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혁신 4년③ 스포츠 혁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Jun. 23, 2023, 03:27 PM.

Jun. 23, 2023, 03:27 PM.

Jun. 23, 2023, 03:27 PM.

2019년 스포츠 미투 사태, 2020년 고 최숙현 사건. 인권 침해와 폭력이라는 스포츠계의 오랜 병폐가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당시 정부와 스포츠계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이른바 '메달보다 인권'이라는 구호 아래 일련의 스포츠 혁신 정책을 추진했다. 그 후 4년, 변화의 이정표와 현장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정책의 동력은 약화됐고, 스포츠 현장 곳곳에서는 역행이 감지된다. 혁신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누구보다도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유소년 스포츠 선수들이 위기에 놓여 있다. 뉴스타파가 유소년 스포츠의 인권 실태를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참담함, 삽질, 무기력, 패배감.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 등 체육계 구조 개선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입에서 연신 거친 말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유소년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다시는 폭력과 인권침해가 당연시되는 과거의 체육계로 돌아가지 않겠다'라며 머리를 맞댔던 사람들이다. 
스포츠혁신위원회는 2019년 체육계 성추문 사태, 이른바 스포츠 미투 사태 이후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리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체육계 구조 전반을 혁신하겠다며 15명의 민간 위원, 5명의 차관급 관료들이 모였다. 
▲ 2019년 2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한 민관합동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그때가 체육계를 바꿀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 영웅이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폭로됐고, 스포츠 인권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관심이 모였다. 민-관 위원들 사이에는 '적어도 선수들이 폭력에 시달리면서 메달을 따려고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혁신위는 1년에 걸쳐 7개의 권고안, 52개 세부과제를 만들었다. 
핵심은 체육계 전반의 인식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국위선양이라는 목표를 위해 선수의 인권이 희생되는 이른바 국가 중심의 스포츠 정책, 승리지상주의의 엘리트 스포츠 양성 정책과 결별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사람 중심의 스포츠 정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학령 인구 감소와 체육 기피 현상, 또 그로 인한 선수 자원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체육계 전반의 저변을 넓히는 작업도 포함됐다. 열악한 고용 환경 속에 성적과 입시를 쫓을 수밖에 없는 체육 지도자, 체육 산업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혁신위가 내놓은 7차례의 권고안은 촘촘히 짜여 있다. 1차 권고안에는 스포츠 인권 침해 대응 방안이, 2차 권고안에서는 엘리트 선수 육성 중심의 학교스포츠 시스템 개선책이 담겼다. 3, 4차 권고안에는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을 증진하는 정책,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스포츠권을 규정하는 정책을 제언했다. 5차 권고안에는 스포츠클럽 활성화 등을 통한 스포츠 생태계 구축 방안을, 6, 7차 권고안에는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과 체육단체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기본법, 체육인복지법, 스포츠클럽법 등이 시행되고, 체육인 인권보호 및 스포츠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됐다.
▲ 윤석열 정부는 2019년 스포츠혁신위 권고 내용을 재검토하고 '학생 선수 출석 인정 일수 축소' 등의 개선 과제를 혁신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스포츠 혁신 작업은 표류하고 있다. 체육계는 혁신위 권고안 내용에 반발했고, 관료들은 무관심했다. 윤석열 정부는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지난 2월 대한민국 체육비전 보고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엘리트 선수 육성과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표류하는 체육 정책 속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있는 유소년 선수들이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김포FC 소속 유소년 선수 정 모 군의 죽음은 달라지지 않은 체육 현장의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나타난 사례다.  
뉴스타파는 스포츠 혁신의 이정표를 세우는 작업에 참여했던 스포츠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스포츠혁신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던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그리고 2019년 현장의 인권실태를 전수조사한 김현수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 스포츠 인권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연구해 온 김대희 부경대 교수 등이다. 당시 스포츠 혁신안에 담은 전문가의 고민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현 정부 들어 감지되는 스포츠혁신의 역행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었다. 
By
취재김용헌, 최윤정, 오대양
촬영신영철, 정형민
편집김은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