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국회작동법] 2부 ①20대 국회 '입법왕'의 황당한 법 407건

2020년 01월 30일 18시 26분

뉴스타파 총선기획 프로젝트 <국회작동법>

매번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회. 뉴스타파는 국회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렇게 항상 욕을 먹는지 실상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연속보도합니다.

2부 : ‘법 같지 않은 법’
         ①20대 국회 '입법왕'의 황당한 법 407건 
         ②'입법 공해'에 질식 당한 국회 
         ③정례회의 싫은 의원들...식물국회 되풀이 

- 편집자 주

"법 같지도 않은 법들을, 2만 몇 건이 말이 됩니까, 그게?"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외마디 뼈있는 일갈이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왔을 법한 이 말은 다름 아닌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석상에서 나온 말이었다.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 지난해 11월 28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 재구성. 그래픽 : 이도현

국회 운영위 회의 석상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0대 국회 들어 법안 심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을 하자 유 사무총장이 되레 법 같지도 않은 법이 너무 많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실제 유 사무총장의 지적대로 20대 국회의 법안 발의 건수는 사상 최다다. 16대 국회부터 꾸준히 증가해오던 법안 발의 건수는 20대 국회 들어 2만 1400여건에 이른다.  

물론 양이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의 '입법왕',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20대 국회 동안 발의한 법안을 뜯어보면 어떻게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이렇게 폭증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입법왕 황주홍 의원 발의 법안 전수 분석

20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수로 '1위'인 황 의원의 20대 국회 대표발의 건수는 696건(2019년 말 기준)이다. 20대 국회 전체 의원 평균 발의 건수가 약 71건 정도이니 9배 이상 많은 것이다. 

2위인 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대표발의 건수가 387건임을 고려하면, 황 의원의 법안 발의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황 의원의 법안 대표발의 건수는 140건이었다. 20대 국회 들어 약 5배가 증가한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뉴스타파는 황 의원이 20대 국회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 696건을 전수 분석했다.  

먼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바로 '유리천장위원회' 법이다. 회사나 기관 등 조직 내에서 여성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이른바 ‘유리 천장’을 없애기 위해 조직 안에 '유리천장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이다. 특이한 점은 이것을 모든 공공기관 관련 법마다 개벌적으로 개정안을 냈다는 것이다. 예컨대 '태권도진흥재단'에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황 의원이 제출한 '유리천장위원회' 법만 모두 219건. 219건이 3일 동안 전부 발의됐다.  

61건의 '한글화' 법안도 있었다. 법안에 한자어, 일본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개정안이다. 한자어 '가무(歌舞)'를 ‘노래·춤’으로 바꿔야 한다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 등이 이에 해당된다.  

696건 중 407건이 단순 법안 

이밖에 '미혼'을 '비혼'으로, '헌병'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등의 ‘용어변경’ 법안이 12건, 형법 개정에 따른 법적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단순법률정비' 법안이 4건, 같은 법인데 조항마다 쪼개서 발의한 법안이 17건, 철회 법안 6건, 이른바 ‘복붙’ 법안이 88건이다. 이런 식의 법안을 모두 더하면 407건이 된다.  

물론 황 의원의 발의법안 가운데 제정법 3건을 포함해 171건은 대안 반영되거나 수정돼 본회의를 통과했다(2019년 12월 23일 기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가운데 건수 늘리기용 법안이 79건, 또 단순 법안인 51건을 합하면 75% 정도는 중요도에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운 법안이었다.  

뉴스타파가 직접 분류한 황 의원의 건수 늘리기 법안 407건은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데이터포털 링크

법안마다 작성돼야 하는 검토보고서, 내용은 비슷 

문제는 이런 식의 법안 발의가 결국 입법 능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단적인 예가 ‘유리천장위원회’ 법 관련 각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상임위에 상정되면 소관 상임위의 입법조사관들은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는 ‘복붙’ 법안과 단순 용어순화 법안에도 모두 해당된다.  

‘유리천장위원회’ 관련 법은 200여 건이 거의 모든 상임위에 회부됐다. 각 상임위의 검토보고서에는 ‘유리천장위원회’ 법안에 대해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개별적으로’ 발의할 것이 아니라 ‘양성평등기본법’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서 발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담겨있다. 

입법체계 상 통일성을 기하고 효율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유리천장위원회 설치를 개별법에 규정하는 것보다 「양성평등기본법」등 일반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음

‘유리천장위원회’ 법 관련 기재위 검토보고서

339개 공공기관의 개별 근거 법률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기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규정하여 모든 공공기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도록 기본원칙과 더불어 개별 기관의 특성을 반영하는 사항을 규정하는 방안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봄

‘유리천장위원회’ 법 관련 교육위 검토보고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일반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민간영역에까지 적용되는 「양성평등기본법」에서 유리천장위원회에 관한 내용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입법방향이라고 봄

‘유리천장위원회’ 법 관련 문체위 검토보고서

▲ ‘유리천장위원회' 관련 법에 첨부된 문체위 검토보고서. 이와 비슷한 내용이 다른 상임위의 검토보고서에도 동일하게 담겨있다.

황 의원 측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양성평등기본법이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통일적으로 적용하기에는 공공기관마다 특성이 있어 국회 법제실과 협의 하에 개별적으로 발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법 4관왕의 대기록”...황 의원 띄워준 언론

그래도 언론에서는 황 의원을 추켜세웠다. 황 의원이 ‘유리천장위원회’ 관련 법을 몰아 냈던 2018년 12월 10일,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에 황 의원의 지역구 언론에서는 황 의원을 ‘입법 4관왕'으로 묘사하며 보도했다. 이밖에 황 의원은 각종 단체에서 국회의원에게 주는 상도 다수 받았고, 자신의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홍보했다.

▲ 무등일보, 전남일보, 남도일보, 광남일보 등에서 작성한 황 의원 관련 보도. (출처 : 황 의원 웹사이트)

▲ 황 의원이 개인 SNS에 업로드 한 게시물. (출처 : 황 의원 SNS)

황 의원실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우리 의원실에서는 법 조문의 단어 하나를 고치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황 의원은) 대표발의 건수로 보면 기네스북에 올라가야 한다. 국회의원의 입법을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해야 한다고 하는데, 질적으로 어떻게 평가할지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 의원은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남겼지만 받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강혜인, 최기훈
데이터연다혜
촬영김기철, 이상찬, 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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