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등 축제' 구실로 수문 닫아...생태계 훼손

2021년 09월 30일 15시 15분

생태계 살리려 보 개방했는데 축제하라고 43일간 수문 닫는 환경부

흐르는 강을 막아 강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75척의 황포돛배와 160여 점의 백제 시대 유등을 띄우는 것이 무령왕의 업적과 백제 역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인가? 

문성호 대전충남 녹색연합 공동대표
유등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자라던 새끼 꼬마물떼새 / 사진 :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가치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며칠 간의 눈요기와 바꿀 수 있는 하찮은 것일까? 그런 질문을 하게 하는 일이 매년 금강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3개의 보가 생긴 뒤 녹조가 창궐하는 등 생태계 파괴를 겪다가 문재인정부가 보 개방을 하면서 조금씩 정상을 찾아가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보 개방 후에도 9월이면 다시 공주보의 수문을 수십 일씩 닫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올해까지 세 번이나 수문이 닫힌 것이다. 올해는 9월 17일부터 10월 29일까지 총 43일간 수문이 닫힐 예정이다. 수문이 닫힌 뒤에는 급격히 물이 채워지며 드러났던 모래톱이 잠기고 물흐름이 느려진다. 4대강 사업 이후 더 이상 강이 아니라 호수처럼 정체된 물덩어리가 돼 마침내 녹조가 창궐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흐르는 물에 적응해 사는 물 속 생물들은 물론 모래톱을 서식처로 삼아온 물떼새 등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공주시 “백제문화제 유등 설치하려면 보 수문 닫아 수심 깊게 해야"

금강 생태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이 사태의 원인은 백제문화제라는 축제다. 공주시는 백제문화제의 일환으로 강에 등을 띄우는 유등축제를 하는데, 이를 위해서 공주보의 수문을 닫아달라고 환경부에 요구했다. 유등을 띄우려면 배로 끌고 가야하는데 수문이 개방된 상태에서는 수심이 얕아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세종 공주시 관광과장은 “(보가 개방됐을 때 작업을 하느라) 배의 스크루가 5-6개 날라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등 설치에 수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깊은 수심이 필요한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측도 있다. 금강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는 “유등은 베니어판에 배터리를 두 개 올려놓은 가벼운 물체이기 때문에 깊은 수심이 필요 없다. 수심이 너무 얕은 곳을 피하면 얼마든지 유등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2018년 수자원공사가 측정한 유등 설치 지역의 수심(보 개방 상황)은 0.3-2미터였다. 강 기슭의 얕은 곳을 피한다면 과연 설치가 불가능할지 의문이 생기는 수심이다.
수문이 닫힌 공주보

유등 업체들 “수심이 깊으면 문제지만 얕은 것은 문제 아니다"

뉴스타파는 유등업체들을 접촉해 얕은 수심이 문제가 되는지 취재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유등을 강에 설치하는 일을 해온 한 전문가는 “수심은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 지역 지자체에서 강이나 개울같은 곳에 조형물을 띄우려고 연락을 많이 해오는데, 수심이 무릎 정도 되는 곳에서도 설치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수심이 깊은 것이 문제지 얕은 것은 문제 안 된다.”라고 했다. 수심이 얕아 스크루가 깨졌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자 그는 “수심이 얕으면 들고 가든가 다른  방법을 쓰면 된다.”고 일축했다. 

2019년 백제문화제 유등 제작 업체 “수심이 낮으면 설치하기 좋다"

뉴스타파는 2019년에 백제문화제를 위해 유등을 제작하고 설치한 D업체도 접촉했다. 당시에도 공주시는 설치를 위해 수심이 깊어야 한다며 공주보 수문을 닫아달라고 요구했고, 환경부는 이를 수용했었다. 그런데 D업체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수심이 낮으면 설치하기가 오히려 더 좋다"고 말했다. ‘수심이 낮아서 스크루가 깨지는 경우는 없느냐?’고 묻자 자신의 경우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유속이 좀 세거나 수심이 높으면 조금 영향은 있다"라고 말했다. 수심이 얕은 것이 아니라 깊은 것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속이 세면 ‘조금’ 영향이 있다고 했는데, 유속 문제는 2019년에 공주시가 수문을 닫아달라고 요구할 때도 얕은 수심과 더불어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또 다른 유등 업체는 유속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업체는 바다에도 유등을 설치한다면서 아무리 강의 유속이 빨라도 바다보다 빠르지는 않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2021년 백제문화제 유등축제 현장

공주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나 ‘다음엔 보 개방 상태로 축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안지켜

뉴스타파가 취재한 유등업체들은 일관되게 ‘수심이 얕은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고 확인했다. 특히 2019년 백제문화제 유등축제를 주관한 업체 관계자가 같은 증언을 한 것은 공주시가 그동안 심각한 거짓말을 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공주시는 다른 이유로도 거짓말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주시가 2018년에 ‘2019년에는 보 개방 상태에서 축제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는데 2019년에도 보를 닫아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공주시 관계자는 ‘나는 2018년에 한 약속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도 환경부는 공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공주시는 2019년에도 ‘다음에는 보 개방 상태로 치르겠다'고 약속했는데 올해도 그 약속을 어기고 또 공주보를 닫아달라고 요구했다. 담당자인 공주시 김세종 관광과장은 “나는 과거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모른다. 과거는 의미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공주시 “앞으로도 계속 공주보 닫아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문제는 환경부의 태도다. 환경부는 유등을 설치하는 데 금강의 수심이 문제가 되는지를 제대로 확인해보지도 않고 공주시의 주장을 받아들여 3번이나 공주보의 수문을 닫았다. ‘공주시로부터 다음엔 보 개방 상태에서 축제 치르겠다고 약속하는 문서라도 받았느냐?’는 질문에 정의석 환경부 개방팀장은 “공주시가 행사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안을 갖고 오기로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2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공주시는 이제 아예 당당한 태도다. 김세종 공주시 관광과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백제문화제를 위해 담수를 요청할 것이다. 김정섭 시장도 같은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섭 시장은 뉴스타파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만나 공주보 수문을 닫으라고 요구하는 정진석 의원 (2021.9.8.) / 사진 : 정진석 의원실

한정애 장관, 정진석 의원 요구 받은 뒤 ‘공주보 수문 닫겠다' 통보

3번이나 반복되고 있는 공주보 수문 폐쇄의 배경에는 자유한국당 시절 ‘4대강 보 해체 반대 특별위원장'이었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역할도 있다. 정의원은 백제문화제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환경부 장관을 만나서 금강 수위 확보의 필요성을 이야기 했고 환경부는 곧 공주보 담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그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만난 뒤 공주보의 수문이 닫히는 과정까지 자세한 경과가 올라와 있다. 환경부는 장관이 정 의원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공주보를 닫는 결정에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주시의 거듭된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담보도 없이 다시 공주보를 닫는 결정을 한 것은 정치적 압력 외에는 합리적인 설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의 소신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것이고 공주보 처리와 관련된 정책 방향이나 국가물관리위원회 결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보 해체는 가능할 것인가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던져진 의문은 ‘공주보는 과연 국가물관리위원회 결정대로 해체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국가물관리위는 올해 1월 공주보를 포함해 몇 개의 보를 해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해체 시기는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미뤘다. 만약 공주시가 현재와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면 공주보는 해체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백제문화제를 하려면 공주보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계속 보 해체를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의지도 문제다. 보 개방도 지켜내지 못하는 환경부가 그보다 훨씬 정치적 장애가 많을 보 해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깊다.
제작진
글구성이근수
촬영오준식
편집변준호
그래픽정동우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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