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 ‘전문’ 확인… 부실한 지침으론 세금 오남용 못 막아

2024년 09월 02일 16시 00분

‘‘수사 업무 지장”을 사유로 그동안 검찰이 공개를 거부해왔던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이하 자체 지침)’의 전문을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기획재정부 예산집행지침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놨거나,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를 부실하게 작성해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현재의 허술한 자체 지침만으로는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세금 오남용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타파,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전문’ 최초 확인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023회계연도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법무부 측에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전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법무부가 거부했지만, 의원들은 문건 제공이 아닌 ‘열람’의 형태로라도 자체 지침을 공개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특수활동비를 배정받아 집행하는 모든 정부 기관은 세금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을 기초로 자체적인 예산 지침을 제정해야 한다. 검찰도 특수활동비 사용 절차와 범례 등을 담은 자체 지침을 제정해 운용 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은 ‘‘수사 등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국회에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자체 지침을 열람한 의원들을 통해 지침 내용 전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체 지침 상당 부분이 이미 공개된 내용… 검찰, “수사 지장” 거짓 사유로 알권리 훼손 비판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명칭은 ‘특수활동비 집행 절차 업무 매뉴얼’이다. 
검찰은 한해 80억 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쓰고 있는데도, 표지를 제외한 자체 지침 본문의 분량은 4쪽에 불과했다.
자체 지침은 ‘목적’과 ‘집행 절차’, ‘자체 점검’, ‘비밀준수 의무’ 등 총 네 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내용의 상당 부분이 기획재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기획재정부 지침은 특수활동비의 ‘적용 범위’ 부분에서 특수활동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설명한다.
검찰은 이 문장을 그대로 옮겨온 뒤 맨 끝에 “사용”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덧붙여 ‘집행 원칙’의 첫 번째 세부 내용으로 올렸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에 사용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중 ‘집행 절차’ 부분의 ‘집행 원칙’
이를 포함해 자체 지침 속 ‘집행 원칙’의 세부 내용은 모두 기획재정부 지침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중 ‘집행 절차’ 부분의 ‘집행 원칙’. 세부 내용은 모두 기획재정부 지침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었다.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이렇게 기획재정부의 예산 지침에서 복사해 붙여넣은 내용 말고, 검찰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부분에서도 검찰의 주장대로 “자체 지침 공개 시, 수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집행 절차’ 부분의 ‘집행 방법’은 ▲실적을 검토하여 실행예산서 작성 및 예산 재배정, ▲수시로 집행 소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부 금액은 총액으로 별도 관리 등과 같이 특수활동비를 ‘정기분’과 ‘수시분’으로 나누어 관리한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다른 부분도 ▲집행 증빙자료 양식의 종류와 ▲증빙자료의 관리 방법 등을 설명해 놓은 게 끝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전문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도 “수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검찰이 시민사회는 물론, 국회에도 자체 지침을 공개하지 않으며 내세웠던 “수사 업무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주장이 더는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집행 사유 부실해도 특수활동비 집행 가능… 현행 ‘자체 지침’만으로는 세금 오남용 막을 수 없어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진짜 문제는 현재의 지침만으로는 특수활동비 오남용과 부정 사용을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체 지침의 ‘집행 절차’ 부분의 ‘집행 증빙자료’에서는 특수활동비를 집행하기 위해 어떤 수준으로 집행 사유를 작성해야 하는지 예시, 즉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작성 기준은 두루뭉술하고 모호하다. ‘□□□사건 관련 정보수집 활동 지원’, ‘해외도주 피의자 검거를 위한 정보수집 활동 지원’ 등으로 구체적이지 않았다.
자체 지침 어디에도 검찰 특수활동비를 구체적으로 어떤 특수활동에 집행했는지, 상세한 지출 증빙을 남기도록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다.
▲검찰 특수활동비 내부 지침 중 집행 사유의 작성 기준을 제시하는 ‘지급 사유 기재 예시’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의 5년 8개월치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 800여 건을 판독했다. 고양지청은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와 수령자 등을 먹칠로 가렸지만, 일부 글자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가려진 내용을 판독할 수 있었다.
판독 결과, 고양지청이 작성한 특수활동비 집행 사유에는 대부분 ‘수사 민원 업무 지원’, ‘수사정보 교류활동 지원’ 등 특정 기밀 수사나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담기지 않았고, 두루뭉술하게 ‘수사 지원’이라고 기재해도 세금 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련 기사: 검찰 특활비 먹칠 벗기니... 수사기밀은 없고 오남용만 있었다 / https://newstapa.org/article/yfwXB)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장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자체 지침이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과 오남용의 ‘면죄부’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곧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검찰이 구체적인 증빙에 근거해 필요성을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특수활동비는 원칙적으로 전액 삭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취재임선응, 조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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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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