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회장은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2015년 04월 23일 19시 06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맨 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에게 각각 7억 원과 2억 원을 건넸으며 이 돈은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선거 자금이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사실이라면 정권의 정당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충격적인 폭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두 사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정치권도 별 말이 없다.
뉴스타파는 4월 9일부터 20일까지 포털에 등록된 언론사의 기사 제목에 이들이 얼마나 자주 언급됐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완종 메모가 처음 공개된 직후 이틀 동안 제목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언급된 기사는 591건, 홍문종 의원이 나오는 기사는 261건으로 대단히 많았지만, 주말을 거친 뒤 나흘째인 13일 이후 극적으로 줄어든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바로 이완구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기사였다. 4월 13일부터 4월 17일까지 이완구 총리에 대한 기사는 하루 평균 천 건을 넘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기사 역시 허태열이나 홍문종 두 사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렇게 언론들이 관심의 초점을 옮기자 여론의 흐름 역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트위터 언급 횟수와 네이버 검색 횟수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됐다.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괜찮을만큼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대선자금은 투명하게 집행되고 신고됐을까?
뉴스타파가 선관위에 신고된 박근혜 캠프의 2012년 대선 자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실제로는 사용했지만 선관위에는 신고하지 않은 비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선거 캠프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밥값은 모두 캠프 관계자들이 계산했지만 공식적인 선거 비용으로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금액만 수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먹으면 한 2만원 3만원 짜리 먹었으니까 100만 원은 최소 넘어갔을 것 같은데요. 그걸 거의 정기적으로 자주 했으니까 액수가 꽤 돼죠? 저희가 농담으로 이걸 어떻게 신고하냐고, 이거 걸리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하하하 웃고 대답 안했던 것 같아요 -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취재 기자
의심이 드는 대목은 또 있다. 박근혜 캠프가 선관위에 신고한 공식 선거사무원 숫자는 4천 170명이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자원봉사자들이 동원됐다. 이들에게 정말 한 푼의 수고비도 지급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비공식적인 지출이 상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비공식적인 선거 자금을 걷어 썼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이는 정치가들이나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조직 동원하는데 돈 썼는데, 조직 동원하는데 돈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할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선관위가 규정하는 선거운동이 아닌 부분에 들어간 돈은 신고할 수가 없죠. 그런 돈은 개인 돈이든, 아니면 아까처럼 미신고 누가 고액 기부한 것이든 이런 것 가지고 쓸 수밖에 없는 것이고.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언론의 취재와 검찰의 수사가 자신의 대선 자금 문제를 향할 때도 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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