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공군본부 법무실은 성추행 사건 수사가 지연된 경위를 조사했다. 2021년 5월 24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은 수사를 맡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박 모 군검사에게 사건 처리가 지연된 사유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군검사 박 씨는 지시를 받은 당일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의 처리지연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보고했다. 박 씨는 피해자 조사 일정 관련 항목에 “2021.6.4. 새로이 지정된 국선변호인을 통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날로 변경”이라고 기재하는 등 피해자 요청으로 일정이 미뤄진 것처럼 보고했다. 특검은 해당 보고서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됐다고 봤고, 군검사 박 씨를 허위보고 혐의로 기소했다.
박 씨에 대한 7차, 9차 공판에서는 박 씨가 보고서에 기재한 내용이 허위보고에 해당하는지, 공군본부가 보고 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2021년 5~6월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과 보통검찰부장은 박 씨의 소명 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에 보고했고, 전 실장은 해당 내용을 국회에 대면 보고했다. 이후 국회와 언론으로부터 피해자 조사 일정이 지연된 구체적 사유를 밝힐 것을 요구받자 뒤늦게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닌 군검사 박 씨가 먼저 조사 일정 변경 협의를 요청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전 보고를 정정하는 내용의 ‘추가 확인 사실’을 국회에 보고했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예람 중사 추모 공간
“군검사 말 믿었다” 뒤늦게 사실관계 확인한 공군본부
■ 2023년 3월 10일 20비 군검사 직무유기 등 7차 공판
이날 공판에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 당시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이었던 H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군본부는 이 중사 사망 이후 군검사 박 모 씨로부터 사건 처리 지연 소명서를 제출받았다. H 부장은 이를 바탕으로 작성된 ‘20비 군인등강제추행사건 진행 경과 보고’를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보고했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는 당시 공군본부가 박 씨의 소명자료만을 토대로 보고서 및 답변서를 작성해 국회에 보고하는 등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정황이 드러났다.
20비 군검사였던 박 씨가 공군본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수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도 신문이 이뤄졌다. 특검 측은 심각한 성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부대 내에서 2차 가해를 당하는 등 구속 사유가 있었음에도 공군본부와 협의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피고인 박 모 씨의 변호인 측은 “당시 20비 외에도 공군 법무병과에서 성범죄 처리지침을 비롯한 수사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에 비추어 봤을 때 피고인 개인의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검 : 이예람 중사에 대한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은 성폭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내지 제14조를 제외한 성범죄에 해당하므로 20비 군검사인 피고인이 가해자 장OO을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면 사전에 고등검찰부장인 증인과 협의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OO 피고인이 이에 대해 증인에게 보고하고 협의를 구한 사실이 있나?
증인(당시 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 : 없다.
특검 :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2021년 4월 15일 피해자가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를 상담관에게 보내고 그 내용이 (부대) 지휘관과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에 보고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피해자 자살과 관련하여 중간에 얘기를 듣거나 보고받은 적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혀 없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박 모 씨 변호인 : (20비와 같은) 예하부대 군검사가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 불구속 수사를 하겠다고 결정한 경우에 증인에게 사전 협의를 구한 적이 있나?
증인 : (가해자) 구속 여부에 대해 검토할 때 조언을 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특검은 피고인 박 모 군검사가 2021년 5~6월 당시 공군본부에 제출한 사건처리 지연 보고서 자료 등을 제시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고가 이루어졌음을 지적했다. 피고인 박 씨의 요청으로 피해자 조사 일정이 변경된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초 5월 21일로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서에서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 측은 “실제로 6월 4일이라는 날짜는 피해자가 정한 것이 맞다. 읽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지 허위보고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특검 : 공군본부 법무실에서는 2021년 5월 22일 오전 이예람 중사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군검사) 박OO 피고인에게 연락해 사건을 송치받은 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지적하고, 수사가 지연된 이유를 소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특검 : 박OO 피고인이 작성한 ‘사건 처리 지연 소명서’ 중 ‘관련 일정’에는 “2021년 6월 4일 새로이 지정된 국선 변호인을 통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날로 변경”이라고 돼 있다. ‘사건 처리 지연에 대한 소명’ 부분에는 “국선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연락하여 피해자가 원하는 날을 정하면 20비에 전달하겠다고 하였고, 피해자는 21년 6월 4일, (피해자가 전속을 간) 15비(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오전 중에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서 날을 지정하여 20비 보통검찰부와 조사일정을 피해자가 원하는 날로 정하였음”이라고 기재돼 있다. 증인이 당시 이 보고서로 당초 피해자 조사가 2021년 5월 21일로 예정돼 있다가 나중에 6월 4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나?
