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34쪽 압색영장 속 천화동인 1호 ‘그분’ 실체는

2022년 11월 11일 10시 00분

뉴스타파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청구서 34쪽을 확보해 검찰의 대장동 수사 방향과 내용을 검증 보도하고 있다.
영장에는 압수, 수색, 검증을 요구하는 강제수사 사유와 함께 그동안 검찰이 주력한 대장동 수사의 주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하지만 정진상의 뇌물 수수 장소가 앞서 검찰이 대장동 수사의 핵심 증거로 삼은 ‘정영학 녹취록’의 내용과 배치되거나, 뇌물을 요구한 공범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검찰이 지난 9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언론은 영장 속 내용을 예측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검찰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전언 보도’가 주된 내용이다. ‘~라고 한다’식의 파편적인 전언 보도는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온전하게 드러내기 어렵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앞서 확보한 대장동 수사 기록과 정영학 녹취록을 검찰의 정진상 영장청구서 내용과 대조·검증했다.

○ 천화동인 1호 ‘그분’은 누구?

지난해 10월, 모든 언론은 천화동인 1호 ‘그분’이 누군지 찾아 나섰다. 김만배가 남욱과 정영학에게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은 그분 것임을 알지 않느냐’라고 말했단 기사가 나오면서부터다. 한 언론은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고 보도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정진상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피의자(정진상), 김용, 유동규는 김만배 등으로 하여금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게 하기로 모의하였다’고 작성했다. 정진상과 김용이 대장동 업자들과 사실상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검찰은 나아가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자를 특정하고, 정진상에게 ‘부정처사후수뢰’ 죄목을 적용했다. 정진상이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후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공여했다는 것이다.  
▲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청구서 19쪽
영장에 따르면, 정진상과 대장동 사업을 모의하기로 공모한 김만배는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의 배당 지분을 의논하기 위해 2015년 2월 초순경 고급 유흥주점에서 남욱, 정영학을 만났다. 이 술자리에서 김만배는 남욱에게 “너는 25%만 가지고 빠져 있어라, 25%면 충분히 챙겨주는 것이다. 정영학도 16%만 받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내 지분이 49.9% 정도인데 실제 나의 지분은 12.5%에 불과하고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 검찰은 여기서 이 시장 측 지분의 차명 소유자로 ‘정진상, 김용, 유동규’ 등 3인을 특정했다.

○ 검찰, 이재명 측 소유자는 ‘정진상, 김용, 유동규’ 

그런데 이후 ‘이 시장 측 지분’이 37.4%→30%→24.5%로 점차 줄어들었다는 게 영장 속 전개 내용이다. 최종 지분의 금액은 약 700억 원. 여기서 공통 경비와 세금 등을 빼고 최종적으로는 3인에게 428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게 검찰 수사의 내용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만배와 정진상이 나눴다는 대화 내용도 영장에 상세히 기재했다. 김만배가 (주)천화동인 1~7호를 만들고, 이 중 대장동 개발사업 지분 30%를 보유한 (주)천화동인 1호를 피의자(정진상), 유동규, 김용의 몫으로 배정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 부분에서 '저수지'란 단어가 등장한다. 
김만배가 2015.6.경 유동규에게 ‘사업 진행 경과, 비용 지출 등 상황을 고려하여 지분의 30%만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무렵 피의자(정진상)에게 ‘너네 지분이 30%가 되니까 필요할 때 써라. 잘 보관하고 있을게’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피의자(정진상)는 ‘뭐 저수지에 넣어둔 거죠’라는 취지로 대답하기도 하였다. 이후 김만배는 2015.6.경 위 배당 지분에 맞게 특정금전식탁에 참여할 7개의 법인인 (주)천화동인 1~7호를 각 설립하였고, 그 중 대장동 개발사업 지분 30%를 보유한 (주)천화동인 1호를 피의자(정진상), 유동규, 김용의 몫으로 배정하였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의 내용
▲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진상 압수수색 영장청구서 20쪽
이렇게 검찰이 (주)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으로 숨긴 실소유자가 ‘정진상, 김용, 유동규’, 세 명으로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유동규와 남욱이 재판 도중 진술을 뒤바꾸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정영학은 재판에서 ‘3인 공동소유’ 부인

