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국방부 설립 고교, 김관진 친인척 교사채용...오비이락?

2015년 05월 06일 17시 34분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에 한민고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부모의 잦은 전근으로 불안정한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는 군인 자녀들을 위해 국방부가 55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해 설립한 학교이다. 한민고는 특목고 못지않은 시스템에다 우수 학생들을 유치해 ‘제2의 하나고’로까지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이 학교를 둘러싸고 의혹 하나가 제기됐다.

2011년 경기도교육청에 제출된 한민고 ‘교원 확보 계획서’에는 과목별 교사 채용 계획이 나와있다. 이 계획서에는 주요 과목이 아닌 00 과목에 대해 개교 1년 후에 담당 교사를 뽑겠다고 돼 있었다.

그런데 개교 전인 2013년 10월에 공지된 교사 채용공고에는 문제의 바로 그 과목도 교사 채용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당초 ‘개교 후 1년 뒤’에 뽑는다고 했으나 실제는 ‘개교 전’으로 1년 이상 채용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학교 설립과정에서 이처럼 교육과정과 교사 채용계획이 변경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이것이 의혹을 낳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렇게 뽑힌 해당 과목의 교사가 공교롭게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친인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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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국방부가 만든 학교에 하필이면 당시 장관의 친인척이 교사로 채용됐기 때문에 혹시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게 바로 의혹의 핵심이다.

개교 앞두고 교사 채용계획 변경 … 김관진 장관 친인척 채용돼

군인자녀를 위한 학교 설립은 군의 숙원사업이었고, 국방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다. 재단격인 한민학원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학교 설립 과정에서 돈이 들어가는 부분에 관해서는 국방부가 통제를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방부 장관은 특수관계에 있는 위치였다.

국방부 장관이 한민고 설립추진단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는지 물어봤는데 관련자들의 말이 엇갈렸다. 교사 채용 당시 설립추진단장이던 장종대 예비역 소장은 학교 설립과정에서 김관진 당시 장관을 만나거나 통화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설립추진단장을 맡았던 전임자는 국방부가 학교 설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김관진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학교 설립과정에서 교육과정이나 교사 수요계획 변경에 문제는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에 관련 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관련 정보가 남아있는 게 없으니 학교로 문의하라고 답했다.

학교 측도 근거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서면으로 입장을 전해왔다. 2011년 설립계획 신청서를 보면, 해당 과목은 개교 첫 해부터 교육과정에 편성돼 있었는데도 교사를 개교 1년 후에 채용한다고 했다면서, 이는 문서 작성자의 실수로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갑자기 교육 과정이 바뀐 게 아니라 설립계획 신청서가 잘못돼 처음부터 수정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파악한 상황은 학교 측 설명과 달랐다. 실제 2013년 교사 채용을 앞두고 2~3달 사이에 계획이 바뀐 것이다. 설립추진단의 ‘교사 채용 계획’은 4단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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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에서 6월 사이 작성된 이 문서에는 교장, 교감 이외에 실무를 책임질 개교준비교사 2명을 먼저 뽑고, 그 뒤 2단계로 국영수 경력교사, 3단계로 일반과목 경력교사, 그리고 마지막에 여러 과목의 젊은 교사들을 뽑는다는 계획이 적혀있다.

그런데 2013년 8월에 작성된 문서에는 국영수 경력교사를 뽑기로 한 2단계에 새로운 과목이 하나 추가됐다. 당초 첫 해에 채용 계획이 없었던 바로 그 과목이었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신설 학교에서 선택 과목 교사를 주요 과목 교사와 동시에 뽑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국방부.학교.재단 모두 “근거자료 없다” … 취재진 면담 꺼려

뉴스타파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거부했다. 재단 측에도 교육 과정 변경 논의와 교사 채용 심사 관련 문서를 확인시켜 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취재진은 학교 앞에서 재단 사무국장을 만났으나, 그는 ‘손님이 있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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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해당 과목 교사와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김관진 실장과 친인척 관계인 것은 맞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실력으로 뽑혔다며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안보실장에게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국방부와 학교, 재단 측이 교육과정 변경 근거와 교사채용 심사기록 등의 자료만 제시하면 이 의혹은 깨끗하게 해소될 문제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하나같이 근거자료 공개를 꺼리고 취재진을 피하면서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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