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속에 조 씨는 정 실장의 뇌물과 차명 지분 혐의를 뒷받침하는 추가 증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취재진을 만난 조 씨는 “나는 정진상이 누군지 모르고, 특혜는 이재명과 관계없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26일 서울 용산에서 기자와 만난 조우형
최근 석방된 유동규와 남욱은 정진상에게 1억 4천만 원의 뇌물을 줬고, 428억 원 상당의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을 정진상·김용·유동규 셋이서 나눠 갖기로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우형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정진상 실장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청구서 32쪽(총 36쪽) 정진상의 뇌물수수 등을 입증하는 주요 증인으로 조우형이 언급된다.
지난해 10월에 만난 조우형 “정진상 몰라, 1호 차명은 유동규 100%”
그런데 영장 속 내용은 지난해 10월, 조 씨가 취재진에게 직접 밝힌 내용과는 180도 달랐다. 조우형은 당시 취재진에게 “난 정진상 실장이 누군지 모르고,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 주인은 유동규 한 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취재진이 “만약 김만배가 그분이라고 칭했으면 적어도 김만배보다 나이가 많지 않겠냐?”는 취지로 묻자, 조 씨는 “하하” 웃으며 부인했다. 이어 “이건 유동규의 개인 일탈일 확률이 크다”고 덧붙였다.
▲2021년 10월 26일 조우형 인터뷰 내용 중
조우형 “대장동 특혜 준 사람은 최윤길, 유동규”
대장동 사업에 특혜를 준 몸통이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재명 대표가 관여할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과 유동규 본부장을 특혜를 준 당사자로 지목했다.
조우형의 이 같은 발언은 결과적으로 지난해 1차 수사에서 검찰이 내린 결론, 그러니까 천화동인 1호의 차명 지분 주인은 ‘유동규 한 명’이란 수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2021년 10월 26일 조우형 인터뷰 내용 중
조우형은 또 대장동 개발은 성남시로선 성공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성남시가 5,500억 확정 수익을 먼저 가져간 건 성남시로서는 정상적인 일이었단 주장이다.
사업 도중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대장동 민간 사업자들의 이익이 대폭 늘었지만, 반대로 부동산 침체로 손해가 났다면 성남시가 아닌 민간업자가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을 것이란 논리다. 이미 갚아야 할 빚이 많았던 성남시로서는 대장동 개발로 혹여 손실이 나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확정 이익으로 수익을 먼저 떼어간 것은 정상적인 일이었다는 게 조 씨가 내세운 주장의 근거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인물 관계도까지 직접 그려가며 기자에게 약 2시간 동안 설명하던 조우형 씨. 당시 ‘정진상을 모른다’고 했던 그가 1년 후, 정진상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정진상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에 연루된 당사자 중 최근 남욱과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데 이어, 조우형까지 관련 진술을 바꾼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조우형은 대장동 핵심 멤버, 천화동인 6호(282억 배당)의 실소유자
뉴스타파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해 10월 조우형이 천화동인 6호의 숨은 주인이란 사실을 파악하고도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천화동인 6호는 겉으론 조현성 변호사가 소유자다. 그러나 검찰은 정진상과 김용의 구속영장 곳곳에서 조우형을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자로 적시했다. 천화동인 6호는 282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실제 검찰이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에도 조우형이 이름을 숨기고 거액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가 나온다.
2020년 5월 7일에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에는 2014년 중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호반건설과의 이면 합의로 20억 원가량의 불법 비자금을 만들 당시, 조우형이 돈 일부를 상품권으로 바꾸는 등 비자금 전달과 세탁에 관여했다는 김만배의 발언이 나온다. 조우형이 비자금 중 3억 원가량을 가져다 썼다는 남욱의 검찰 진술도 있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5월 7일 녹음). 김만배가 조우형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취지로 정영학에게 얘기하고 있다.
조우형은 누구인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은 김만배를 통해 박영수 변호사를 만났다. 대장동 불법 대출 혐의가 있었지만, 당시 대검 중수부는 조 씨의 대장동 대출 건은 수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영수 변호사를 통한 ‘수사 무마 로비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의 구명 로비 활동과 관련해 수사에 협조하고 풀려난 것이고, 검찰이 대장동 자금 대출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1년 10월 26일 조우형 인터뷰 내용 중
이듬해인 2012년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조우형의 90억 원 배임 혐의를 수사했는데 그때도 입건되지 않았다. 그러다 3년 뒤인, 2015년 조우형은 불법 대출 알선과 배임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 받는다.
모두 세 차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우형을 변호한 건 박영수 전 특검 측 변호사들이었다. 박 전 특검 측은 “변호한 건 맞지만 대장동 수사 무마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