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CCTV 의혹 검증②] ‘DVR 바꿔치기’, 과연 가능했나
2019년 08월 20일 08시 00분
지난 5월 26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제149차 전원위원회에서는 세월호 진상규명국(조사국)이 작성한 조사결과보고서 2건의 채택 여부가 논의됐습니다.
두 보고서는, 세월호의 좌현 핀안정기와 외벽의 손상이 외부 물체 충돌 때문으로 판단된다는 결론, 그리고 세월호가 급선회하다 쓰러지기 직전 역시 외부 물체 충돌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는 결론을 각각 담고 있었습니다. 운항하던 세월호와 충돌할 수 있는 외부 물체는 사실상 잠수함 뿐이기 때문에 두 보고서를 종합하면 세월호는 잠수함에 부딪혀 침몰한 것이 됩니다.
6명의 조사위원은 4시간 넘는 논의 끝에 두 보고서를 대폭 수정해 재검토한 뒤 오는 6월 1일 다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위원들의 공통적인 수정 요구 사항은, ‘외력’과의 관련성을 기술한 부분을 모두 삭제(강기탁 위원은 “외력 가능성 확인” 기술)하고, 지난 3년 반 동안 조사국이 수행한 관련 조사의 내용과 경과만을 건조하게 서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위원들은 ‘외력’을 언급하거나 관련성을 서술한 내용만 빠진 보고서를 채택한다면 지난 8년 동안 이어져온 세월호 관련 대표적 의혹 중 하나인 ‘잠수함 충돌설’이 국가조사기구에 의해 ‘사실 무근’인 것으로 공식 해소될 수 있다고 믿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렇게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위원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두 건의 보고서를 아예 채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왜 그런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전원위원회에서 강기탁 위원은 두 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사참위가 왜 외력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는지를 설명했습니다.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내인설’(무리한 증축, 과적, 고박 부실, 평형수 부족 등 복원성 취약 상태에서 운항 중 조타장치 고장으로 급격히 우선회하다 침몰)과 ‘열린안’(좌현 핀안정기의 과회전 등 외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추가 조사를 계속할 필요)이라는 두 개의 결론으로 나뉜 종합보고서를 발간했기 때문에 사참위는 이에 대해 의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는 의도했든 아니든 선조위 종합보고서를 잘못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선조위 ‘열린안’ 보고서에 서명한 3명의 위원들 중 권영빈, 이동권 위원은 “외력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장범선 위원(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은 “외력은 없었다”는 입장이 분명했습니다. 장범선 위원은 특히 선조위 내 ‘외력TF’ 내부 보고서를 통해서도, 잠수함이 좌현 핀안정기 부분을 추돌했다고 가정하면 선체가 급선회하는 속도를 조금 키울 수는 있지만 이때 선체의 진행 속도도 증가하게 되므로 AIS 데이터(속도 감소)와 모순된다며 ‘잠수함 추돌 시나리오’는 성립 불가능하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장범선 위원이 ‘열린안’에 서명했던 이유는, ‘내인설’ 보고서 가운데 일부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세월호 복원성 산출 과정에서 4번 평형수 탱크의 자유표면효과를 계산하는 수식에 대한 이견, AIS 항적 데이터의 보정 방식에 대한 이견, 조타장치 고장(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은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방향타가 얼마나 빨리 어느 각도까지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 부족 문제, 좌현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닿을 때 과도하게 회전했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검증 부족 문제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장범선 위원은 큰 틀에서는 ‘내인설’의 시나리오에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들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열린안’에 서명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장범선 위원은 당시 김창준, 김영모, 김철승 위원이 서명했던 ‘내인설’ 보고서가 ‘불완전한 내인설’을 담은 것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종합하면, 비록 선조위 위원 6명 중 3명은 ‘내인설’, 다른 3명은 ‘열린안’에 서명해 둘로 나뉜 종합보고서가 나왔지만, ‘외력 가능성’이 있다고 본 위원은 2명 뿐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세월호 선조위 종합보고서 세부 분석... 사실상 "내인설 4 vs 2 외력설")
따라서 애초부터 사참위가 선조위의 조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했다면 ‘외력’을 가정하고 입증하기 위한 조사 과제들은 배제되는 것이 타당했습니다.
