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밤 새는 야간 노동자에게 시급 덜 준다

2023년 08월 29일 16시 00분

쿠팡이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주간 노동자보다 낮게 책정하는 '임금 차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간 근무 수당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뉴스타파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 확인해 보니 쿠팡이 이런 식으로 아낀 돈은 지난 4년간 최소 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쿠팡, 야간 노동자에게 주간보다 '더 낮은 시급' 책정

쿠팡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인 쿠팡 풀필먼트의 2023년 현장직 시급 자료에 따르면, 입사 12개월 이하 계약직 FC 노동자의 주간조 시급은 9,760원, 13개월 이상은 1만 원이다. 하지만 오후조의 시급은 12개월 이하가 9,660원, 13개월 이상이 9,850원이다. 주간조보다 각각 100원, 150원이 낮다. FC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입고, 출고, 재고관리 업무를 하는 직군을 통칭한다. 
상하차 업무를 하는 직군인 허브(HUB)는 차이가 더 심하다. 12개월 이하 주간조 계약직 시급이 1만 1,160원, 13개월 이상은 1만 1,400원인데 반해 오후조는 12개월 이하가 1만 590원, 13개월 이상은 1만 780원이다. 야간조 시급이 주간조보다 각각 570원, 620원이 적다.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일하는 심야조(Night)는 시급이 더 줄어든다. 12개월 이하가 1만 510원, 13개월 이상이 1만 690원으로 주간보다 650원, 710원씩 덜 받는다.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깎는 '임금 차별'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쿠팡은 2020년부터 일관되게 야간 시급을 주간 시급보다 낮게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에도 FC 직군만 주간·야간·심야조 시급이 동일했고, 허브(HUB) 직군에서는 야간조 시급이 더 적었다. 
쿠팡은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주간, 야간 시급을 차별하고 있다. 밤을 새가며 같은 업무를 하지만 야간조의 시급이 주간조보다 더 적다. 

늦은 밤일수록 더 낮아지는 '쿠팡 시급'

쿠팡이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깎는 것은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라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근무에는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야간 근무 수당을 줘야 한다. 이 50%는 시급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시급을 깎으면 야간 수당도 감소한다. 야간 수당을 줘야 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심야조(밤 9시~새벽 6시 근무)에 대한 임금 차별이 가장 심한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시급을 줄이면 연장근무 수당 등 다른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쿠팡 고양 물류센터의 '2023년 계약직 물류사원 면접자 안내사항' 자료를 보면, 일반(FC)·허브·지게차 등 전 직군에서 오후조(야간)는 주간조보다 기본급만 적은 게 아니라 연장 근무 수당도 적었다. 자료로 확인되진 않지만, 낮은 시급은 퇴직금과 연차 수당 등에서도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야간 노동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2A 발암물질(인간에 대한 발암 추정 물질)이다. 뇌졸증·뇌경색·심근경색 등 각종 뇌심혈관계 질환과 수면 장애, 우울증 등도 유발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야간 근무를 연속 3회 넘게 시키지 말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쿠팡은 근무 형태를 짜며 야간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는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매주 4~5회씩 연속 야간 근무를 해야 한다. 새벽배송 물량이 몰리는 야간의 노동 강도는 주간보다 높고, 유급 휴게시간은 딱 한 번 10~20분에 불과하다. 연장 근무도 빈번해 전문가들은 '매우 위험한 근무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뉴스타파가 집계해 보니, 지난 4년간 쿠팡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13명(외주업체 소속 포함) 중 9명이 야간 노동자였다. 이중에는 27살 청년도 있었다. 
야간 노동은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 뇌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수면 장애 등도 유발할 수 있다. 쿠팡은 이런 야간노동을 매일 시키면서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시급을 깎는 '임금 차별'을 하고 있다.  

