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의 수준...인사청문회 슬픈 자화상
2015년 02월 12일 21시 11분
부동산 투기, 병역면제 논란에다 비뚤어진 언론관이 확인되면서 ‘역대 최악의 총리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은 이완구 후보자가 끝내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거짓 답변까지 드러났지만, 여당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감싸기와 띄워주기에 나섰다. 여당은 과반수의 힘을 앞세워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하고, 끝내 본회의 표결까지 밀어붙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이 야당 시절 강력하게 요구해 도입된 인사청문제도가 한순간에 코미디로 전락해 버렸다.
그동안 청문회에서 낙마한 6명의 총리 후보자가 있는데요. 이들에게 제기됐던 의혹들보다 이완구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더 무겁고 많습니다. 특히 그의 언론관은 역사관 때문에 낙마한 문창극 후보자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입니다. 김대중정부 시절 총리서리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장대환 매경 회장은 요즘도 사석에서 울분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자신보다 더한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통과되고 있기 때문이죠.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는 이완구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안대희 전 대법관이나 김용준 전 헌재소장이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권영철 CBS 선임기자] 2.12 CBS <박재홍의 뉴스쇼>
이완구 총리 임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잠시나마 레임덕을 늦추는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이 빚은 ‘인사참사’... 그 실체를 따져본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자 후보는 모두 62명. 이 가운데 9명이 부동산 투기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됐다.
낙마율 14.5% ... 박근혜정부 인사참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노무현정부 낙마율 3.8%의 4배 가량이고, 이명박정부의 낙마율 8.4%와 비교해도 배 가까운 수치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62명 가운데 낙마한 9명을 뺀 나머지 후보자들은 문제가 없었을까?
장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이던 지난 2006년,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하자 박근혜 대표는 “대통령이 청문회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래놓고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보자 8명을 스스럼없이 임명했다.
그렇다면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최악의 후보자’로 평가받은 이완구 총리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기는 했다. 따라서 단순히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는 사실만으로 자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뉴스타파는 국회자료 등을 토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들을 분석했다.
먼저 야당의 강력한 반대 속에 여당 의원들이 과반수의 힘을 내세워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을 강행한 경우가 있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와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그렇게 채택됐다. 또 야당이 ‘부적격’이라 판단하면서도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는 수준에서 보고서 채택에 합의한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야당이 분명하게 반대나 ‘부적격’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모두 11명.
낙마한 9명에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8명, 그리고 야당의 반대 속에 보고서 채택이 이뤄진 11명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모두 28명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 62명 가운데 28명… 45.2%라는 이 수치가 박근혜정부 인사참사의 실체를 대변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낙마한 비율이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임명된 사람들이 문제가 없었느냐? 그건 아니죠. 문제가 굉장히 많았죠. 참여정부 시절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 낙마했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그대로 임명이 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도 너무 심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그 사람들 일부가 낙마했는데도 그것조차도 역대 정부보다 숫자가 많은 상황입니다. 과거에 비해서 인사검증시스템이 어느 정도 무력화됐는지를 수치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종훈 / 정치평론가
지난해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했을 때 박 대통령은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라는 지적이 많다.
왜 인재를 못 구합니까? 멀리, 넓게, 크게, 큰 바다에 가서 고기를 잡으면 좋은 고기, 큰 고기를 낚을 수 있죠. 아주 좁은 데서 사람을 구하려 하니까… 자기가 만났다든지, 안다든지, 좁은 자기 자문단에서 추천받았다든지 그런데서만 사람을 구하려니까 인재가 없는 것이죠. 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장(대통령 직속)
결자해지… 박근혜정부 인사참사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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