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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작동법 1부] ①10년 전부터 나온 '민식이법'...국회가 외면했다

2020년 01월 22일 18시 45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1부 :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①10년 전부터 나온 '민식이법'...국회가 외면했다
         ②20대 국회 가결법안, '건수 늘리기'용 15%
         ③'최악국회' 일조하는 법사위

- 편집자 주


법안 하나가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일까?

국회에서 통과되거나 통과되지 않는 법안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합당한 이유가 있을까?

뉴스타파는 오는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을 맞아 준비한 기획 보도 <국회 작동법> <1부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편에서 먼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어린이 교통 안전 법안, 이른바 '민식이법'에 집중했다. '민식이법'을 보면 우리 국회가 민생법안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내에 무인단속기 의무 설치, 스쿨존 내 교통사고 유발 시 가중처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어린이 교통 안전을 위한 법이다.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숨진 9살 민식 군의 사고 이후 발의됐다. 선거법 등 패스트 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발목이 잡히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월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사실 '민식이법'은 20대 국회 초반부터 계속해서 발의됐던 법이다. 민식군 사고 이전에 20대 국회에서만 7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2016년에 4건, 2017년에 2건, 2018년에 1건이다.

19대·18대 국회까지 거슬러 올라간 ‘민식이법’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박남춘 의원, 이용주 의원(당시 국민의당)과 이언주 의원(당시 민주당)이 관련 내용인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앞 세 의원의 법안은 스쿨존 내 무인단속기 설치 법안, 이언주 의원의 법안은 스쿨존 내 지정 시절의 주 출입문으로부터 100m 이내 횡단보도에 신호기를 우선적으로 설치하는 법안이었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2017·무인단속기 설치), 민주당 정재호 의원(2017·무인단속기), 손금주 의원(2018·무인단속기 설치)의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잇따랐다.  

그러나 이 모든 법안은 민식 군 사고 이전에는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일단 법안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단계인 상임위(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 단계까지 올라간 법안은 한 건도 없다. 이용득·박남춘·정재호·손금주 의원의 개정안은 발의 후 수년간 아예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았다.  

법안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다. 


이용득·이언주·박명재 의원의 개정안은 행안위에 안건이 상정은 됐지만, 상정만 됐을 뿐 그 이후의 단계를 거치지 못했다. 상임위 상정 이후에는 법안소위 심사, 상임위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첫단계까지만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 안건들은 '민식이법'이 통과되던 지난달 10일에야 '대안반영폐기'의 형식으로 일괄 처리됐다.  

이 같은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은 19대 국회와 18대 국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대 국회(2012년~2016년)에는 민주당 유승희 의원(2013년·스쿨존 내 시속 20km 하향 등), 김윤덕 전 의원(2013년·스쿨존 내 불법주차 금지 등), 함진규 의원(2013년·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시 벌금 상향) 등이, 18대 국회(2008년~2012년)에는 윤두환 전 의원(2008년·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시 벌금 상향), 현기환 전 의원(2010년·무인단속기 설치)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모두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안건 상정은 간사들이 한다기보다 법안소위 위원장의 주도로 이뤄진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20대 국회 전반기 행안위 간사)

간사들이 권한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당시 민주당은 야당이었고, 또 '민식이법'이 다수 의원들의 관심 사안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경찰청에서 예산을 이유로 (해당 법에 대해) 부담스러워 해서 밀어붙일 수 없었다

박남춘 전 의원(현 인천시장·20대 국회 전반기 행안위 법안소위 위원장)

2018년에 행안위로 왔는데, 그때부터 야당의 보이콧이 반복되면서 법안심사소위를 연 횟수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20대 국회 후반기 행안위 간사)

내가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부터는 법안 처리를 많이 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20대 국회 후반기 법안소위 위원장)

어느 상임위나 마찬가지지만 상정 안건은 정부·여당의 관심법안 위주로 상정된다. (20대 국회 후반에는) 민주당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20대 국회 전후반기 간사)

“만일 이전에 법이 처리됐다면 민식이는...”

지난 2013년에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유승희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민식이법이 있기 전에도 어린이 교통사고는 빈번했기 때문에 스쿨존 내에서 시속을 더 줄이고, 도로상의 표시를 분명히 하고 과속방지턱을 만들자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채로 안타깝게 사라져 가버렸다. 여야가 합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민생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되는 속도를 보면 빨라야 1년, 대부분의 경우는 2년, 3년, 4년을 끌다가 계류된다"고 말했다.

2016년에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이용주 의원은 "그 당시(2016년)에 탄핵이나 대통령 선거(2017년) 등 중요한 정치 일정에 (관련 법 처리가) 밀렸다고 볼 수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지금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일을 하면서 하면 욕을 덜 먹지 않겠냐"고 털어놨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사무국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민식이법이 민식군 사고 이전에 통과됐더라면 민식군은 지금 부모님 곁에 있었을 것”이라며 “(민식이법 관련 예산인) 4천 억원이 국회의원들 자기 돈도 아닌데, 이런 법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은 애초에 아동·안전 문제는 그들의 관심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제작진
취재기자강혜인, 최기훈
촬영기자이상찬, 최형석, 신영철, 오준식, 김기철, 정형민
CG정동우
편집박서영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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