'임금 차별' 꼼수로 아낀 돈, 지난해 최소 95억 원 추정

그렇다면 쿠팡은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적게는 100원, 많게는 700원씩 깎아 총 얼마의 인건비를 아꼈을까? 취재진은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해봤다. 
계산에 앞서 취재진은 최대한 쿠팡에 이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4가지 가정을 세웠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연장·공휴일 근무, 야간 수당을 가장 많이 받는 심야조의 존재 등을 배제했다. 주·야간 시급 차이가 가장 큰 허브 노동자의 비율도 최소로 설정했다. 가정은 다음과 같다. 
① 모든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 노동자는 입사 12개월 이하다. ② 모든 물류센터의 직군 비율은 FC 9/10, 허브 1/10이다. ③ 야간 노동자는 심야조 없이 오후조만 있다. ④ 모든 쿠팡 물류센터는 1일 8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연장·공휴일 근무는 없다. 
계산 결과, 주간조보다 시급 100원이 적은 FC 입사 12개월 이하 야간조 노동자는 주간조와 시급이 동등할 때와 비교해 월급이 2만 6,350원만큼 줄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31만 6,200원이다. 야간조 시급이 570원 적은 허브 노동자의 경우 월급 감소액은 15만 195원, 연봉 감소액은 180만 2,340원이다. 
이 31만 6,200원과 180만 2,340원은 쿠팡이 야간 노동자에게 줬어야 했지만, 시급 차별을 통해 주지 않은 돈이라 할 수 있다.
쿠팡 야간 노동자가 주간 노동자에 비해 시급 100원과 570원을 덜 받을 때 월급과 연봉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계산했다. 시급이 100원 적을 때 월급은 2만 6,350원, 연봉은 31만 6,200원 적었다. 시급이 570원 적을 때 월급은 15만 195원, 연봉은 180만 2,340원 적었다.  
쿠팡이 이런 식으로 아낀 인건비 총량을 계산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쿠팡에서 일하는 야간 인력 규모를 확인했다. 전국 쿠팡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진행된 야간 작업자 특수건강진단 자료를 활용하니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는 '최소 2만 643명'이었다. (참고 :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② 당신이 잠든 사이...노동자는 병든다) 2만 643명 중 90%가 FC, 10%가 허브라는 ②번 가설을 적용했다. FC에서 약 58억 7,400만 원, 허브에서 약 37억 2,000만 원의 돈을 쿠팡이 절약했다는 계산이 나왔다.
정리하면, 쿠팡은 야간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차별'로 지난해에만 최소 95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던 것이다.  

쿠팡, 야간노동 임금 깎아 4년간 최소 318억 원 아꼈다

쿠팡의 야간 임금 차별은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취재진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쿠팡이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깎아 아낀 연도별 인건비도 계산해 봤다. 
2020·2021·2023년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 수는 국민연금공단의 쿠팡풀필먼트 근로자 수 자료를 참고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추산하니 2020년 인건비 절감액은 약 56억 2,000만 원, 2021년 약 102억 3,000만 원, 2023년은 약 64억 원(8월까지)이었다. 결국 쿠팡은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야간 노동에 대한 임금 차별을 통해 최소 318억여 원을 아낀 셈이다. (기사 하단 '임금 차별' 계산법 참조)
쿠팡 풀필먼트의 영업 이익은 지난해 약 364억 7,000만 원, 2021년 약 78억 2,000만 원이었다.  

'시급 차별' 알면서도 야간노동 선택하는 쿠팡 노동자들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들도 임금 차별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야간 수당을 더하면 임금 총액이 주간보다 훨씬 높아져 차별을 감수하고라도 야간 노동을 택한다. 야간 수당이 없는 주간조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뉴스타파는 지난 17일 <쿠팡은 바뀌지 않는다 ② 당신이 잠든 사이...노동자는 병든다> 보도에서 수많은 쿠팡 노동자가 야간 노동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야간조로 가는 이유는 '쿠팡의 저임금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쿠팡 물류센터 직원 대다수인 FC 직군의 올해 시급은 주간조 9,760원으로 최저시급보다 140원 높다. 1개월 동안 모두 출근하고, 지각·조퇴가 8시간 미만일 때만 받는 '만근 보너스' 10만 원을 더해도 월급은 세전 약 210만 원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자들은 시급은 적더라도 야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야간조로 향한다. 고양 물류센터 자료에 따르면, FC 오후조(야간)는 주간조보다 기본급은 적지만, 야간 수당을 더하니 총급여는 51만 원 많아졌다. 허브도 야간 수당을 고려하면, 주간조보다 급여액이 46만 원 많다. 
쿠팡 물류센터 주간조의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시급이 낮아도 야간 수당을 고려하면 야간조의 월급 총액이 훨씬 크다. 이로 인해 쿠팡 노동자들은 '임금 차별'의 존재를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야간 노동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정성용 쿠팡 물류센터 노동조합 지회장은 "야간 시급이 더 낮은 문제에 대해 이미 회사에 몇 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요지부동이다. 회사는 알고 있는 것이다. 돈이 급해서 야간 근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계속 있다는 걸 말이다.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는 야간 시급이 적은 게 아무리 부당하다고 해도 '너 그럼 주간조로 갈래? 아니면 여기서 야간 수당이라도 받을래?'라고 물으면, 선택권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도 쿠팡처럼 야간 시급을 깎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다이소와 우체국 물류센터의 경우 주·야간 시급은 동일했다. 마켓컬리는 직접 확인이 어려웠지만, 채용 공고에 나온 급여액을 토대로 계산해보니 주·야간 시급에 차이가 없었다.
현직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인 이 모 씨는 "다른 중소 물류센터에서도 야간조 시급이 더 낮은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1위 기업이라는 쿠팡도 그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직원 대부분도 야간조가 밤도 새야 하고, 일도 더 많은데 왜 시급은 낮은지 의아해 해요. 매년 그래왔으니까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차별하는 거잖아요. 법정 야간 수당 1.5배는 무조건 줘야 하니까 그 돈이 아까워서 기본 시급을 줄였겠죠. 다들 불만이 있어도 참고 있어요. '왜 시급 더 낮게 주느냐'고 불만을 제기하고 주간조로 옮기면, 야간 수당을 포기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돈만으로는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거든요.

