 상대로 더 강한 요구를 해 나가고자 한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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