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사이렌과 방독면

2012년 05월 26일 07시 15분

<기자>

지난 22일 원전사고 피해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발표회장. 갑자기 원전지역 주민보호를 위한 방재대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병호 영광원전 방재환경팀장] “혼란을 초래하거나 이런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전체훈련을 영광원전본부만 해도 연간 3회씩 하고 있고, 부분 훈련을 총 11번 하고 있습니다.”

[오경미 영광군 주민] “저는 홍농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한 번도 대피나 이런 방재대책 훈련을 받아본 역사가 없다, 그러면 지역 주민들한테 11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어디다 깨알 같이 붙여가지고 모르게 하는지 모르겠는지 받은 적이 없고요..”

방사능 노출 등 중대사고에 대비한 원전지역 주민들의 방재대책.

[이병호 영광원전 방재환경팀장] “방독면 지급은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 몫이고요 비상계획구역이라고, ‘EPZ'이라고 부릅니다. Emergency Planning Zone이라고 부르는데 8에서 10km정도 되는데, 그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상시복용할 수 있는 갑상선 방호약품(요오드정)을 저희가 다 구비하고 있고, 일반 사고 이후에 16km정도까지 넓힐 계획으로....”

실제론 어떨까. 먼저 영광원전에서 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역.

[영광군 마을 주민] (안녕하세요 저 방송국에서 왔는데요 한 가지만 여쭤보려고요. 원자력 발전소 들어선 다음에 무슨 뭐 대피훈련 같은 거 해보신 적 있으세요?) “대피훈련이요? 안 했어요.” (사고났을 경우 어떻게 대피하고 이런 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세요?) “네.”

이번엔 영광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주양녀 (77) 영광군 주민]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실태조사 나왔어요. 한 가지만 여쭤보려고. 대피 훈련이나 소방훈련 같은 거 받으셨어요? “그런 훈련을 받았어? 나는 나가본 적 없어.” (그럼 어떻게 대피하고 이런 거 전혀 교육 받은 적 없으세요?) “없어라우. 그런 것은 안 받아봤어.”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방독면만요, 그것만 식구수대로 나눠줬어요. 어디로 대피하라, 뭐 해라 아무 교육도 안 받고 그런 건 없었어요.”

주민들은 지급받은 방독면을 보여줬습니다.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여기 있어요. 이게 그거에요.” (아, 이거~) “네.” (이걸 받으셨구나.) “네” (이게 무슨 용도인지는 아세요?) “엥~ 하면 쓰라고 한 거. 가스 샌다고 엥~ 울리면 쓰라고 그 말만 했지. 근디 그러고는 사용하는 법은 몰라요.” (받아놓고 여기다 그냥 보관하고 계신 거예요?) “예, 받아만 놓고 보관만 하고 이것이 무엇인지도 몰라라. 이것이 무엇인가 몰라. 유독성 전쟁..” (이게 필터인데요.) “필터는 어디다 뭣헌다?” (어디다 쓰는지 모르시는 거예요?) “몰라유 교육을 안 받았으니 어떻게 알아유.” (여기다가 이렇게 열어가지고 이렇게 해서 넣는 거예요.“ “예~”

[주양녀 (77) 영광군 주민] “(방독면을) 안 써봐서 모르재. 나는 요것(방독면)은 비닐에 담아서 광(창고)에다 놔뒀어, 그냥.”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시범적으로 쓰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줘야지 무조건 이장한테 줘서 하나씩 나눠주면 나이 먹은 사람들이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야지, 이거 쓰는 용도 나는 이것(방독면)도 나는 모르잖아요. 어디다 끼는 것도 모르고.”

[주양녀 (77) 영광군 주민] “아니 그 가방 조개 파러 다니는 데 좋대.”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조기 파러 (잡으러) 다닌다 안 허요“ (어떻게) “이러고 들쳐메고 요놈 내용물 빼버리고 내용물 여기다 딱 빼버리고 조개 이러고 캐갖고 여기다 담고 여기다 담고 주워담고 그런다 그 말이라.” (그럼 이 봉투를 조개 담는 용도로 하는 거예요 그냥?) “그런다고 하요.”

[주양녀 (77) 영광군 주민] “아 20년, 15년이 넘는 건데 우리가 뭘 알겄소. 그냥 있는대로 썼지.”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이거 얼마나 보관하고 계신 거예요?) “엄청 오래됐어. 몰라요 몰라. “10년 전도 넘어.” “몰라.” “거기 제조일자 있구만.” “있어?”

제조일자는 1999년. 13년이 넘었습니다.

(어디다 보관 하셨어요?) “아이 아무데나 놔두지 어디다 보관해, 하긴.” (여기에다 그냥 놓으신 거예요?) “안에다 놔뒀지, 무슨 가방이랑 하나 줬어요.”