증인 : 같이 협의해서 날짜를 변경했다고 들었다.
특검 : 그걸 묻는 게 아니다. 원래 조사 일자는 5월 21일이었고 나중에 6월 4일로 변경됐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나? 이 보고서로는 파악이 안 됐던 것 아닌가?
증인 : 그렇다.
특검 : 증인의 앞선 진술을 종합하면, 증인을 비롯한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은 첫째, 2021년 6월 2일 및 6월 3일 경에는 박OO 피고인이 제출한 보고서와 박OO 피고인이 확인한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요청으로 조사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이를 국회에 보고했다. 둘째, 언론 또는 국회 등에서 지적을 받은 후에 다시 명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해 보니 군검찰이 이예람 중사에게 먼저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돼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에) 정정보고를 하게 됐다. 이런 취지인 건가?
증인 : 그렇다.
신문 과정에서 증인(공군본부 고등검찰부장)이 피고인 박 씨의 보고서를 받고 즉시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군 법무실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증인은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협의를 거쳐 (일정을) 정했다’는 피고인의 설명을 그대로 믿었고, 따로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증인신문을 마치기 전,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 씨는 “(증인이) 군검사의 기본 임무도 모른다는 것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군검사가 없다”고 말했다.
박 모 씨 변호인 : 중요 사건인데도 공군 본부로 이첩하지 않았고 또 경과에 관한 사실도 (관련자들과) 대면 확인이 가능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작성한 보고서를 피고인에게 재차 확인할 수 있는데도 확인하지 않고 결국 증인이 판단한 대로 지연 사유를 변경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일련의 과정들이 혹시 피해 사실과 관련해 공군본부에 책임이 발생할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증인 : 그렇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 (이하 재판장) :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증인의 임무였다. 그런데 박OO(피고인) 이야기만 듣고, 그 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냥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건가?
증인 : 아마 당시 초기에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는 그랬던 것 같다.
재판장 : 어느 정도 사실관계 파악을 할 수 있었고 했어야만 하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군 법무실의 책임을 축소하기 위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일부러 쓰지 않거나 더 조사하지 않은 것 아닌가?
증인 : 그런 건 아니다.
재판장 : 그런 게 아니라면 증인의 능력 부족이고 업무 태만인가?
증인 : 그렇지 않다.
재판장 :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증인은 외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추가 조사를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회의원이 대면 보고를 받으면서 “누가 먼저 조사 일정 변경 요청했는지 확인하라”고 지적한 뒤에야 중요한 문제라고 깨달았다는 건가?
증인 : 그렇다.
충남 계룡대 공군 본부 (출처:연합뉴스)
공군본부 관계자, "피해자 보호 조치 부족했다" 진술
■ 2023년 3월 24일 20비 군검사 직무유기 등 9차 공판
이날 공판에는 당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이었던 Y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Y 부장은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부터 피해자 사망 전(2021년 4월 7일~5월 21일)까지 사건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소명하라고 피고인 박 모 군검사에게 지시했고 이메일을 통해 보고받은 사람이다. 박 씨는 2021년 5월 24일 사건 처리 지연에 관한 보고서를, 6월 5일에는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 관련 사항을 정리한 보고서를 Y 부장에게 전송했다. 당시 Y 부장이 이메일을 통해 받은 자료들이 이 날 재판에 증거로 제시됐다. 박 씨가 의도적으로 사건 지연 사유를 왜곡한 것인지, 보고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오해였는지가 쟁점이 됐다.
