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정진석의 거짓말과 공주보

2022년 06월 17일 14시 54분

6월 15일 오후 7시 경 공주보 수문이 닫혔다.
정진석, 모내기 99% 끝났는데도 공주보 개방으로 가뭄 피해 온 것처럼 왜곡
공주보 담수로 혜택받는 구간은 88ha, 공주 경지면적의 0.8%에 불과
공주보 개방으로 물 공급 차질 빚는 것 아니라는 것 오히려 입증
윤석열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을 감사하고 있고, 환경부가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의 산실이었던 4대강조사평가단을 TF조직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도 여러 매체에서 나왔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가뭄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6월 15일 공주보의 수문을 닫아 담수를 시작했다. 가뭄을 이유로 보를 닫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4대강 재자연화정책을 폐기하기 시작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공주보 담수 결정의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환경부는 ‘충남 공주지역의 가뭄 대응을 위해 공주보 수위를 올린다’며 마치 공주보 담수로 공주의 가뭄이 해소될 것같은 표현을 썼지만 실제 수혜 가능 면적은 88ha로 공주시 경지면적의 0.8%에 불과하다.더구나 해당지역은 이미 모내기가 끝났고 14-15일의 비로 상당부분 해갈된 상태였다. 합리적 근거가 없는데도 담수를 강행한 환경부의 태도는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가 논리적 정합성 없이 묻지마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게다가 이번 담수 결정의 배후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으로 4대강사업의 주역 중 한 사람이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주보 담수를 주장해온 '윤핵관' 정진석 의원이 있었다. 
6월 9일 정진석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정의원이 가뭄지역에서 안타까워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공주보 개방으로 물이 없어 논바닥이 갈라졌다?
6월 9일 정진석의원의 페이스북에는 두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정 의원이 모내기를 못한 논으로 보이는 곳에서 푸석한 흙을 손에 쥐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사진이었다. 페북 글에서 정 의원은 “가뭄이 극심합니다. 공주 부여 청양 지역 농가는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논바닥이 갈라진 지 오래입니다. 금강이 코앞에 있지만 공주보를 개방해 놓아 끌어다 쓸 물이 없습니다"라고 탄식했다. 마치 공주보 개방이 공주 부여 청양지역 가뭄의 원인이라는 투였다. 
바로 다음 날(10일) 정의원은 “공주보 담수 결정 났습니다!”라고 알렸다. 15일부터라고 날짜까지 지정했다. 정의원이 낸 보도자료 제목은 ‘정진석 의원, 가뭄 해소 위한 공주보 담수 시작한다'였다. 
6월 10일 정진석의원실은 ‘정의원이 공주보 담수 시작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주보 담수의 주어는 정진석, 환경부가 아닌 정진석 의원이 공주보 담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었다. 이 보도자료에 근거해서 많은 언론이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에는 ‘정진석 의원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이 붙박이로 들어 있었다. 특히 중앙일보는 농민을 인용해 “이미 모내기 시기를 놓쳐 물을 공급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환경부를 취재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정 의원은 11일에는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면서 술잔을 부딪히는 사진들을 올렸다. 가뭄의 원인은 공주보 개방이고, 정진석 의원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투다. 정진석 의원이 공주보 개방과 가뭄을 연결시켜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 의원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정진석 의원 주장대로 공주보 담수 결정한 환경부
취재진이 찾은 공주지역의 상황은 정진석 의원의 주장과는 딴판이었다. 가뭄이 심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정 의원 표현처럼 논바닥이 갈라진 곳은 볼 수 없었다. 논에는 모가 심어져 있고 물이 가득했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에 의하면 모내기는 11일(토) 기준으로 99% 끝난 상황이었다. 공주보를 굳이 닫을만한 상황인지 의문이 생겼다. 취재진은 환경부에 ‘15일부터 공주보를 담수한다는 정 의원의 주장이 맞느냐?”고 물었다. 환경부 정의석 보 개방팀장은 “지역 주민과 농어촌공사가 계속 요구해왔고, 환경부도 현장 확인을 통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보 개방 민관협의체에서 15일까지 의견 수렴 중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공주보 담수는 정진석 의원과는 관계 없이 지역 주민의 민원과 농어촌공사의 건의로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내기가 99% 된 상황에서 어느 곳이 문제라는 것일까? 환경부가 보개방협의체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 농어촌공사는 쌍신동 지역 경지 88ha에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 공주보 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주보 담수로 쌍신동 일대 88ha 수혜지역에 물을 공급하겠다는 농어촌공사 자료
88ha는 공주 경지면적 10,119ha의 0.8%에 불과하다. 공주보를 담수하면 금강의 상당부분의 수위가 올라가는데 그것으로 혜택을 보는 경지가 겨우 88ha라는 것은 그만큼 공주보 담수로 가뭄을 해소할 수 있는 면적이 적다는 뜻이다. 공주보 담수로 가뭄이 해결될 것처럼 홍보하는 정진석 의원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창근 교수 “공주보 담수의 수혜면적이 1%도 안되는 건 매우 비효율적 정책”
