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전자담배 쥴, 미국 내 비판에도 불구 집요한 해외 로비

2019년 11월 22일 08시 00분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입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유해성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지할 것을 강하게 권고했습니다. 일부 유통업체들도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논의의 중심에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미국산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이 있습니다. 보건당국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쥴은 국내 일부 편의점에서 여전히 팔리고 있습니다. 재고를 소진한다는 해명이었습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 회사의 해외 로비 실태를 파헤친 영국 비영리 탐사보도 매체 ‘탐사보도국(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 등 국제협업팀에 합류해 그 취재 결과물을 함께 출판합니다.-편집자 주

궁지에 몰린 미국 전자담배 쥴(Juul)의 제조사 쥴 랩스(Juul Labs)가 미국 내 수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외국 정부를 상대로 전자담배 규제 철폐 로비를 벌이고 있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쥴은 매끈한 전자담배와 향이 첨가된 니코틴 액상 카트리지 ‘포드’로 구성되어 있다. 쥴 랩스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새로운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쥴 랩스가 몇몇 국가에서 새로운 규제를 사전에 막거나 기존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정치인 로비에 수백만 달러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쥴 광고. (사진/임보영)

영국의 비영리매체 ‘탐사보도국(The Bureau of Investigative Journalism, 이하 TBIJ)’과 다국적 협업취재팀은 쥴 랩스 관계자들이 각국 정치인 및 규제당국 관계자를 접촉해 전자담배 관련 규제 문제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합법적으로 제기할 수 없는 건강 관련 주장을 펼친 사실을 확인했다. 쥴 랩스는 또한 미국에서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조심스럽게 내놓은 광고와는 달리 흡연에 대한 책임있는 대체재를 제시하는 회사로 자신을 홍보하는 화려한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쥴이란 무엇인가?

쥴의 창립자인 애덤 보윈과 제임스 몬세스는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던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다가 만났다. 그들은 흡연을 덜 해롭고 사회적으로 보다 쉽게 용인될 수 있게 만드는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끼고, 졸업 논문을 바탕으로 2007년 전자담배 회사인 플룸을 창립했다. 플룸은 2015년에 팍스 랩스, 그리고 2017년에는 쥴로 이름을 바꿨다.

쥴 제품은 프로토타입 이후로 여러 변화를 겪어왔다. 현재는 최첨단 USB 같은 형태를 하고 있으며, 투박한 형태의 다른 경쟁 제품과는 달리 유선형의 디자인은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해줬다. 쥴 한모금은 담배 안에 있는 중독 물질인 증발화된 니코틴을 전달한다.

쥴은 마우스피스처럼 디바이스에 결합되는 충전식 니코틴 포드도 판매하는데, “과수원 사과”, “망고 넥타르” 그리고 “고지대 베리” 맛을 낸다고 한다.

쥴은 담배를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그들의 니코틴 공식을 개발할 당시 담배회사인 알제이 레놀드 사에서 개발했던 프로세스를 빌렸는데, 이는 “니코틴 염류”를 만들기 위해 흔한 음식 보존재인 벤조산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흡연을 할때 보통 나타나는 목 염증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을 직접적으로 폐에 흡입시킬 수 있으며 혈류에 더 빠르게 흡수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조합은 사용자들이 피우는 담배 한모금은 펠멜 담배의 중독성에 버금간다고 한다.

쥴의 더 강력한 포드는 59 밀리그램의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는데, 한 개의 포드가 담배 20개피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 더 강력한 포드는 니코틴의 양을 20밀리그램 한도로 규정하는 유럽연합 규정에 따라 영국과 유럽에서는 금지되고 있다.

영국에서 4개의 포드는 10.99 파운드로, 이는 연초담배과 거의 같은 가격이고 더 많은 니코틴을 제공한다. 또한 연초담배와는 다르게 사용자들은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가 떨어질 때까지 흡연을 계속할 수 있다.

영향력 있는 인물을 내세운 쥴의 초기 마케팅은 비록 이후에 문제가 되긴 했지만, 작은 스타트업 회사를 시장 선두주자로 만드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2017년 후반에는 전체 전자담배 시장의 32%를 점유했고 2018년 11월에는 76%였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담배 시장에서 ‘빅6’ 중 하나인 알트리아는 35%의 지분을 위해 1280만 달러를 투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쥴은 2019년 수익으로 2018년 수익의 3배인 340만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청소년들의 흡연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쥴의 초기 마케팅에 대한 의회 청문회와 여러 조사로 이어지면서 혜성과도 같은 쥴의 급성장은 끝이 났다. 전자담배가 전통적인 담배에 비해 사용자를 적은 발암물질에 노출시킨다고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전자담배 이용이 젊은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10대들에게 니코틴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기억, 주의력과 학습력을 담당하는 뇌 부분을 손상시키는 점이 잘 알려져있지만, 전자담배 이용의 장기적인 영향은 거의 알려져있지 않다.