특검 : 박OO 피고인은 증인의 지시에 따라 2021년 5월 24일 10시 24분 경 ‘사건 처리 지연 소명서’를 증인의 이메일로 보냈다. 맞는가?
증인(당시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장) : 그렇다.
특검 : 특검 조사 시 사건 처리 지연 소명서에 나타난 피해자 조사 일자가 2021년 5월 21일에서 2021년 6월 4일로 변경된 이유와 관련하여 “제가 당시 이 보고서를 처음 봤을 때 오해를 하여 군검찰에서 먼저 일정 변경을 요청한 것을 몰랐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고 피해자가 원해서 5월 21일에서 6월 4일로 변경됐다고 알고 있다가 언론에 기사가 나고 다시 언론 대응을 위해 정리를 하다 보니 군 검찰에서 먼저 피해자 조사 일정 변경을 요청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보고서를 보고 계속 피해자가 원해서 변경된 것으로 알았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맞다.
재판장 : 신문 과정에서 증인은 “오해를 하여”라는 표현을 썼다. 이 오해라는 것은 증인이 주관적으로 잘못 파악했다라는 취지인가, 아니면 원 작성 문서가 명확하지 않게 쓰여서 잘못 받아들였다는 의미인가?
증인 : 전자가 맞는 것 같다.
재판장 : 증인이 잘못 이해했다는 건가?
증인 : 그때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6월 4일로 (조사 일정을) 피해자가 변경했다, 피해자에 의해서 변경됐다”라는 걸 어디서 듣고 그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보고서를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보고서) 내용을 보고 ‘피해자가 먼저 요청을 했구나’라고 이해했었고, 이 문구를 보고 그렇게 오해를 했다는 거다.
재판장 : 그 말을 해준 것은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근무하는 수사관인 것 같다. 그 수사관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가?
증인 : 아마도 20비 수사관 OOO 아니면 15비(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수사관이었을 것 같다.
특검 측은 박 씨가 허위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박 씨의 PC 포렌식 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박 씨는 피해자 조사 준비 자료 중 하나인 ‘피해자 진술조서 초안’을 2021년 5월 6일 작성했고, 증인에게는 6월 5일 제출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특검의 포렌식 결과는 달랐다. 해당 파일은 증인(Y 씨)에게 제출된 6월 5일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은 박 씨가 이 중사 사망 이후 급하게 자료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박 씨의 변호인은 “미리 작성한 문서라도 상부에 보고하기 전에 수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수정 후 저장하는 과정에서 생성 날짜가 바뀐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검 : (포렌식을 통해)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증인이 2021년 6월 5일 16시 52분 경 박OO 피고인으로부터 이메일로 받은 ‘피해자 진술조서 초안’은 박OO 피고인이 2021년 6월 5일 오후 1시 22분 경에 생성했던 ‘피해자 진술 초안’의 파일 내용을 수정·보완해서 같은 날 오후 1시 36분 경 다른 이름(‘피해자 진술조서 초안’)으로 저장한 파일 같다. 그렇지 않나?
증인 : 제가 답변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박 모 씨 변호인 : 상급자가 그동안 작성했던 문서를 보내라고 지시했을 때 오래 전에 작성한 문서라면 증인은 그냥 열어보지 않고 바로 첨부해서 보내나? 아니면 열어서 오탈자가 있는지, 내용 부분에 덧붙일 게 있는지 확인하고 수정해서 보내나?
증인 : 당연히 열어보고 보낸다. 왜냐하면 같은 파일이라도 수정하다 보면 버전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이 맞는지, 이게 맞는지 여러 번 확인한다.
20비 법무실은 2021년 3월 8일 군사경찰대대로부터 최초로 사건 보고를 받은 직후 ‘참고보고’를 작성해 공군 내에 전파했다. 특검 측은 해당 보고서 내용을 제시하며 “참고보고에 적시된 가해자의 소속 대대, 지휘관의 이름 등으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고, 증인은 ‘해당 부대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이상 특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부대 내 참고보고 전파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이 사건 이후로는 중단된 걸로 안다”고 진술했다.