게다가 이 쌍신동 88ha은 공주보 개방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곳도 아니다. 금강 물이 아니라 지천인 정안천 물로 농사짓는 곳이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가뭄이 지속되면 정안천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의 저수율이 6월 20일 경 40%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물 공급이 차질을 빚기 때문에 공주보 담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논리가 복잡하다. 금강 수위를 올리면 물이 지천인 정안천으로 거꾸로 올라가게 되고, 그 거꾸로 올라온 물(백 워터 back water)을 양수기로 퍼서 쌍신동에 공급한다는 것이 농어촌공사의 계획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이런 계획에 대해 “공주보 담수의 수혜면적이 1%도 안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그는 또 “정안천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의 저수율이 6월 20일 경 40%에 이른다고 돼 있는데, 이 정도면 문제가 없다. 법정 홍수기간이 6월 21일부터 시작되는데 40%의 저수율이면 공주보를 담수할만한 긴급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굳이 공주보 담수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병우 공주 농민회 부회장은 ‘이동식 양수기를 연결해서 금강 물을 끌어오는 방법도 있는데 왜 굳이 공주보를 닫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환경부의 자료를 검토한 한 전문가도 ‘공주보를 닫아서 공급하겠다는 물 양이 시간당 150톤이라고 돼 있는데, 이 정도는 경운기 한 대의 동력으로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모기 잡으려고 대포를 쏘는 격이다'라고 했다.
수혜지역 통장도 “(비가 와서)지금으로서는 문제 없다"는데 담수 강행
취재진은 문제의 쌍신동을 찾았다. 그런데 이곳의 논도 모내기가 끝난 상태였고 수로에는 물이 잘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14-15일 공주에는 약 30밀리 가까운 비가 내렸다. 조성명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장은 15일 오전 취재진에 “어제 다행히 20-30mm 와가지고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그렇지만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오늘 보 개방 협의체에서 어떻게 결정을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15일 오후 3시에는 공주보 담수 여부를 논의하는 금강 보 개방 민관협의체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취재진은 공주보 담수를 요청한 민원 당사자인 쌍신동 통장의 의견도 들어봤다. 장교순 공주시 쌍신동 통장은 “지금으로서는 쌍신동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를 닫으면 쌍신동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곳들이 혜택 볼 것이라고 했다. 
보 개방협의체 의견 수렴 전 담수 결정 보도자료 뿌려
그러나 보 개방협의체가 열리기도 전인 15일 오전 환경부는 ‘공주보 담수를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결정을 해놓고 회의를 소집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환경단체는 크게 반발했다. 보 개방 협의체 위원인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지금까지 협의체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하는 절차는 제대로 이행했는데 이번에는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정의석 환경부 보 개방팀장은 “협의체는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지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진석 의원측의 반복되는 가짜뉴스 유포
15일 오후 6시 공주보는 수문을 닫기 시작했다. 정진석 의원실 보좌진들이 공주보가 닫히는 광경을 촬영했다. 취재진은 그들에게 ‘정진석 의원 페이스북에 있는 ‘가뭄 현장에서 안타까워하는 사진’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었다. 취재진이 돌아본 바로는 논바닥이 갈라져 모내기도 못할 정도인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진석 의원실이 연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었다. ‘쇼'를 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게 낫지 않느냐고도 했지만  보좌진은 끝내 어딘지 말하지 않았다. 
이런 의문까지 나오는 것은 정진석 의원측이 그동안 공주보 개방을 비난하며 사실이 아닌 선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주보 부분 해체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공주보 해체반대투쟁위는 ‘정부가 주민들이 다리로 이용하고 있는 공주보의 공도교까지 철거하려 한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공주시 전역에 정진석 의원 이름으로 ‘공주보 해체철거 반대한다'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그러나 당시 결정은 공도교는 놔두고 나머지 시설물을 철거한다는 ‘부분해체' 결정이었다. 농사지을 물이 없는데 공주보를 해체하려 한다는 것은 단골 주장이다. 정진석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 보 파괴저지 특별위원장으로서 언론에 ‘올해가 유난히 물이 부족하다. 공주보에 담수(물을 저장)를 해야지 우리가 모내기 때를 대비하고 할 텐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주보 담수 결정 과정에서 공주보는 가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확인됐다. 
