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작동법] 1부 '최악의 국회'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2020년 01월 22일 18시 45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2부 : ‘법 같지 않은 법’ - 편집자 주 |
‘역대 최악의 국회’,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던 19대 국회.
4년이 지난 지금, 20대 국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임위별로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법안심사를 거쳐야 한다.
뉴스타파는 19대 국회와 20대 국회의 법안심사 소위 개최 일수를 전수 분석해 비교했다.
19대 국회에서 정보위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에서 법안심사 소위를 개최한 총 일수는 662일로 상임위 당 1년에 평균 11일을 회의했다. 한 달에 1번도 채 열리지 않은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정보위를 제외한 16개 상임위의 법안심사 소위 개최 일수는 지금까지 665일로 1개 상임위 당 1년에 평균 10.3일을 열었다. 19대 국회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아직 20대 국회 임기가 4달 정도 남아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리해야할 법안 건수가 가장 많은 상임위는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 국토교통위 순이다. 이 3곳을 살펴봤더니 행안위의 경우 1년 평균 10.5일에서 15.5일로 20대 국회에서 조금 늘었지만 보건복지위는 오히려 줄었고 국토교통위는 제자리 걸음 수준이었다.
19대에서 2429건(정부발의 포함)의 법안을 처리해야했던 행안위는 1536건(63%)을 결국 처리하지 못하고 폐기했다. 20대 국회에서도 행안위에는 3177건의 법안이 쏟아졌는데 이런 식이라면 2474개(78%)의 법안이 처리하지 못하고 폐기될 수밖에 없다.
전체 상임위로 범위를 넓혀보면 19대 국회에선 만 건이 넘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선 그보다 6천 건이 늘어난 만 6천여 건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법안 건수가 20대 국회에서 6천 건이 늘었는데 딱 그만큼 더 폐기될 법안이 늘었으니 20대 국회는 폐기될 법안 6천 건을 더 만들어낸 것과 같다. 헛일을 한 것이다.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씻어버리기 위해 20대 국회는 출범하자마자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를 꾸려 국회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국회의장 직속으로 여야 교섭단체에서 추천한 외부인사로 국회혁신자문위원회도 구성해 국회 개혁안을 내놓았다.
그 결과 법안심사 소위를 월 2회 이상 열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이 지난해 통과됐다.
그러나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17일 전과 후를 나누어 소위가 열렸던 횟수를 비교 조사했더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행정안전위원회만 월 2회를 간신히 맞추었을 뿐 나머지 상임위는 모두 국회법에 규정된 법안소위 개최 일수를 지키지 못했다. 법제사법위와 문화체육관광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는 오히려 ‘일하는 국회법’ 시행 이전보다 더 회의를 열지 않았다.
강제규정이 아닌데다 벌칙도 없다보니 의원들 스스로 열심히 일하자며 법을 만들어놓고도 지키지 않게 된 것이다.
법안이 워낙 몰리니까 법안심사를 한달에 두번이상 열어서 하게 돼 있어요. 이걸 안해요. 회의를 열고 안 열고를 정당 간의 정쟁의 거리로 만드는 거예요.
회의 참석의 의무는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국회의원의 의무거든요. 의무사항을 쟁점으로 하면 안되죠.
원래 국회혁신자문위가 제시했던 국회법 개정안은 ‘법률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는 매주 1회 이상 개회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이었다.
그런데 국회 운영제도개선소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의원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일부 의원들이 반발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반발이 특히 심했다.
결국 ‘매주 1회 이상’은 ‘매월 2회 이상’으로 완화되었고 ‘개회하여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개회한다’는 선언적인 문구로 타협이 이뤄지게 됐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던 20대 국회는 정례회의가 싫은 의원들 때문에 19대 국회와 같은 ‘최악의 식물국회’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취재기자 | 최기훈 |
촬영기자 | 최형석, 이상찬, 정형민 |
편집 | 정지성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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