특검 : (20비에서 작성한) 참고보고를 보면, 피해자는 공군 인트라넷의 ‘사람 찾기’ 기능을 통해 충분히 특정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보고에 기재된) 노OO 반장이 있는 부서에 여성 부사관이 누가 있는지 확인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증인 : 깊이 고민해서 ‘누군지 찾아내야지’ 하고 생각하고 찾으면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보고서만 보면 직관적으로 이 사건이 부서에서 있었던 일이고, 피해자가 같은 부서 소속 대원이라고 추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특검 : 보고서를 보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증인 : 설명을 들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금은 든다.
박 모 씨 변호인 : (증인은) 20비 검찰 수사관 OOO이 작성해서 보고한 것을 받아봤다. 그 내용에...(중략)...이와 같이 피해자 이름이 가명으로 기재되어 있고 가해자 소속만이 기재되어 있는 상황인데 증인의 입장에서, 오랫동안 군에서 근무한 증인의 입장에서 이 참고보고만 보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나?
증인 : 당시에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박 씨 측 변호인이 피해자 자살 암시 문자를 언급하며 “어떤 부분이 자살 암시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면서 방청석에서 탄식이 나왔다. 재판장이 “지금 그 부분이 꼭 필요한가”라고 지적하면서 신문이 중단됐다. 이어진 재판부 질의에서는 ‘공군본부가 해당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인지했는지, 만약 인지했다면 왜 가해자·피해자 분리 등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지휘 책임을 다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신문이 이어졌다. 증인은 “그런 부분에서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재판장 : 지침과 실무의 대립 같은 것이 공군 내에서, 특히 공군 법무병과 안에서 매우 흔한 일인가?
증인 : 아주 흔하다고는 할 수 없다.
재판장 : 직장 내에서 이루어진 성범죄는 서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 간에 발생한 성범죄와는 달리 취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직장이라는 것이 일상 생활을 하는 데 시간을 굉장히 많이 보내는 곳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또 서로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2차 가해 방지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반드시 어떤 지침이 있지 않아도 일반 상식으로도 수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증인 : 그런 부분 때문에 피해자 분리도 하고 있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담사를 바로 바로 일대일 매칭을 다 시켜주고 있었다.
재판장 : 부사관들, 장교가 아닌 일반 간부들 사이의 성범죄의 경우에는 오히려 더 회유나 종용 같은 것들이 노골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서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
증인 : 그런 부분이 (공군본부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실은 더 많이 반성을 했고, 그 당시엔 그렇게 중요성에 대해서 인지를 못했던 것 같다.
신문을 마치기 전 증인은 “이 사건 수사 업무를 했던 사람으로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게 생각하고 너무 미안했다. ‘내가 뭘 정말 잘못한 건 아닐까, 그 당시에 내가 뭘 놓친 게 아닐까, 나 때문에 죽은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고...(중략)...이 자리를 빌어서 이 중사님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방부에서 특검으로 이어진 수사에 대해선 “언론에 나온 것들이 조금 과장되고 사실이 아닌 것들이 많이 나왔다. 왜곡된 여론으로 인해서 사실 고충을 겪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많은 고충을 당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당부했다.
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 씨는 이날 피고인 측 변호사가 “(이 중사의 문자 중) 어느 부분이 자살 암시냐”고 묻는 것을 듣고 “오늘 기회를 잃어버리면 계속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라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박 씨는 딸인 고 이예람 중사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딸과 식탁에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엄마, 사실은 내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새벽에 잠도 안 와서 상담관한테 장문의 메일도 보냈고 그리고 자살방지센터에도 전화를 했었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이게 자살 암시 문자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왜 그거를 살아있는 사람들이 예단합니까? 저는 우리 딸이, 우리 부부가 분명히 조금씩 조금씩 (군을) 바꿔 놓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면 (딸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만나서 우리 딸 수고했다. 고생했다. 엄마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렇게 꼭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