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마약장부 파업”, “수량 맞지 않아”... 장부 조작 흔적

2019년 03월 25일 18시 31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이 제기된 서울 청담동 H성형외과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에서 ‘마약류 관리대장 조작 흔적’이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제보자 김민지(가명) 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포렌식으로 복구한 단톡방에서 “마약 장부 파업”, “수량이 맞지 않아”, “장부 관리 못해”(2016년 4월 14일) 등의 문자가 나온 것이다. 이런 문자가 등장한 날은 병원 직원들이 ‘사장님’으로 부른 사람이 병원을 방문한 날이었다. 김민지 씨는 “‘사장님’은 이부진 사장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H성형외과 전직 간호조무사인 김 씨는 최근 뉴스타파에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제보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제보자 김 씨가 H성형외과에 근무할 때 썼던 휴대전화에서 병원직원들이 쓰던 단톡방 내용을 복구했다. 김 씨를 포함, 병원 직원 4명이 참여한 대화방에는 2016년 2월 6일부터 2016년 5월 6일까지의 대화내용 998건이 담겨 있었다.

“장부 관리 힘드냐”는 질문에 총괄실장 “못해, 수량이 맞지 않아”

2016년 4월 14일 오후 6시 32분. H성형외과 총괄실장인 신 모 씨가 “난 몰라, 마약 장부 파업” 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제보자인 김 씨가 "장부 관리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자, 신 씨는 "못해, 힘든 정도가 아니라 수량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마약 장부 파업’은  장부 짜맞추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마약류인 프로포폴 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화가 오간 날 병원 직원들이 ‘사장님’으로 부른 사람이 병원을 방문했다. 제보자인 김 씨는 “사장님은 이부진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프로포폴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마약류로 지정돼 있다. 프로포폴을 취급하는 의료기관은 의무적으로 환자 투약 경위 등을 자세히 적은 관리대장을 2년 간 기록, 보관해야 한다. 제보자인 김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부진 사장이 다녀간 뒤에는 흔히 마약류 관리대장 조작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수량이 잘 안 맞는다, 관리가 힘들다는 얘기를 자주 했나요?
더 이상 장부 못 쓰겠다고, 힘들다는 얘기는 자주 했었어요. 원래는 누군가가 수술하고 약물 사용하면 그 즉시 바로 작성을 해야 돼요. 몇cc썼는지를 성함, 수술 이름 등을 수술 끝나자마자 써야 되는데 이부진 사장이 쓴 용량을 끼워넣어야 하기 때문에 모아서 한번에 처리하시죠.

김민지(가명) 전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

직원 단톡방 “안 왔으면 좋겠다”

2016년 4월 14일 오후 6시 38분, ‘사장님’으로 불린 사람이 병원 직원 송 씨에게 “원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했고, 송 씨가 “내가 원장님 안부르니까, 기사 시켜 부름”,  “안 왔으면 좋겠다”, “원장님도 전화를 안 받고 그냥 퇴근했다”는 문자를 남긴 사실도 단톡방에서 확인됐다. 단톡방 내용으로만 보면, 병원 직원들은 ‘사장님’의 존재가 불편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장님으로 불리는 이가 당시 원장을 찾았던 이유는 뭘까? 제보자 김 씨는 이부진 사장이 병원 마감시간 이후까지 프로포폴을 추가 투약하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번도 사장님이 충분하다고 한 적은 없구요. 원장님은 "나 갈테니까, 원장님 없어서 투약 안 된다고 해라"고 하시면서 가버리세요. (이부진) 사장님이 원장님에게 전화해서 부탁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장님이 아예 퇴근을 한 뒤에는 저희가 투약을 안 해요. 잠에서 깰 때까지 같이 있는 것 뿐이에요.

김민지(가명) 전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

뉴스타파는 단톡방 내용, 그리고 제보자 김 씨의 주장과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전 H성형외과 총괄실장 신 모 씨를 찾아갔다. 하지만 신 씨는 의혹을 부인했다. 단톡방에 그런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저는 이 문자를 보낸 적이 없어요. 이 문자가 조작된 건지 아닌지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이 내용에 대해 모르겠고요. 경찰과 같이 원장님을 찾아가시든지 해야지, 저를 찾아오실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신모 전 H성형외과 총괄실장

“날짜 3개 써 있는 걸, 쇼핑백에 넣어줬다”...청구서 전달 흔적도

단톡방에는 이부진 사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어떻게 진료비를 결제했는지를 가늠케하는 내용도 있었다. 2016년 4월 14일 저녁 7시 45분, 총괄실장인 신 모 씨가 “봉투줬나, 3번꺼 원장님께 줬는데”라고 묻자 직원 송 모씨는 “날짜 3개 써 있는 걸 쇼핑백에 넣어 줬다”고 답했다. 제보자 김 씨는 이 대화 내용이 “이부진 사장이 병원을 다녀간 뒤, 영수증이나 청구서를 전달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씨(전 총괄실장)가 원장님한테 그 종이를 드려요. 그 종이를 원장님이 확인을 하고, 데스크에 내놓은 종이를 송00 선생님이 쇼핑백에 넣어서 이부진 사장님한테 줬다는 내용이에요. (원장한테) 확인받고 전달받아서 이부진 사장한테 간 거죠.

김민지(가명) 전 H성형외과 간호조무사

뉴스타파는 H성형외과의 유 모 원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유 모 원장은 취재를 거부했다.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3일 제보자 김 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같은 날 H성형외과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압수물 분석에 들어갔다. 앞으로 경찰은 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이부진 사장 투약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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