이 모 씨 / 현직 쿠팡 물류센터 야간 노동자
공공운수노조 정재은 선전국장은 "동일 직군에서 이렇게 시급을 차별하는 건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쿠팡의 노조 조직율이 낮다는 점을 이용해 사측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쿠팡에 서면 질의서를 보내 "야간 노동자에게 더 낮은 시급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쿠팡은 답하지 않았다. 

쿠팡이 '임금 차별'로 아낀 돈 이렇게 계산했습니다.

● 시급 깎인 야간 노동자의 임금 감소액 어떻게 구했나?

쿠팡 FC 12개월 이하 계약직 주·야간 노동자의 시급 차이는 100원입니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정 근로시간인 209시간을 곱하면, 시급이 100원 줄며 월 기본급은 얼마나 감소하는지 나옵니다. '2만 900원'이죠. 
끝이 아닙니다. 시급을 100원 덜 받을 때 야간 근무 수당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도 계산해야 합니다. 쿠팡 오후조의 근무시간은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 이중 밤 10~11시는 무급 휴게시간(식사시간)입니다. 법정 야간 수당은 밤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근무시간에 적용됩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쿠팡의 오후조 야간 노동자에 대해선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5시간에 한해 야간 수당 50%가 가산됩니다 1주일로 치면 25시간이죠. 1달은 통상 4.345주로 계산하니 1달이면 109시간입니다. 100원 X 109시간 X 50%를 하면, 야간 수당 감소액은 5,450원입니다. 결국 FC 오후조는 주간조보다 시급을 100원 덜 받으면서 기본급과 야간 수당에서 월 2만 6,350원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죠.
같은 계산식을 주간조보다 시급이 570원 적은 쿠팡 HUB(허브) 노동자들에게 대입해 보니, 시급이 동등할 경우와 비교해 월급이 11만 9,130원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쿠팡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해도, 월 2만 6,350원, 혹은 월 11만 여원이 엄청난 차이이자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쿠팡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 계산하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쿠팡은 이미 국내 기업 중 3번째로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임금 차별' 인건비 절감액 4년간 318억... 어떻게 구했나?

뉴스타파는 쿠팡풀필먼트의 야간 작업자 대상 특수건강진단 자료를 통해, 2022년 쿠팡 야간 노동자의 규모가 최소 2만 643명이라고 추산했습니다. 
그리고 이 수치(2만 643명)에 국민연금공단의 쿠팡 풀필먼트 전체 근로자 수 자료를 대입해 계산해 보니, 쿠팡 물류센터의 야간 노동자 수는 2020년 1만 2,093명, 2021년 2만 2,014명, 2023년 2만 643명 정도로 추산됐습니다.(2023년 근로자 수는 공식 집계 자료가 나오지 않아 야간 노동자 규모를 2022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이 수에 줄어든 야간 노동자 인건비를 곱해 계산해 보니 엄청난 금액이 나왔습니다. 2020년 56억 2,000여만 원, 2021년 102억 3,000여만 원, 2023년(8월까지만) 63억 9,000여만 원입니다.
결국 쿠팡이 야간 노동자의 시급을 차별해 아낀 인건비가 4년간 최소 약 318억 4,000만 원에 이른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별것 아닌 '시급 100원, 570원 차이'가 쿠팡에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온 것입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홍여진 신동윤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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