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작동법 1부] ③'최악국회' 일조하는 법사위

2020년 01월 22일 18시 45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1부 :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①10년 전부터 나온 '민식이법'...국회가 외면했다
         ②20대 국회 가결법안, '건수 늘리기'용 15%
         ③'최악국회' 일조하는 법사위

- 편집자 주

강남역에서 사진을 찍었는데요. 한 컷에 5만원 정도 하고 5만원에 플러스로 해서 머리나 헤어 메이크업 추가로 받으면 10만원이 넘기도 해요.

안할 수가 없어요. 다들 하니까요. 안하면 뒤쳐지는 것 같고.


취업준비생들에겐 이력서 사진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된 지 오래다. 풀메이크업에 머리손질, 사진용 의상까지 빌리면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런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서류전형 단계에서 외모로 차별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채용 절차 공정화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법안에는 키와 체중을 적지 못하게 하고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20대 국회 초기인 2016년에 발의된 이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열띤 토론 끝에 통과됐다. 사진 부착 금지가 쟁점사항이었지만 토론 끝에 여야할 것 없이 합의를 이뤄냈다.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도 본인여부 확인 방법과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쟁점사항에 대한 토론 끝에 통과됐다. 고용노동부에서 2007년에 도입한 표준계약서에 이미 사진란이 제외돼 있다는 점과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사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감안됐다. 

법사위, 2년 4개월 붙잡다가 사진금지 조항 삭제 

이 법안은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법사위로 넘어갔다. 그런데 2017년 2월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에서 본인확인 여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아닌지 하는 똑같은 논의가 반복됐다. 이미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내린 부분이었다. 이런 식의 논의가 “체계자구 심사가 맞느냐”는 일부 의원들의 항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첫 심사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두번째 심사가 이어진 것은 그로부터 무려 1년 10개월이 지난 2018년 12월이었다. 

그사이 20대 국회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법사위 심사위원들의 구성이 바뀌었다.

심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본인 확인 여부와 과도한 개입 여부에 대한 겉돌기식 논의가 또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법사위는 수개월 후에 체계자구 심사를 통해 사진 금지 조항과 과태료 부과 조항을 삭제시키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사위로 법안이 넘어온지 무려 2년 4개월 만에 상임위에서 치열한 심사 끝에 여야가 합의한 핵심조항이 빠진채 통과된 것이다.

이 사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정부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하는 여당의 불만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지난 2018년 원내대표 당시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폐지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여당 견제를 위해 관행적으로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야당은 곧바로 반발했다. 당시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여당이 법사위를 무력화시켜 여당의 입맛에 맞는 법안을 마음대로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여당일 땐 “체계자구 심사 없애자”...야당되면 “반대”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로 돌아가면 여야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뀐다. 

지난 2014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는 야당이 법사위를 틀어막고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면서 법사위에서 법안 내용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55명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권성동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내용의 국회법안은 17대부터 꾸준히 발의돼 왔다. 발의 정당은 대부분 여당이었다.

17대 국회 때는 열린우리당이 18대 국회 때는 한나라당이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발의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에 문제가 많아 개선해야한다는 점에선 기본적으로 똑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하지만 여당이 야당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최악의 국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이런 국회시스템은 그대로 둔채,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물갈이를 한다고 국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제작진
취재기자최기훈
촬영기자최형석, 이상찬, 정형민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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