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경기 광명 갑)이 선거운동원이 만든 정체 불명의 단체에 국회 예산 수천만원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됐다. 백 의원은 또 의원실 소속 대학생 입법보조원에게 연구비 500만원을 지급한 뒤 돌려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유령단체에 용역비 수천만 원...알고보니 선거운동원이 만든 단체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2~2017년 한국경영기술포럼이라는 단체에 8건의 정책 연구 용역을 맡겼다. 건당 500만 원씩, 모두 4000만 원의 국회 예산이 지급됐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단체는 사업자, 법인 등록도 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이 단체 책임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를 타낸 고 모 씨는 지난 총선 당시 백재현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다.

특히 고 씨가 수행한 8건의 연구 용역 가운데 2건에서 100% 표절이 발견됐다. 고씨가 지난 2014년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구일역 광명측 출입구개선 타당성조사 연구’는 1년 전에 나온 광명시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고, 지난 2012년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학림지구 광역교통 효율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 역시 한국교통원이 광명시에 제출한 보고서를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책임연구자인 고 모 씨는 “날짜는 다가오고 급해서 제가 조금 베낀 적이 있다. 그 때는 표절이 심각한지 몰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죽을 죄를 졌다”며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연구 용역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 “(백재현 의원과) 같은 지역구이다 보니까 도와 달라고 하시면 형편이 안 좋은 걸 아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백 의원실 측은 “(고씨가) 선거 때 도와준 적이 있다. 이 사람이 우리 보고 취업시켜주란 소리도 많이 했는데 우리가 취업도 못 시켜준다. 그러면 아르바이트를, 이런 미션을 해 달라고 부탁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역)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포럼같은 회의방식을 통해 연구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소규모 용역으로는 교수급의 전문 연구 결과가 한 두 달만에 급히 나올 수 없다. 국회 보좌진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외부 아이디어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체 불명 단체에도 1500만 원 지원...표절에 명의도용 확인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0~2016년 또 다른 정체불명의 단체인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 5건의 연구 용역을 맡겼다. 백 의원은 이 단체 책임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 모 씨에게 총 1500만 원의 연구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이 단체 보고서에서도 표절과 명의도용 등이 확인됐다.

이 단체가 지난 2013년 국회 예산 5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지방세제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는 한국지방세연구원 김 모 연구위원의 이름과 연구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결과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이 단체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 박사에게 확인한 결과 공동으로 한 연구가 없다고 한다. 도용된 것 같다”며 “확인 여부를 파악한 뒤 백재현 의원실에 정정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0월 이 단체가 작성한 ‘2011 금융세제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 역시 표절이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보고서는 지난 2010년 한국세무학회 등에서 주관한 ‘금융세제 개선방안’ 추계학술발표대회 자료였다. 기존에 열린 학술대회 자료를 표절해 연구비를 타낸 것이다. 당시 학술대회 패널로 참여한 문성훈 한림대학교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세무학회 심포지엄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책임연구원 이 모 씨라는 사람이 제 자료를 이름만 바꾸고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다른 학회 것을 가져다 쓰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백재현 의원이 이 보고서를 받은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2010년 작성한 ‘국제회계기준(K-IFRS)도입에 따른 법인세법 개정방안’이라는 보고서 역시 이미 학술지 등에 발표된 논문 등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간 서울대학교 정운오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한국조세선진화포럼이라는 단체는 들어본 적 없는 단체다. 제 논문이 보고서에 통째로 실린 것이 황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자료들은 현재 국회도서관에서 누구나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취재진은 백 의원실에 이 단체 책임 연구원인 이 모 씨의 존재와 연구 용역을 맡기게 된 경위 등을 물었지만, 백 의원실은 “세무학회 때 만난 사람으로 기억한다. 이 씨의 번호가 변경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좌관에게 현금으로 줬다” 사라진 연구비 500만원

백재현 의원실은 입법보조원에게 연구비를 지급한 뒤 돌려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백재현 의원은 지난 2017년 1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식 조사 및 기능전환을 위한 방안’이라는 소규모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이 돈은 당시 대학생이던 백재현 의원실 입법보조원 채 모 씨에게 지급됐다.

백 의원실은 “연구 주제가 민감해 실제 연구자가 신원 노출을 원하지 않았다. 당시 입법보조원인 채 씨에게 돈을 지급했고, 채 씨가 그 돈을 연구자한테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채 씨는 백 의원실이 실제 연구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채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돈을 교수한테 준 게 아니라 보좌관한테 줬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님이 실명 공개를 꺼린다는 말을 보좌관에게 들었고, 그 이후로는 관여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채 씨는 세금을 떼고 들어온 470~80만원 상당을 현금으로 전액 인출해 보좌관한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백재현 의원실을 취재하자 채 씨는 ‘누구에게 돈을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돌연 말을 바꿨다.  채 씨는 “개인적으로 쓴 일은 없다.어쨌든 누구에게 드리긴 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취재진은 지난 12일 인터뷰 일정을 잡고 백재현 의원을 만났지만, 백 의원은 카메라 인터뷰에는 응할 수 없다며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는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은 채 관련 내용을 잘 모르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이후 백 의원에게 연구자들과의 관계와 특정 연구 단체에 연구 용역을 몰아준 이유, 표절·무단 도용된 연구자들과 기관에 대한 사과, 연구비 반환에 대한 입장, 연구비 500만 원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등을 재차 물었지만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취재 : 문준영, 김성수, 심인보, 김새봄, MBC 탐사기획팀 공동취재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김기철, 최형석, 오준식
편집 : 정지성
공동기획 :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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