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라떼'로 키운 채소에서 발암물질 독소 검출

2021년 10월 19일 10시 48분

농작물에 녹조 독성 축적 국내 최초 확인, 상추 잎 6장 먹으면 기준치 초과 

낙동강 녹조 물로 재배한 상추에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그동안 정부는 녹조의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는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강물 속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축적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 확인된 마이크로시스틴 축적량은 상추 1kg에 67.9 마이크로그램으로 상추 잎 6장을 먹으면 WHO가 정한 성인(몸무게 60kg 기준)의 섭취 기준치를 넘게 된다. 몸무게 30kg의 초등학생의 경우 상추 잎 3장을 먹으면 WHO 기준치(1.2ug)를 넘게 되는 셈이다.
상추실험 모습. 낙동강 이노정 근처에서 뜬 녹조물로 5일 간 재배했다.
이번 실험은 지난 8월 녹조가 핀 낙동강 물로 상추모종을 5일 동안 재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상추 재배에 사용한 물은 낙동강 이노정 앞에서 채수했다. 국립부경대학교 이승준교수 연구팀이 상추 재배 물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리터(L)당 600ppb의 마이크로시스틴(MCs)이 검출됐다. 
이 물로 재배한 상추의 마이크로시스틴(MCs) 분석은 국립 부경대 이상길 교수 연구팀이 진행했다. 그 결과 상춧잎에서 녹조의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MCs)은 청산가리 100배 이상의 독성 물질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잠재적 발암물질로 지정한 독소이다. 녹조의 독소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해외에서는 간 독성, 신경 독성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금강 서포양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5035ppb 검출, 농작물 안전 우려

국내 농작물에 녹조 독성이 축적된다는 사실은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농업용수로 재배하는 농작물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8월부터 환경단체와 오마이뉴스,  MBC PD수첩,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추진해온 녹조 독성 측정 결과 농업용수로 쓰는 낙동강과 금강 물에서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과 전북의 매우 넓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금강 서포양수장 앞에서는 5035ppb, 금강 용두 양수장 인근의 물에서는 1509ppb가 나왔다. 금강 뿐만 아니라 낙동강에서도 양수장과 멀지 않은 곳에서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지난 8월 금강의 한 수로에 녹조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환경부는 그동안 녹조 독성이 농작물에 흡수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근거는 2016년 농어촌공사가 주도한 실험이었다. 당시 농어촌공사가 실험에 사용한 농업용수 중 가장 높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24ppb였다. 농어촌공사는 그 실험을 통해 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실험은 벼만 대상으로 했고 비교적 낮은 독성의 용수로 한 실험이어서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환경독성 연구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다는 결과를 확인한 많은 실험이 있는데, 그것을 부정한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24ppb가 아니라 1509ppb의 농업용수로 벼를 재배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가? 노경환 농어촌공사 환경지질처장은 뉴스타파의 질문에 “실험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고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중국 윈난성 뎬츠호(Dian Lake)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MCs) 함유량(μg/L, ppb)이 각각 120 / 600 / 3,000일 때 벼 모종(Seedling)에 2.94 / 5.12 / 5.40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사례가 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뿌리채소, 잎채소 등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축적이 확인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만 할 뿐이며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 또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금강, 영산강 등에 대해 상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등한시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WHO 수상 레저 기준치의 33배 독성 나와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녹조 물을 채취하고 있다.(사진:대구환경운동연합)
녹조가 창궐하는 강에서 행해지는 수상 레포츠 활동에도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달성군이 운영하는 낙동강의 대표적인 수상 레포츠 시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 측정한 마이크로 시스틴의 농도는 675ppb. WHO가 수상 레크레이션을 할 때 ‘높은 위험성’이 있다고 규정한 기준치(high risk limit)인 20ppb의 33배나 되는 수치다. 낙동강 스포츠밸리에서는 환경단체가 육안으로 봐도 심각한 수준의 녹조 샘플을 뜨는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이 수상레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난 8월에 환경단체가 발표한 측정 결과에서 금강의 웅포대교 근처 수상레저 시설에서는 낙동강 스포츠밸리보다 2배 이상 높은 1562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상스키 등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에 빠질 경우 물을 먹게 될 뿐 아니라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에어로졸 형태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성이 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 이후 수면이 넓어지고 물흐름이 느려지자 강 곳곳에 수상레포츠 시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물흐름이 멈춘 4대강에서는 녹조라떼라 불릴 만큼 녹조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녹조 증가에 따라 독성도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은 미약한 실정이다. 1562ppb라는 높은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측정된 금강의 수상 레포츠 시설 관계자는 ‘’8월 보도 이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어느 곳에서라도 점검을 나왔느냐?'’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답해 정부의 녹조 독성 불감증이 어느 수준인지 느끼게 했다. 
청산가리 독성의 100배가 넘는다는 녹조의 독성은 때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지난 2003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17살 소년이 무더위에 친구들과 녹조가 있는 물에 들어가 놀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검시 결과 녹조 독성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매년 반려견들이 주인과 물에서 놀다가 죽는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치도 설정하고 있다. 오레곤 주의 경우 반려견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치는 0.2ppb로 되어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조류경보제 친수활동 구간 늘리겠다"

녹조의 농도를 측정해 물놀이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경보 발령하는 친수구역(물놀이구역)은 전국에서 단 한 곳,  한강 서울 구간에만 설정돼 있다. 그러나 한강보다 훨씬 위험성이 높은 다른 곳들은 최소한의 점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5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정애 장관에게 ‘현재 한강 1군데만 친수활동 조류경보제 구간으로 설정돼 있는데, 국민 건강을 위해 친수활동 구간의 현실화를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장관은 ‘친수활동 구간의 측정 지점도 늘리고 녹조 관련 데이터를 더 많이 공개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작진
취재최승호
촬영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웹그래픽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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