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남욱의 검찰 진술 “2011년 8월에 대검 중수부장은 최재경...김만배가 조우형 봐달라 부탁”
② 2015년 수원지검 수사에도 관여한 의혹...남욱 “김만배가 최재경 줘야 한다며 1억 받아가”
③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 나오는 '재경이 형'...최재경이 유동규와 직접 통화한 기록도 존재
김만배가 지목한 ‘50억 클럽’ 6명(최재경,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홍선근, 권순일) 중 최재경 전 민정수석(전 인천지검장)에 대한 의혹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 증거기록 40,330쪽에는 최재경 전 수석과 관련한 대장동 업자들의 진술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최 전 수석이 유동규와 두 차례 통화한 기록을 2021년에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검찰 수사에서 남욱과 정영학은 '50억 클럽' 멤버들이 대장동 업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진술하고 있다.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고위 법조인들은 대장동 사업에 직접 관여했다기보단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거나 은행권에 영향을 미치는 등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을 비롯한 김만배의 인맥은 그가 대장동 사업 주도권을 거머쥐는 결과로 이어진다.
▲사진은 김만배 전 기자(좌)와 최재경 전 민정수석(우)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법조인이 박영수와 최재경이다. 2020년부터 김만배는 유달리 ‘최재경’을 강조한다. 호칭도 ‘재경이 형’이다.
지난 대선에서 ‘커피 한잔’ 의혹이 제기됐다. 2011년 대검 중수부(주임검사 윤석열)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했다. 대장동에 저축은행 대출을 끌어온 조우형도 조사를 받았다. 조우형은 김만배를 통해 박영수를 소개받은 뒤, 처벌을 피했다.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남욱은 ‘커피 한잔과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날 남욱은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오늘은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된다. 물어보는 질문에 다 협조하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검사는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연락했던가요”라고 물었다. 남욱은 “아닙니다. 김홍일 등 윗선을 통해서 들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만배가 윤석열 중수2과장과 직접 이야기할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자신은 더 윗선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남욱이 지목한 윗선은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 외에도 한 명 더 있었다.
남욱은 "김만배가 당시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검사장에게 조우형이 사건에 협조할 테니 잘 좀 봐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11.8경 중수부장이 최재경으로 바뀌었는데 최재경 중수부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부탁했다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최재경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대검 중수부장이었다.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12회, 2021.11.19.)
▲남욱 피의자 신문조서(12회, 2021.11.19.)
2015년 수원지검 수사 무마 의혹도...남욱 “김만배가 최재경 준다고 1억 받아가”
2015년 3월 27일, 대장동 업자들은 사업자로 선정된다. 남욱, 조우형, 정영학은 수원지검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2015년 4월에 조우형이, 5월에 남욱이 구속됐다. 검찰은 정영학의 집도 압수 수색했다.
당시 정영학이 압수 당한 휴대전화 녹음파일 속에는 2012~2014년 사이에 벌어진 각종 뇌물 상납, 위례 아파트 개발 비리 정황이 담겨 있었다. 만약 검찰이 녹음파일을 근거로 수사를 벌였다면, 대장동 사업은 좌초될 수밖에 없었다. 김만배는 이때가 가장 위험했다고 말했다. 2021년 검찰 수사에서 김만배가 곽상도에게 수원지검 위례 아파트 비리 수사를 막아달라 청탁했다고 자백할 정도였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2015년에 위례 아파트 수사를 막기 위해 최재경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면서 남욱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남욱은 곽상도의 '50억 뇌물' 혐의 1심 재판에서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검찰 버전 정영학 녹취록’에도 남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나온다. ‘검찰 버전 녹취록’은 정영학이 스스로 제출한 ‘정영학 버전 녹취록’보다 분량이 많다.
2021년 7월 8일에 정영학이 녹음한 음성파일에서 남자1은 정영학에게 “(김만배가) 남욱이한테는 또 최재경 변호사한테 뭐 1억도 갖다 줘야 된다고 땡겨가지고 지가 써버리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만배가 실제로 최재경에게 1억 원을 전달했는지, 아니면 남자1의 말대로 중간에서 가로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남자1은 화천대유의 자문 변호사로 대장동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정영학 녹취록(검찰 버전, 2021.7.8.) 뉴스타파가 지난 1월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에는 없는 내용이다. 정영학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녹음파일만 글자로 풀어서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영학이 제출한 모든 녹음파일을 녹취록으로 만들었다. 이를 '검찰 버전'이라고 부른다.
유동규 휴대전화에 남은 최재경과의 두 차례 통화 기록
2021년 11월 25일 자, 검찰 수사보고서에 유동규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괏값을 분석한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유동규와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다.
최재경은 2021년 9월 24일과 28일에 유동규와 통화를 했다. 첫 통화(24일)는 유동규가 전화를 걸었는데 20분 14초간 이뤄졌다. 검찰이 유동규 집을 압수 수색하기 전날인 28일에는 최재경이 유동규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길이는 23초였다.
최재경은 뉴스타파에 “나는 대장동과 관련없다”고 주장했지만, 어떻게 유동규를 알게 됐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검찰 증거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종합하면, 김만배가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보고서(2021.11.25.) 유동규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 최재경 전 수석과 두 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온다.
최재경 “유동규 통화는 법률 문제 상담해준 것”...관련 의혹 부인
유동규와의 통화 기록에 대해 최재경 전 수석은 “2001년경 검찰에 근무하면서 법조 출입 기자였던 김만배 씨와 알게 됐습니다. 유동규 씨와 통화는 아마도 당시 그분이 수사를 받고 있었기에 법률적 문제에 대한 상담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라고 해명했다.
“2011년 대검 중수부장 재직 당시 김만배로부터 청탁이 있었나”라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최 전 수석은 “저는 조우형 씨를 모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라는데 그 수사는 제가 중수부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11. 3월 시작되고 5월경 마무리되었기에 그 시기에 조 씨의 조사가 이뤄졌을 것이고, 제가 관여한 바는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해 공수처에서 관련 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이루어졌고, 종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