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검찰 특활비 먹칠 벗기니... 수사기밀은 없고 오남용만 있었다

2023년 10월 12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그리고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은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을 꾸려 사상 처음으로 전국 67개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검증에 들어갔습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에 관한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 편집자 주
이번 주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증빙자료 5년 8개월치를 ‘전수 분석’한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자기 ‘주머닛돈’처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와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통해 그야말로 끝없이 드러나는데도, 검찰은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이 드물게 발생하는 ‘일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말일까요. 무엇보다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검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집행 목적과 사유 등에 모조리 먹칠을 한 채로 자료를 공개하고 있죠. 주권자 입장에서는 검찰의 ‘일탈 주장’이 사실인지 따져볼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 자료 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두 건이 아닌, 5년 8개월치 자료 전수를 검증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고양지청의 특활비 기록에 대한 전수 분석을 통해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이 진짜로 일부의 일탈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확인할 길이 열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검찰의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 오남용은 현상입니다.

5년 8개월 고양지청 특수활동비 869건 전수조사

고양지청도 다른 전국의 일선 검찰청과 마찬가지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먹칠 투성이로 내놨습니다.그러나 뉴스타파는 먹칠 투성이 자료를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약 80일에 걸친, 말 그대로 지난한 작업 끝에 고양지청이 먹칠로 가려 놓은 특수활동비의 자료를 대부분 판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양지청 특활비가 보여주는 기밀수사의 ‘민낯’

뉴스타파 취재진은 고양지청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판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가 부정 사용됐는지 밝히고 이를 주권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임무지만, “기밀에 해당하는 집행 사유와 목적 등이 드러날 경우, 수사와 정보 수집 등의 특수한 활동에 매우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검찰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쳇말로 ‘쓸데가 1도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뉴스타파가 판독해낸 수백 장의 특수활동비 자료 가운데 구체적인 기밀 수사 내용이 기재된 것은 단 한 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충이라도 수사 내용을 적어 놓기는커녕, 어떤 사건에 세금을 썼는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부실 증빙’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즉, 검찰이 먹칠로 가리려 한 것은 ‘수사 기밀’이 아니라, 특수활동비가 검사들의 ‘주머닛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사 기밀이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특활비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검찰의 오래된 거짓말도 확인된 셈입니다.

검사와 직원들의 격려금과 포상금이 된 특수활동비 

특수활동비는 격려금이나 포상금으로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 되는 돈입니다.
특수활동비는 수사와 정보 수집 등 말 그대로 특수한 활동에 써야 하는 예산이고, 심지어 격려금과 포상금 예산은 별도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공동취재단의 검증 결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이 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한 직원에게 고생했다며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죠. 명백한 세금 부정 사용. 부천지청 한 곳만의 일탈이었까요? 
역시 아니었습니다. 전수 분석 결과 고양지청은 상습적이고 반복적으로 특활비 예산을 격려금과 포상금으로 부정 사용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반복되었을 거라는 추측은 이제 ‘합리적 의심’이 되었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쓴 돈” 통제 밖 고삐없는 검찰 특활비

뉴스타파가 전수 조사를 통해 명확하게 실체를 밝힌 검찰 특수활동비는 검찰 전체 특수활동비 자료의 불과 1% 정돕니다.
이 1%만으로도 검찰의 세금 부정 사용, 예산 오남용 실태가 여느 정부 기관에서도 비슷한 사례조차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도대체 어떻게 국민 세금을 이렇게 마음대로, 자기 주머닛돈처럼 쓸 수 있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 싶지만 뉴스타파가 전국의 검찰청을 취재한 결과, 검찰 특수활동비는 이른바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그야말로 통제불능의 예산이었습니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검찰의 자정 기능은 마비 상태라고 봐도 과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국회는 검찰로부터 특수활동비 예산 자료를 전부 공개받아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을 전수 조사해야 합니다. 이를 시작으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돌입해야 합니다. 여당과 야당,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취재강민수, 연다혜, 임선응, 조원일
데이터김지연, 최윤원
촬영신영철, 정형민, 최형석
CG정동우
편집박서영, 윤석민, 김은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개발전기환
자료조사금준수, 홍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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