미국 내에서 대중들의 격렬한 항의가 일자, 알트리아는 지난 10월 쥴에 투자했던 지분에서 45억 달러를 감가상각 처리하고 쥴의 해외 매출예측도 하향 조정했다.

현재 쥴 랩스는 미국 국내시장에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수백 건의 소송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 초기 광고가 청소년들을 니코틴 중독에 빠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주 및 연방 당국의 조사가 진행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쥴 랩스 본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쥴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쥴의 최대주주인 담배회사 ‘알트리아’는 쥴이 미국시장에서의 손실을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만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자료에서 알트리아는 쥴의 해외시장 매출이 4년 내에 미국시장 매출을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쥴 랩스는 세계 각국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해당 국가의 관련 규제에 입김을 넣는 한편 자사 제품에 대한 과세를 피하기 위해 각국 장관 및 대사와 비공개 회의를 요청하고 있다. TBIJ가 확인한 녹취록에 따르면, 쥴 랩스가 고용한 로비스트들은 쥴 랩스 제품이 금연에 도움을 준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쥴 랩스가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없는 주장이다.

세계 각국을 겨냥한 쥴 랩스의 로비 공세 중에는 심지어 정부의 전자담배 규제방안 수립에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다. 담배회사가 정부의 보건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국제협약상 금지된 사항이다.

쥴 랩스는 “규제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제공하기 위해” 각국 규제당국과 정책입안자들과 협력하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쥴 랩스가 시장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청소년의 액상담배 이용이 전염병처럼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비나약 프라사드 담배통제국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흡연이 멋진 것이 아니지만, 쥴이 멋지다는 인식이 젊은층 사이에 퍼져 있는 국가들이 생기고 있다”며 “젊은층의 6~8%가 니코틴에 중독되는 것은 담배 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향후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사드 국장은 또 “니코틴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발달중인 두뇌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중독성이 강하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더욱 유해한 종류의 니코틴 또는 담배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전자담배와 관련된 의문의 폐질환 발병 사례가 연이어 나타났다. 수천 명이 입원하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비록 이들 사례가 쥴 제품이 아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제품과 관련된 것이었음에도, 쥴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폐질환 발병 사례는 전자담배의 안전성 우려를 재점화했다. 그리고 성인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과연 비흡연 청소년들이 전자담배에 빠지게 되는 위험보다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을 야기시켰다.

“전자담배계의 아이폰”

2015년 PAX 랩스가 쥴을 최초 출시한 이래 3년 만에 이 제품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자담배로 부상했다.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린 쥴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시원한 오이”나 “크림브릴레” 같은 매혹적인 향을 더했다.

쥴의 첫 제품 광고인 ‘베이포라이즈드(Vaporized)’는 젊은 모델들이 밝은 색의 배경 앞에서 춤추는 장면을 담고 있다. 쥴의 광고는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스크린과 바이스(Vice) 전면광고에도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요트 파티와 루프탑 영화클럽, 그리고 콘서트같은 행사도 개최했다. 심지어 어리게는 여덟 살 아이들이 가는 여름 캠프에 돈을 대기도 했고, 학교까지 진출하여 전자담배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광고했다.

증기를 많이 발생시키지 않아 몰래 사용하기 쉬운 제품 특성 덕분에 쥴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아무도 모르게 담배를 핀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새로운 은어가 생겼다. “고스트 리핑(ghost ripping)”은 몰래 담배 한 모금 빠는 것을 뜻했고, “쥴링(Juuling)”은 동사가 되었다. 유튜브와 틱톡에는 청소년들이 스티커로 장식한 쥴 제품을 사용하며 고리 모양 등 각종 모양의 증기를 내뱉는 요령을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했다.

미국의 흡연율은 2013년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쥴과 같은 전자담배 제품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전자담배는 비흡연 청소년들 사이에서 중독을 일으키며 새로운 공중보건 문제를 야기시켰다. 2011년 기준 흡연 고등학생의 비율은 16%로 전자담배 사용 비율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2018년에 고등학생 흡연비율은 8%로 떨어졌지만 전자담배 사용 비율은 거의 21%로 급증했다. 이는 전자담배 출시 전 전체 흡연율보다도 높은 비율이었다. 미국 FDA는 이를 “유행성 전염병(epidemic)”이라 칭하고 쥴의 책임을 물었다.  