물론 6명의 선조위 조사위원 중 2명이라도 ‘외력 가능성’을 언급했으니 사참위 입장에선 아예 조사를 포기하지 않을 근거가 될 수는 있었습니다. 때론 ‘소수안’이 진실을 담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더구나 ‘외력 불가 4 vs 2 외력 가능’ 결과를 그냥 수용하기엔 전체 ‘표본’이 너무 작다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참위는 출범 직후 조사 과제를 기획하고 설정하는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했을까요? 대한조선학회와 한국해양안전학회 등 권위 있는 국내 조선해양 전문가 집단에게 선조위의 ‘내인설’과 ‘열린안’ 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자문을 요청했어야 합니다. 수천 명의 전문가 회원을 거느린 공신력 있는 학회의 공식 평가를 받아보고도 ‘외력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 마땅히 조사 과제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사참위는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은 채 자체 판단으로 외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침몰 원인’ 관련 용역들이 ‘외력’을 입증하기 위한 것들로 채워졌습니다. 강기탁 위원의 말처럼 ‘선조위 열린안 = 외력 가능성’이라는 잘못된 이해의 결과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애초부터 외력 가능성에 집착하고 있던 이들이 사참위 조사관 그룹의 다수를 점하고 있어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사참위는 올해 초부터야 부랴부랴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회(위원장 정준모 인하대 교수) 소속 교수진 10여 명에게 ‘세월호 침몰 원인’ 관련 조사 내용들에 대한 ‘검토 자문’을 공식 의뢰했습니다. 3년 내내 자체 판단에 따라 외력 가능성 조사를 이어오다가 조사활동 종료 기한을 불과 6개월 남기고서야 진행된 일이었습니다.
대한조선학회는 지난 5월 9일과 18일 등 2차례에 걸쳐 사참위 조사국의 ‘외력’ 관련 조사결과보고서 2건에 대한 공식적인 검토 자문 결과를 제출했습니다. 종합 결론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외력(현실적으로는 좌현 핀안정기 부위에 잠수함의 후방 추돌)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사국 보고서의 세부 내용들에 대한 대한조선학회의 평가를 여기에 일일이 적을 순 없지만, 부실한 조사 시나리오, 비과학적 조사 방법, 비합리적 추론, 비약적 논리들로 가득하다는 혹평을 제출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습니다.
대한조선학회는 지난 5월 19일 사참위 제147차 전원위원회에서 공식 검토 결과를 직접 발표했습니다. 특히 선조위 ‘열린안’ 보고서에 서명했던 장범선 교수도 대한조선학회 자문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잠수함 추돌은 선조위 시절에도 과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것으로 정리한 내용인데 사참위 조사국이 왜 이렇게 잠수함에 집착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참위 김 모 조사관은 “대한조선학회가 지난 3년 동안 사참위 조사 과정에선 가만히 있다가 조사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야 이렇게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나 국가조사기구인 사참위는 ‘독립기구’입니다. 민간 학술단체가 “우리가 자문을 해줄게”라며 먼저 나서는 것도 일종의 독립성 훼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조사를 위해 출범 초기부터 대한조선학회에 공식 자문을 요청해야 했던 건 마땅히 사참위입니다.
5월 26일 전원위원회에서 조사위원들이 ‘외력’과 연관된 서술들을 모두 삭제한 수정 보고서를 요구하고 재심의하려고 한 데에는 결국 대한조선학회의 공식 자문 결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황필규 위원은 ‘수정 의결’ 의견을 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록 침몰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는 사회적 역사적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또한 현 시점에서 부족했고 소임을 다했다고도 볼 수 없지만, 사참위는 (국민 앞에) 조금 덜 부끄럽고 덜 죄송스러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 위원의 말처럼, ‘외력’을 집중 조사해온 사참위가 ‘외력’과 관련된 모든 표현과 기술을 뺀 수정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사실상 침몰 원인에 대해 아무 것도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회적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정 보고서’ 채택이 과연 국민 앞에 ‘덜 부끄럽고 덜 죄송스러운 결론’일지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만약 지금까지 사참위 조사국이 진행한 모든 조사 내용들만 ‘건조하게’ 서술하는 수정 보고서가 채택된다면 ‘세월호 외력설’은 우리 사회 공론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요?
지난해 11월 1일 KBS는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침몰 원인과 관련된 2편의 리포트(50도 꺾인 스태빌라이저...운항 중 충격 가능성,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의 출처는 사참위 조사국의 용역보고서들이었습니다. 한 용역보고서에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좌현 핀안정기가 해저면에 박힐 때 발생하는 힘의 크기를 구해 봤더니 핀안정기를 과도하게 회전시킬 수 있는 힘의 크기보다 작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건조하게’ 담겼습니다. 또 다른 용역보고서에는 세월호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음성을 분석했더니 선체가 급격히 기울기 10여 초 전에 ‘금속과 금속이 부딪혀 긁히며 난 소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역시 ‘건조하게’ 기술됐습니다.
이 보고서들은 ‘외력’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건조한’ 보고서들을 종합한 KBS의 결론은 ‘핀안정기 부분에 외력이 작용’했으며, 현실 가능한 외력은 ‘잠수함’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KBS 입장에서는 사참위라는 국가조사기구가 수행한 용역보고서라는 ‘믿을 만한’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해 얻은 결론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보도의 근거가 된 용역보고서들이 보도 며칠 뒤 사참위의 대한조선학회 특별 세션 현장에서 조선해양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성과 합리성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혹평을 받았다는 점입니다(관련기사: 사참위-KBS가 띄운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학계 "근거 부실" 혹평). 그러니까 자료의 출처는 국가조사기구라는 ‘신뢰할 만한’ 기관이었지만, 자료의 내용은 부실 덩어리였습니다. 부실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고 취재한 끝에 ‘외력’ 결론에 다다랐던 공영방송 KBS의 ‘오보’는 전파를 타고 수많은 국민들의 안방으로 전달됐습니다.
