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국회작동법] 2부 ②'입법 공해'에 질식 당한 국회

2020년 01월 30일 18시 26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2부 : ‘법 같지 않은 법’
         ①20대 국회 '입법왕'의 황당한 법 407건 
         ②'입법 공해'에 질식 당한 국회 
         ③정례회의 싫은 의원들...식물국회 되풀이 

- 편집자 주

황주홍, 박광온, 이찬열, 김도읍, 박정, 이명수, 김종회, 김승희, 송옥주, 김관영.

뉴스타파는 20대 국회 최다발의 의원 10명의 대표 발의법안 2,760건을 각각 살펴봤다.  

이들 10명이 대표발의한 법안 건수는 16대 국회 전체 의원이 발의한 법안 2,500여 개 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를 통해 급증하고 있는 ‘법 같지 않은 법’이 국회 안에서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살펴봤다. 

20대 국회 입법왕 10명 대표발의 법안 66%는 ‘건수 늘리기’, ‘단순 조문 추가' 유형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3%에 불과한 이들 10명이 발의한 법안은 2,760건으로 전체 법안의 12.8%에 달한다. 그중 갖가지 건수늘리기형 법안은 10명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30%인 900건이 넘는다. 단순 조문 추가형 법안까지 합하면 66%인 1,819건으로 중요법안은 10개 중 3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 20대 국회 최다 발의 상위 10명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2,739건(결의안, 징계안, 사임안 등 제외)을 분류했더니, ‘건수 늘리기’ 법안과 ‘단순 조문 추가’ 법안이 전체의 6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유형은 같은 내용을 개별법안마다 똑같이 집어넣는 ‘복사-붙여넣기' 유형이다.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자는 법안만 사흘동안 219개를 만든 황주홍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국회작동법] 2부 ①20대 국회 '입법왕'의 황당한 법 407건).

각종 정부관련 위원회의 민간위원을 ‘공무원으로 보도록 한다'는 이른바 공무원 의제 조항도 단골 메뉴다. 황주홍 의원(민주평화당)이 35건, 김종회 의원(대안신당)이 45건의 법안을 이런 식으로 발의했다.  

이렇게 복사해 붙여넣은 듯한 이 유형으로 10명의 의원이 모두 471건의 법안을 만들어냈다. 

‘당해'를 ‘해당'으로, ‘내구연한'을 ‘사용 가능 햇수'로, ‘각기'를 ‘각각'으로, ‘각별'을 ‘각자에게'로 용어 하나씩만 고치는 법안도 많다. 황주홍 의원은 61건, 이찬열 의원(바른미래당)은 15건, 박광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4건이었다. 박 의원은 자신의 법안 388개 중 29.3%, 10개 중 3개가 용어 순화만을 목적으로 한 법안이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부터 법률에 일재 잔재식 표현이 많이 남아있다는 비판이 있어 일괄 변경한 것”이라 설명했다. 

사문화된 법안이나 법조항을 찾아 정비하는 유형도 많았는데 김종회 의원 41건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 54건이 이에 해당했다. 이명수 의원의 경우 전체 발의법안이 210건인데 10건 중 4개가 이런 유형의 법안이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조직이 바뀌거나 예전 법이 바뀌었을 때 자동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전무해 발의를 하게 됐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직접 분류한 ‘발의건수 top 10 의원’의 건수 늘리기 법안 913건은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포털 링크

20대 국회 발의건수 역대 최고지만 법안심사 효율성 ↓ 비용은 ↑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건수(의원발의기준)가 역대 최고인 21,427건(1월 23일 기준)을 기록했지만, 법안심사의 효율성을 떨어지고 그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법률 입안을 지원하는 법제실에 입안을 의뢰한 법안은 42,182건(2019년 12월 31일 기준)이다. 19대 29,302건보다도 1만 여건 이상 증가했다.  


국회 사무처 법제실의 경우 법제관 1인당 업무부담은 1년간 18대 62건에서 20대 190건으로 급등했다. 국회 차원의 입법지원인력도 늘어나 국회 상임위 소속 직원과 사무처 법제실 직원이 16대 273명에서 20대 국회에는 415명으로 늘었다. 인건비도 같은 기간 200억 원이 증가했다.

민생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이 늘어나고 또 이를 지원하는 인력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인력이 늘어난 이유가 ‘법 같지 않은 법’, ’건수 늘리기용 법안’ 때문이란 사실이다.

법안처리 건수는 이미 국회의 처리능력을 넘어선지 오래다.

제윤경 의원실 자료를 보면 19대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 상정) 한 번 받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은 15,244건 중 7,125건으로 전체의 46.74%에 달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더 악화됐다. 20,991개 법안 가운데 11,044건인 약 53%가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도 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해있다. 절반 정도가 심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된 안건이 제대로 심사되는 것도 아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번에 처리해야할 법안이 5-60개로 워낙 많다보니 법안심사 소위에서 심사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의원들조차 ‘입법 공해'라 지적하지만...실적·공천 평가 때문에

법안을 심사하던 의원 조차 ‘입법 공해’라며 한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의원들 스스로 ‘입법 공해'라 자인하면서도 무리해서 발의 건수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가 만난 한 20대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의정보고서에 성과를 싣기 위해선 발의 건수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공천 평가에 법안 발의실적을 반영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원실 보좌관의 설명도 있었다. 실제로 실적 평가 마감이었던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의법안만 500여 건이 한꺼번에 몰렸다.


처리한계를 넘어서는 수만 건의 법안을 건수를 늘리기 위해 실적용으로 쏟아내고 난 뒤,

그 절반 가까운 법안을 심사도 못하고 폐기하는 국회.

‘입법 공해’에 질식당한 국회의 현주소다.

제작진
취재기자최기훈, 강혜인, 연다혜, 김새봄, 강민수
촬영기자신영철, 이상찬, 오준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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