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 국회의원 추적② 백재현, 선거운동원이 만든 유령단체에 세금 수천만 원 펑펑
2018년 10월 17일 20시 03분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유령 연구단체 4곳에 정책연구용역을 몰아주고 1억 원에 이르는 국회 예산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의원은 지난 7년 동안 이 유령단체에 정책연구용역 20건을 맡기고 연구용역비로 모두 9,765만 원을 지급했다.
유령단체 연구원 행세를 하며 백재현 의원실을 통해 국회 예산을 타낸 이들은 3명이다. 이 가운데 2명은 지난 총선에서 백 의원의 선거를 도왔던 운동원과 인쇄업자로 확인됐다. 하지만, 백 의원은 나머지 1명의 정체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백재현 의원은 2011년 ‘한국주거복지포럼’이라는 단체에 주거복지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맡기고 예산 500만 원을 지급했다. 연구는 한국주거복지포럼 연구원 노 모 씨가 한 것으로 국회사무처에 등록했다.
하지만 노 씨가 작성한 연구보고서는 표절과 무단인용으로 만들어진 엉터리 보고서였다.
심지어 연구자 명의까지 도용했다. 노 씨가 작성한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복지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5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1장과 3장은 각각 유영우 전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상임이사가 낸 보고서와 변상훈 전 원주주거복지센터 사무국장이 발표한 연구를 무단 인용했고, 4장과 5장은 2011년 LH와 한국주거학회의 합동세미나 발표자료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원저자인 유 전 이사와 변 전 국장은 노 씨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사단법인 한국주거복지포럼을 방문해 노 씨가 재직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포럼 측도 그런 연구원은 없다고 말했다.
백재현 의원이 유령 연구단체를 내세운 가짜 연구원에게 용역을 맡긴 사례는 또 있다. 백 의원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한국선진화포럼이라는 단체에 “중소기업”과 “이북5도위원회” 등과 관련한 연구를 맡겼다. 국회 예산 415만 원과 350만 원이 각각 지출됐다.
그런데 이 2건의 용역을 수행한 사람이 다름아닌 노 씨였다. 이번엔 한국선진화포럼이라는 단체 연구원 행세를 한 것이다. 실제 존재하는 재단법인 한국선진화포럼 측은 노 씨가 연구원으로 재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번은 한국주거복지포럼, 또 한번은 한국선진화포럼 연구원 행세를 하며 백재현 의원실을 통해 노 씨가 타낸 국회예산은 1,265만 원에 이른다. 과연 노씨의 정체는 뭘까? 연구를 맡긴 백재현 의원 측은 노 씨가 누군인지 모른다고 발뺌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백 의원이 집행한 국회 예산 지출 자료를 분석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노 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 씨는 여러 해 동안 백재현 의원실의 의정보고서와 정책자료집 발간을 맡아 온 인쇄업체 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백 의원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노 씨와 노 씨의 인쇄업체에 3건의 연구용역과 함께 의정보고서 발간 등 9건의 인쇄 용역을 주고 모두 9,100만원이 넘는 국회 예산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씨는 인쇄업체 대표로, 유령단체 2곳의 가짜 연구원으로 행세하는 등 1인 3역을 해가며 수년 동안 백재원 의원실과 거래를 해왔다.백재현 의원실과는 일종의 특수관계였던 것이다.
취재진은 인쇄업자인 노 씨가 왜 연구원을 가장했는지, 국회에서 받은 돈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노 씨에게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백재현 의원실은 뉴스타파가 노 씨와 백 의원실과의 거래 관계를 밝혀낼 때까지, 노 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백재현 의원이 정책연구용역을 맡긴 유령단체는 뉴스타파가 지난해 확인해 보도한 한국경영기술포럼과 한국조세선진화포럼, 그리고 이번에 확인한 한국주거복지포럼, 한국선진화포럼 등 모두 4곳이다. 백 의원의 정책연구용역을 맡은 가짜 연구원은 모두 ‘포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유령단체였다.
백재현 의원이 이들 유령단체 4곳에 몰아 준 연구비는 얼마나 될까? 한국경영기술포럼의 경우 11건의 연구를 맡기고 모두 5,500만 원의 국회예산을 지급했다. 이곳의 연구원이라고 한 고 모 씨는 지난 총선 당시 백 의원의 선거운동원이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밝혀진 바 있다.
이 모 씨가 만든 또 다른 유령단체인 한국조세선진화포럼에는 모두 6건, 3,000만 원의 연구비를 줬다. 하지만 백재현 의원실은 여전히 이 씨를 모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백재현, 선거운동원이 만든 유령단체 세금 수천만 원 펑펑 : 2018년 10월 17일 보도)
이처럼 지난 7년 동안 백재현 의원은 고 씨, 이 씨, 노씨가 만든 유령단체 4곳에 모두 20건의 연구용역을 주고 1억 원에 가까운 국회 예산을 지급했다. 여기에 인쇄업자 노 씨에게 지급한 의정보고서 발간 등 인쇄비 7,900만 원 상당을 합치면, 백재현 의원이 특수관계 등인 이들 가짜 연구원에게 지급한 국회예산은 1억 8,000만원에 이른다.
뉴스타파 취재로 인쇄업자 노 씨와 선거운동원 고 씨의 정체는 밝혀졌다. 하지만 3,000만 원을 타낸 이 씨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백재현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를 통해 ‘연구비를 착복하거나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어권 차원에서 이 씨의 정체는 공개할 수 없다며 끝까지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백 의원은 “나이도 일흔이고 정치도 웬만큼 마무리하려는 단계에 있는 사람인데, 그만 망신 좀 주라”며 공식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지난해 백재현 의원과 관련한 뉴스타파 보도 이후,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는 백 의원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는 “백재현 의원이 특정인과 공모해 유령단체를 만든 것인지, 이들에게 지급한 연구비와 인쇄업자에게 몰아준 발간비는 제대로 집행됐는지, 또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이 모 씨는 백재현 의원과 어떤 관계인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 문준영
촬영 오준식, 신영철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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