쥴 랩스는 “우리는 한 번도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한 적이 없고, 비흡연자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쥴을 상대로 미국 내에서 수백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인들은 전자담배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충분한 경고를 받지 못했거나, 쥴 제품에 니코틴이 포함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쥴은 이를 반박한다. 소송을 제기한 일부 쥴 사용자들은 쥴에 중독된 결과 호흡기 문제, 발작, 뇌졸중, 정신질환과 행동장애를 겪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거주하는 리사 베일은 TBIJ 취재진에 자신의 18살짜리 아들 다니엘이 쥴에 심하게 중독된 결과 발생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쥴 랩스가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내년 5월까지 FDA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신청서에서 쥴은 자사 제품이 “공중보건 안전에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쥴의 고향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쥴의 판매가 전면 금지됐고, 미국의 여러 도시와 주에서도 쥴과 같은 가향 니코틴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쥴 랩스가 워싱턴에서 로비에 동원한 자금은 2017년의 12만 달러에서 1년 만에 3백만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외에도 쥴 랩스는 샌프란시스코 전자담배 판매 금지안을 뒤집기 위한 ‘발의안 C’에 약 1900만 달러(약 228억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금지안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쥴 랩스는 또 일반인들을 끌여들어 만든 ‘스위치 네트워크(The Switch Network)’ 구성원들로 하여금 지역 정치인들에게 전자담배를 지지하는 의사표명을 하도록 독려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풍부한 자금을 가진 로비 캠페인을 풀뿌리 운동인 것처럼 가장한 “조작 여론 로비활동"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규제 리스크 전문 투자자문가 스테파니 밀러는 쥴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쥴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쥴이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쥴 랩스의 대주주 알트리아는 투자자들에게 쥴이 올해 세계 시장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기에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쥴 랩스는 미국 외에 21개국에 지사를 냈다. 여기에는 캐나다, 러시아, 그리고 유럽 대다수 국가가 포함됐다. 향후에도 쥴 랩스는 유럽의 다른 국가, 중동,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할 예정이고, 남아메리카에서는 직원을 뽑고 정부 상대 로비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에서 역풍을 맞은 쥴 랩스는 미국 내에서 진행중이던 모든 로비를 중단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TBIJ의 취재 결과, 쥴 랩스가 해외에서 보인 모습은 상당히 달랐다. 

규제 고쳐 쓰기

담배회사들은 과거 수십 년간 담배가 가진 해로움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자신들의 수익에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정부 정책을 뒤엎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한 획기적인 담배규제기본협약을 180개 이상의 국가가 비준했다. 이 협약의 핵심 조항 중 하나는 공공 보건정책이 담배회사 이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담배회사의 관여를 제한하고 파트너십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BIJ는 쥴 랩스가 종종 이 조약을 위반해 다른 국가들이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제정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을 포착했다.

올해 8월 베트남의 한 장관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로비스트들은 쥴 랩스가 베트남의 새 전자담배 관련 법령 수립을 위해 “여러 명의 장관"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TBIJ가 확인한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쥴 랩스는 새 전자담배 관련 법령에 대해 보건부 장관과 협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베트남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가입국이다. 쥴 랩스는 TBIJ 취재진에게 자신들은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연운동단체 ‘어린이에게 담배 없는 세상을(Campaign for Tobacco Free Kids)’의 매트 마이어스 회장은 “쥴이 정부 관료들과 막후에서 비밀리에 만나는 것을 체계적인 글로벌 전략으로 삼은 것은 명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이 WHO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며, 담배업계가 합리적인 규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용한 방식을 되풀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건 훌륭한 과학과 증거를 기존 담배산업이 해 온 것처럼 비싼 로비활동과 비밀리에 활동하는 광고회사로 대체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쥴 로비스트들은 정부 관료들에게 쥴 제품이 금연에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FDA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펼칠 수 없는 주장이다. FDA가 그러한 승인을 하기 위해서는 증거를 검토해야 한다. 문제는 쥴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금연하지 않고 계속해서 일반담배와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어스 회장은 “쥴이 다른 국가 정부 관료들에게 자신의 제품이 금연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기존의 증거와도 배치되고, 자기네 내부 문서와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고,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 자체가 자신들도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는 이야기를 기꺼이 하려는 자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회의에 참석한 쥴 로비스트는 쥴 랩스의 제품이 완전한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담배에서 쥴로 갈아타면 연소량을 줄일 수 있고 점진적으로 약한 액상카트리지를 줄 수 있다. (...) 우리 기술로 2단계를 실행해 사람들이 니코틴을 전혀 소비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로비스트는 또 비타민이 혈류에 더욱 효과적으로 들어가게 하는 방안으로 비타민을 쥴 제품으로 들이마시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양소를 폐로 들이마시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장기연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들어 이러한 주장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남부 아프리카 국가의 한 대사는 쥴 랩스가 자신에게도 똑같은 제안을 했다고 TBIJ 취재진에 밝혔다. 그는 “쥴 랩스는 담배에 심하게 중독됐던 사람들이 쥴로 갈아탄 이후 니코틴 자체를 끊은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쥴 랩스의 로비활동은 광범위하고 집요하다. 쥴 랩스는 여러 번 멕시코 정부에 접근했으나, 멕시코 정부는 담배회사와 장관 간 접촉은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의 회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활동가들이 쥴의 성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카르타 상점가인 시란닥 타운스퀘어에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쥴 직영매장이 배스킨라빈스와 스타벅스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쥴이 젊은층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고 우려한다.