“공주보를 이용해서 정진석 의원의 정치적 세력을 단합, 확대시키려는 것”
서봉균 공주참여자치연대 사무국장은 “공주보를 담수한다고 그것이 공주지역 농업용수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은 정진석 의원실에서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거짓말을 계속해서 지역 민심을 호도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공주보를 이용해서 자기 정치적 세력들을 단합시키고 확대하려고 하는 그러한 저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 국장은 이번 선거에서 정진석 의원 보좌관 출신인 최원철 씨가 공주시장에 당선됨으로써 공주보 해체 반대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주시 곳곳에는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김태흠 충남지사와 최원철 공주시장, 충남도의원, 공주시의원 등 공주보 해체를 반대하는 인물들이 대거 당선된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정진석 의원측의 근거 없는 주장 받아 쓰는 언론의 문제
중앙일보는 공주보 개방으로 농민피해가 극심하다고 보도했다.
정진석 의원의 근거 없는 주장을 확인 없이 받아쓰고 확산시키는 언론에 대한 비판도 크다. 정 의원의 ‘공주보 담수' 보도자료를 인용한 7개 언론사 기사들은 하나같이 공주의 가뭄이 공주보 개방 때문이라는 정 의원 측 논리를 답습하고 있다. 모내기가 99% 완료된 상황에서 "공주보 개방으로 금강 물이 줄어들어 모내기를 제때 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대부분 기사에 들어가 있다. 독자들에게 ‘공주보 개방이 가뭄의 원인'이라고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앙일보는 공주시 쌀전업농회장의 주장을 인용해 “이미 모내기 시기를 놓쳐 물을 공급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까지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공주보 개방으로 인한 또 다른 농민 피해를 보도했다. 금강 수위가 낮아지자 지하수가 줄어 농민이 사용하던 관정이 말라붙었고, 정부가 새로 관정을 파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민들은 2-3만원이던 전기요금이 10배-15배로 치솟았다고 주장한다고 중앙일보는 썼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이번에 공주보 담수 민원을 제기한 쌍신동 주민들이 2021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환경부는 한전을 통해 전기료 부과내역을 확인한 뒤 ‘전기료 급증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중앙일보도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를 인용해 전기료 급증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과거를 잊은 양 전기료가 급증했다는 보도를 되풀이 한 것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만난 쌍신동 통장도 ‘10배가 올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보 필요하다는 국민 중 70%가 "홍수 줄이고 가뭄 대응에 필요할 것 같아서"
4대강 재자연화를 반대하는 측과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피해자는 독자요, 국민이다. 2020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시행한 국민여론조사에서 4대강 보가 필요하다는 답은 33.9%(불필요 37.7%)였다. 필요하다는 답을 한 사람들이 든 보 필요 이유는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할 것 같아서’가 70.7%였다. 그러나 하천을 가로질러 강 흐름을 방해하는 보는 오히려 홍수를 유발하는 시설이라는 것이 대한토목학회의 결론이다. 가뭄에 대응한다는 것도 이번 공주보 담수 논란에서 보듯이 근거가 매우 희박한 주장이다. 가짜뉴스에 좌우되는 국민 여론은 결국 정부가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짜뉴스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 있다. 그는 후보 시절 정진석 의원의 지역구인 공주를 찾아 ‘공주보를 해체한다는 것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했다. 
보를 닫으면 강의 흐름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한다
일부 농민들과 농어촌공사 등은 ‘있는 시설을 닫아서 쓴다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묻는다. 그러나 보를 닫으면 강을 호수로 만드는 것이고 생태를 파괴한다는 것이 그간의 결론이다. 생태가 파괴되어 녹조가 생기고 농작물 등에 독성이 축적되면 사람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 2021년에 발표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리포트'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활동은 기후변화를 줄이는 데 기여하거나 종이나 생태계가 피할 수 없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증가시킨다.”고 역설했다.
6월 16일 금강수계 민관협의체 시민단체 위원들은 “강의 생명을 학살한 4대강 사업이라는 망령을 깨워 부활시키려는 것이 아니라면 환경부는 공주보 담수를 즉각 철회하고 금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보 해체 추진을 이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