“여기 있어요 여. 여.”

군청에서 지급받은 물품은 또 있습니다. 커다란 가방에서 방호복 등이 나옵니다.

“나는 하나도 안 입었어요.” (이런 거..) “네.” (평상시에 마을 주민들이 이 옷 뭐 할 때 입으세요, 보통?) “비올 때 입지 뭐할 때 입어요. 거기 그물 따러 가고 고기 딸 때 입고.” (조개캘 때) “네 고기 손질할 때.” (그냥 고이 간직하고 있네 어머니는 하나도 안 펴놓고.)

[유천석 (70) 영광군 주민] “딴 사람은 다 입고 다 찢어져 버렸어요.” (농사 지을 때 작업할 때 이렇게 입으시는거야 그냥?) “네.”

[박영순 (70) 영광군 주민] (이렇게 입고 작업하시면 편해요?) “옷을 안 뭉쳐요.” (옷을 안 뭉친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옷을 안 젖어.” (아 안 젖으니까 속옷이 안 젖으니까 이렇게) “네. 뻘도 안 묻고 그러니까 이걸 입죠.”

“이렇게 해서 여여 이렇게 ..”

결국 지급받은 방호복은 농사일에 쓰이는 현실. 다수의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피훈련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용국 영광군 원전대책위 집행위원장] “발전소나 정부쪽에서는 4년마다 한 번씩 합동훈련을 하고 그 다음에 (원자로 각) 호기별로 방재훈련을 한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어떤 거냐면, 정부와 (원전) 사업자, 지자체가 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대피를 해야하는 지역 주민들이라든가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이나 이런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전혀 참여도 하지 않고 있고 그 다음에 참여 유도도 하지 않고..”

이래도 되는 것일까.

[영광군청 담당 공무원] “(배급된 방독면은) 전시 화학전에 쓰는 물건입니다. 원전에 맞는, 방사는 방재에 맞는 물건이 없다보니까 노인들이 이걸 쓰고 (피난을 위해) 달리기를 한다면 큰일 날 수도 있어요, 잘못하면.. 그래서 이런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의 보호용구가 필요하다 해가지고 정부에서 지금 기준을 만들고 있어요.”

군청 직원이 창고 한켠에 보관되어 있던 방호약품 상자를 들고 나왔습니다.

(첫 개봉하는 거네요?) “네.” (그런데 원래는 이게 지금 일반 가정에 다 보급이 되어야 하는 거죠?)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 다시 물어봤지만 답변은 엉뚱했습니다.

(그러면 이게 보관소가 아니라 창고에 보관돼 있는 건데 이건 규정대로는 맞는 건가요?) “지금 이게 보관 규정이 그냥 상온에서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서 뭐 그렇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지역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요? 잃어버릴까봐 그런 건가요?) “이장님들한테까지는 보급을 했어요.” (이장님들까지는?) “예, 예. 마을 단위로 지급 했는데 아무래도 그 분들이 마지막까지 보관하고 있다는 담보는 못 하니까 다시 저희가 보충약을 좀 가지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마을 이장들에게는 지급 됐을까

(그, 이장님댁에 요오드정 있잖아요 약.. 방호약품.) “아, 이거 소독약?” (먹는 약)

“뭐 소독약 물어보던데. 잠깐만요.” (원자력 그 요오드 정.)

이장과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요오드정이라고 방호약품, 그 이장님한테 다 나눠줬다고 하는데 받으셨어요?) “아무 얘기 안.. 약품은 안 받았는데요?”

인근의 또 다른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이장님 계세요?)

(이장님 계세요?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나왔는데요 이장님댁이시죠?) “네.” (약 같은 게 이렇게 있을텐데, 캠슐 형태로?) “약은 들에 다닐 때 뿌리라고 그런 약은 있는데.” (아니, 들이 뿌리는 거 말고 먹는 약으로, 사람이 먹는 약으로, 농약 말고.) “몰라요.”

취재 팀이 만난 주민들은 모두 영광 원자로에서 10 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모두 만 6천명이 살고 있습니다. 원자로 반경 10 킬로미터 이내는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 돼 있고 별도의 보호대책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그 구역을 30킬로미터로 확대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은 80킬로미터입니다. 규정된 10킬로미터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대한민국, 원전안전에서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거꾸로 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뉴스

“청와대는 일부 시민 환경 단체들이 원자력을 핵으로 규정하고 원전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원자력 발전을 해야 현재 상존하고 있는 핵물질을 소진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기자들과 만나 현재 전세계의 핵무기 12만 6천여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1600톤과, 플루토늄 500톤이 존재하고 있고,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은 땅에 묻어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태우는 게 확실한 제거 방법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도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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