인도네시아의 ‘담배규제 시민사회연합’ 소속 라펜디 드자민 박사는 전자담배 규제가 잊혀진 지난 2년간 쥴 랩스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쥴은 청소년들이 노는 곳에 가판대를 설치했다"며,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의 흡연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지만 전자담배 사용도 늘고 있는 점을 염려했다. 그는 또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멋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젊은이들이 전자담배를 우상화한다"고 덧붙였다. 

신속하게 대처하고 규칙 무시하기 

쥴 랩스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사 제품에 대한 규제와 싸워왔다. 쥴은 2018년 5월 첫 해외시장으로 이스라엘에 진출했다. 그러나 진출한 지 3개월 만에 쥴의 강한 니코틴이 “공중보건에 엄중한 위험"이 된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판매금지됐다. 이에 쥴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전자담배를 옹호하는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인도에서는 쥴이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급속도로 팽창하던 전자담배 시장의 3분의1을 쥴이 점유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쥴 랩스는 광고회사와 싱크탱크를 고용해 전자담배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언론몰이를 했다. 그러나 쥴이 인도에서 정식 판매를 막 시작했을 때, 인도 중앙정부는 전자담배가 젊은이들의 건강에 미칠 염려가 커질 것으로 보고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인도의 전자담배 수입업체 ‘플룸 베이퍼스’와 또다른 전자담배 수입업체가 판매금지 처분에 대해 청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10월 인도 콜카타 법원에서 사건 심리가 시작되었을 때, 쥴 랩스 관계자 두 명이 플룸 베이퍼스의 창립자 옆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인도 아만 레키 법무차관은 정부의 판매금지 처분을 옹호하며 재판부를 향해 해당 소송이 “쥴 랩스를 위한 위임소송 사건"이라고 말했다. 쥴 랩스 측은 TBIJ 취재진에 자신들이 “과거 플룸 베이퍼스를 지원”했지만 해당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올해 6월 필리핀에 진출한 이후, 쥴 랩스는 이제 필리핀 정부의 전자담배 증세 제안에 맞서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판매가 금지된 쥴의 5% 니코틴 포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난 9월 필리핀 상원 공청회에서 쥴 랩스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인 케네스 비숍은 쥴의 제품이 덜 유해하기 때문에 세금도 덜 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필리핀 의원들에게 쥴 랩스가 이제는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전에 그다지 자랑스럽게 여길 수 없는 일도 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업계에서는 가장 선도적으로 우리 제품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될 위험, 또는 매력적으로 보일 위험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나타난 전자담배 관련 폐질환 발생을 우려한 필리핀 보건당국은 모든 병원에 관련 유사사례를 보고할 것을 공식 지시했다. 

유로모니터 분석가인 셰인 맥귈은 쥴 랩스의 급격한 확장과 “신속한 대처와 규제 무시하기" 사고방식이 쥴 랩스에 대한 규제당국과 시민들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TBIJ 취재진에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대체로 니코틴이 있어야 할 곳과 있지 말아야 할 곳에 대한 (쥴의) 인식을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쥴은 기존의 규칙을 완전히 무시했고, 이제는 반성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 - 취재 : Madlen Davies, Mathew Chapman, Jana Kaspercevic, Ben Stockton, Sharon Kelly, Rahul Meesaraganda
  • - 디자인 : Rebecca Hendin
  • - 번역 : 임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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