사참위 전원위원회가 요구한 ‘수정 보고서’도 KBS가 인용해 보도했던 여러 용역보고서들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습니다. ‘외력’은 일체 언급되지 않지만 개별적 조사 내용들을 종합하면 결국엔 두고두고 ‘외력설'의 숙주 노릇을 할 보고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오는 6월 1일 제출될 조사국의 ‘수정 보고서’가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식으로 정교하게 작성될 가능성도 아예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사참위 조사위원들은 동일한 우려가 제기되는 다른 보고서에 대해서는 ‘불채택’ 결론을 내렸던 바 있습니다. ‘AIS 조작 의혹’을 비롯한 각종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였습니다.
지난 5월 24일 사참위 제148차 전원위원회에서 조사국은 ‘세월호 참사 관련 증거자료의 조작 편집 의혹 등에 관한 조사결과보고서’를 상정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AIS 항적 데이터 조작 의혹, DVR 바꿔치기 및 수거 영상 조작 편집 의혹, CCTV 영상 파일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였습니다.
이 보고서는 앞서 수 차례 논의를 거쳐 ‘수정’을 요구받은 것이었습니다. 당초 조사국은 모든 사안들에 대해 ‘조작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일관된 기조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미 검찰 특수단과 특검 수사를 거쳐 ‘혐의 없음’ 결론이 났던 사안들임에도 조사국은 ‘조작’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에 조사위원들은 조작으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조작’ 표현 및 조작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서술들을 모두 삭제하고 조사 경과와 내용만을 ‘건조하게’ 담은 수정 보고서를 재심의하기로 했던 겁니다.
그렇게 수정된 보고서에는 분명히 ‘조작’ 관련 기술들이 모두 삭제됐습니다. 그러나 남겨진 세부 조사 내용들을 종합하면 결국은 ‘조작’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보고서였습니다. 결국 조사위원들이 이 보고서를 아예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던 이유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현웅 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내용을 수정해야 되고 결론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불채택’이라는 선택을 통해서 ‘증거 조작이 아니다’라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의미가 있는 우리 위원회의 활동이지, 결론에서는 ‘(조작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내용적으로는) 증거 조작의 여지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저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정된 이 보고서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문 위원의 이 발언과 대비되는 것이 앞서 소개했던 황필규 위원의 발언입니다. 황 위원은 ‘덜 부끄러운 (침몰 원인) 보고서’를 내야 한다면서 ‘외력’과의 연관성만 소극적으로 기술하고 조사 내용은 남겨두도록 수정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조사기구의 가장 부끄럽지 않은 보고서는 문현웅 위원의 발언처럼 지난 수 년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세월호 참사 관련 각종 의혹들에 대한 사실 여부를 명확하고 책임 있게 결론내려 주는 보고서여야 합니다.
사참위 조사위원들은 특별법에 따라 조사국을 지휘 감독해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하는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에 빗대자면 검사와 판사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막중한 자리입니다. 지난 3년 간 조사국을 지휘 감독해온 조사위원들의 입장에서 여러 조사관들이 열정적으로 조사한 내용물과 결과물 전체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조사 과정에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내줬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증거조작 관련 보고서가 부결된 직후 조사관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416가족협의회 집행부도 “조사관의 보고서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정을 바친 조사 결과라고 해도 관련 전문가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내용을 국민 앞에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특별법에 따른 독립적 위상을 갖는 국가조사기구 조사위원들의 책임 있는 결정입니다. 특히 현재 6명의 조사위원 가운데 사참위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위원직에 있는 문호승, 황필규 두 위원은 조사 과제를 기획하고 확정하는 단계부터 관여해 왔던 만큼 ‘책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심지어 현재의 조사국 보고서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지도 못합니다. 조사국의 ‘잠수함 추돌’ 보고서는 지난 5월 12일 사참위 제145차 전원위원회에서 초안이 발표됐습니다. 이날 회의를 현장에서 지켜본 단원고 故 장준형 군의 아버지는 발언 기회를 얻어 절절한 호소를 남겼습니다. “저는 사참위 보고서가 세간의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이 상태로, 납득도 이해도 안 되는 보고서로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됩니다.” 준형 아버지는 선조위 시절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으로 활동하며 선조위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거의 모든 조사 자료를 읽고 공부했습니다. 이런 준형 아버지도 납득시키지 못하는 ‘외력설’ 보고서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 단원고 故 장준형 군 아버지 장훈 씨의 제145차 전원위원회 발언
이제 사참위 조사위원들의 최종 판단에 따라 ‘세월호 외력설’이 사회적 공론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인지 계속 잔존할 것인지가 결정됩니다. 우리 사회는 참사 8년 만에야 세월호 침몰 원인을 확립하고 안전사회로 향하는 첫 발을 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잠수함 충돌 사실을 은폐한 자를 찾아내라는 공허한 구호로 앞으로도 계속 8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게 될까요. 6월 1일 사참위 전원위원회를 무거운 마음으로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정형민 |
편집 | 박서영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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