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에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어디에도 검사가 피의자를 소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소환은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하는 것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해 피고인으로 바뀌면, 그 피고인을 검찰이 아닌 법원이 소환할 수 있다. (검사가 사람을 소환할 수 있는 때가 한 번 있기는 하다. 법원에서 사형이나 징역 등을 선고한 피고인을 검사가 잡아 구치소에 넣을 때다.)
수사기관은 국회가 만든 법률에 따라서만 수사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법률에 정해진 세금만 걷어야 한다는 원칙과 근대 헌법이 만들어진 이유이다. 그렇다면 헌법에도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검찰의 소환’은 어디에서 왔을까. 검찰 소환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검찰이 시행령으로 만든 악습이다. 조선인을 강제로 수사하고 기소하려 검사의 소환권이라는 것을 개발하고 주장했다.
검찰 소환, 일제가 식민지 조선에 강요한 악습
다마나 도모히코(玉名友彦)라는 일본인 검사가 있었다. 1915년 조선에 사법관 시보로 건너왔다. 대구 경성 공주 광주 등에서 검사로 일했고, 1930년부터 조선총독부 검사로 있었다. 독립운동가들을 붙잡아 기소했다. 다마나는 전쟁 막바지이던 1944년에 조선형사령 해설서를 냈다. 이 시절 일본 본토의 형사소송법은 물론이고, 식민지 조선의 조선형사령에도 검찰 소환권은 없었다. 하지만 다마나는 조선형사령에도 없는 소환권을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 만들어냈다.
다마나 해설서를 우리말로 풀어보면 이렇다. “형사령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소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소환권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형사령 제12조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그의 신문권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신문을 위하여 구인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이 신문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강제처분인 소환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애초 조선형사령이 수사와 기소로 식민지 조선인을 탄압하려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 조선형사령에조차 없는 검찰 소환권을 일본인 검사는 억지 이론을 구성해 주장했다. 조선형사령은 조선총독부 제령(制令)이라는 형식이다. 제령은 일본 본토의 제국의회가 통과시킨 것이 아니라 조선총독이 임의로 만든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시행령과 비슷하다. 이 제령은 식민지 지배의 효율성과 자의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었다고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지금 검사가 피의자를 어떻게 조사해야 할까. 형사소송법에 따라 출석요구를 할 수 있다. 출석요구는 임의(任意) 수사 방법이다. 글자 그대로 피의자 뜻에 달려있다. 따라서 피의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물론 거듭해서 응하지 않으면 검사가 법원에서 체포 영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소환은 강제처분이다. 출석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불응하면 강제구인할 수 있다. 그래서 판사만 가능하고, 영장으로만 가능하다.
조선총독부 검사이던 다마나 도모히코(玉名友彦)가 1944년 쓴 조선형사령해설서 <조선형사령석의(朝鮮刑事令釈義)>의 첫 장. 다마나는 식민지 조선에서는 검찰 소환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식민 지배의 효율성과 자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
검사들이 자주 쓰는 ‘소환 통보’라는 표현에도 배경이 있다. 소환(召喚)은 부른다는 뜻이기 때문에 소환 통보는 동어반복이다. 그런데 자꾸 듣다 보면 동어반복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환의 뜻을 오해하게 된다. ‘소환은 출석을 강제한다는 뜻이구나’ ‘소환 통보는 출석을 명령하는 통보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검사들이 근거와 권한이 없는 소환을 출석이라는 의미로 뒤바꿔서, 심리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설명하면서 “일반론적으로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을 하기도 하고 서면으로 하기도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소환을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고, 이를 자신의 성과로 국정감사장에서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소환은 공개든 비공개든 불가능하고, ‘검찰의 소환’은 일제 식민지 검사들이 만든 불법적인 제도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몰랐는지도 모르겠다. 법무부 시행령과 같은 행정입법을 통한 검찰 권한 확장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제령 이용에서 시작된 것이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