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작동법 1부] ②20대 국회 가결법안, '건수 늘리기'용 15%

2020년 01월 22일 18시 45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1부 :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①10년 전부터 나온 '민식이법'...국회가 외면했다
         ②20대 국회 가결법안, '건수 늘리기'용 15%
         ③'최악국회' 일조하는 법사위

- 편집자 주

20대 국회가 사상 최초로 법안 발의 건수 2만 건을 넘겼지만, 법안 처리율은 30%도 되지 않는다. 발의 법안 수가 급증한 만큼 처리율은 떨어졌다. 뉴스타파는 20대 국회가 만들거나 개정한 법안이 얼마나 의미 있는 법안인지 살펴보고자, 정부 발의안을 제외하고 20대 국회의원들이 직접 발의하고 가결한 법안 2,497건을 분석해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봤다.

▲ 20대 국회의원들이 직접 발의하고 가결한 법안 2,497건(2020년 1월 9일 기준)을 표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

‘건수 늘리기’ 법안 390건, 전체의 15%...단순 법안까지 합하면 10건 중 4건

D등급 법안 가운데는 용어 순화 유형이 88건으로 가장 많았다.

‘환수할’을 ‘돌려받을’로 바꾸고, ‘당해’를 ‘해당’으로, ‘잔임 기간’을 ‘임기 중 남은 기간’으로 바꾸는 식이다.

또 ‘국가최고재건회의'가 제정했으나 제5차 개정헌법 시행 이후 사실상 사문화된 법률을 폐지하겠다는 법안이 15건, 바뀐 지명을 아직도 쓰거나 폐지된 법률명을 수정하는 사문화 법률 정비유형이 44건이나 확인됐다. 이런 건수 늘리기 D급 법안은 391 건으로 전체의 15.6%에 달한다.


대한석탄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2017983), 기술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2017975), 무역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2017966),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2017956),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2017955),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일부개정법률안(2017952)의 경우 대상 기관이 모두 달라 법안도 따로 발의됐다. 하지만 위 법안의 개정내용은 대한석탄공사,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 등 기관마다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을 명시"하라는 간단한 조문이 동일하게 추가된 것 뿐이다.

이렇게 단순한 조문을 추가하거나 법적인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C급 법안은 554여 건으로 전체 가결법안의 22%다.

▲ 개정하려는 법안명은 모두 다르지만, 개정내용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을 명시"로 동일하다.

건수 늘리기 법안과 단순 법안을 합하면 945건으로 전체 가결법안의 38%나 된다. 20대 국회가 만든 법안 10개 가운데 4개는 큰 의미를 두기 힘든 법안인 것이다.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거나 민생에 영향이 큰 A급 법안은 345건으로 오히려 D급 건수 늘리기 법안보다도 적었다.

뉴스타파가 직접 분류한 건수 늘리기, 단순 법안 945건은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포털 링크)

중요·쟁점 법안 밀리고 단순·무쟁점 법안 통과되는 국회 시스템

법 조항의 문구를 바꿔 용어를 순화하는 것도 국회의 할 일 가운데 하나지만, 앞서 보도([국회작동법 1부] ①10년 전부터 나온 '민식이법'...국회가 외면했다)했듯 국민이 수년째 호소해도 국회로부터 답을 듣지 못하고 있는 법도 많다. 국민이 기다리는 법안보다 문구 하나 고치는 법안이 더 빨리 더 많이 통과되는 이유는 현재 국회의 시스템 때문이다.

“어제(1월 9일)도 저희가 근 200건을 하루 저녁에 방망이 두드리잖아요. 거기 한 50, 60건은 제가 볼 때는 자구 한개 고치는 거예요. 한자 표현을 우리말로 바꾸자.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로 바꾸자. 그것도 법안 개정안이에요. 이런 게 부지기수로 많거든요. … 시끄럽게 토론하고 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수가 동의한 합의안을 만들어내라는 게 국회의 원뜻인데 쟁점 없는 것만 통과시키는 건 국회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볼 수 없는 거죠.”

이철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소관 상임위와 법안소위를 통과해야하고, 법사위 체계 자구 심사라는 관문을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수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각 단계를 넘기도 꽤 까다롭다.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가려면 여야 교섭단체 간사 간 합의가 필요하고, 법안소위나 법사위는 만장일치로 합의가 돼야 통과가 가능하다. 1명이라도 반대하면 통과되기 쉽지 않다.

20대가 통과시킨 법안 가운데에는 여야 간에 합의가 쉽고 쟁점 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작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쟁정이 많은 중요한 법들은 이런 법들 때문에 뒤로 밀리거나 논의가 이뤄져도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계류되는 경우가 많다.

“여야 대표 간의 합의에 의해서 중요한 쟁점 법안이 타결되는 거죠.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되고 이건 어떻게 하자. 그래서 그 법안이 통과가 되고 나면 나머지 법안은 사실은 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들도 관심이 없고 국민들도 관심이 없고 언론도 관심없는 법안들이 그냥 거기에 묻어서 통과가 되는 거죠.”

강원택 /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제작진
취재기자최기훈, 강혜인, 연다혜
촬영기자김기철, 정형민, 신영철, 오준식,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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