그런데, 유동규와 남욱과 달리 정영학은 ‘3인의 공동소유’를 부인했다. 
지난달 28일에 열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에서 남욱은 정영학을 상대로 증인 심문하면서 “2015년 2월이나 4월에 김(만배) 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 시장 측 지분이라고 얘기해 내가 반발하다가 25%를 수용한 것은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정영학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3인의 차명 공동소유를 부정한 것이다.
그런데, 김만배가 실제로 이런 말을 했는지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김만배는 검찰 조사에서 1호의 소유자가 “100%로서 사실상 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천화동인 1호는 유동규를 위한 이익배당금 명목의 회사인가요?”라는 검찰의 질문에 김만배는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다음은 지난해 10월, 김만배가 검찰에 답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이다.
▲ 지난해 10월 11일, 김만배가 검찰에 답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
▲ 지난해 10월 11일, 김만배가 검찰에 답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
김만배의 이런 진술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은 ‘천화동인 1호 지분’ 700억 원이 온전히 유동규 몫이라고 판단하고 재판에 넘겼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근거는 ‘정영학 노래방 녹취록’의 존재였다.  

○ 노래방 녹취록에 등장한 ‘1호 그분’...정진상·김용 언급 없어 

2020년 10월 30일, 김만배, 유동규, 정영학 등 세 명이 경기도 분당의 한 노래방에서 만났다. 당시 정영학은 셋의 대화를 전부 녹음했고, 검찰에 제출했다.
이날 정영학이 녹음한 파일을 글로 풀어 쓴 ‘노래방 녹취록’은 대장동 수사와 재판에서 핵심적인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70쪽에 달하는 녹취록에는 대장동 멤버들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자, 50억 약속 클럽, 공통비용 분담 등을 두고 나눈 대화가 상세하게 담겨있다.
노래방 녹취록 속에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천화동인 1이 남들은 다 네 걸로 알어”라면서 “너(유동규)라는 지칭은 안 하지만, 내 게 아니라는 걸 알아”라고 말한다. 1호 차명 주인이 유동규라는 소문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유동규는 “비밀이 지켜졌어야죠”라면서 “그걸 누가 이야기 안 했으면 애들이 어떻게 알겠어요”라고 언짢아한다. 여기서 애들은 화천대유 직원들을 뜻한다.
▲ 2020년 10월 정영학 노래방 녹취록 중 
유동규가 그런 소문이 퍼진 이유를 따져 묻자 김만배는 회사(화천대유) 직원들이 아니라 '남욱'이 퍼뜨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욱이 천화동인 1호가 자기 것이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면서 차명 소유 사실이 불거졌단 논리다. 이에 유동규가 더욱 흥분하자 김만배는 "아무도 몰라. 너라는 거"라며 안심시킨다. '유동규 단독 소유'가 아닌 '3인 공동소유'로 볼 수 있는 대목은 노래방 녹취록에 없다. 
▲ 2020년 10월 정영학 노래방 녹취록 중 
2021년 2월부터 4월 사이 김만배와 정영학이 나눈 여러 대화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700억 원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 정영학 녹취록(2021.2.4.) 중 김만배와 정영학의 대화 
이날 녹취록에는, 7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정영학과 여러 방안을 상의하던 김만배는 결국 남욱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 도중 합의하는 방식으로 돈을 건네기로 한다. 이후 남욱이 이 합의금을 유동규에게 알아서 건네주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만배는 남욱이 합의금을 유동규에게 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실소유자가 ‘정진상, 김용, 유동규’ 3인이었다면, 김만배의 이 같은 발언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 전체를 살펴봐도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차명 소유자는 유동규 한 명이다. 
▲ 정영학 녹취록(2021.2.4.) 중 김만배와 정영학의 대화 
정진상 영장청구서 속 ‘천화동인 1호 차명 지분=3인 공동소유’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수사팀이 대폭 교체된 후 유동규와 남욱이 진술을 뒤바꾸면서 그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남욱·유동규 측과 김만배·정영학 측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스스로 핵심 증거라고 삼았던 정영학 녹취록을 뒤집을 만한 객관적인 물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뉴스타파는 대장동 사건의 이해를 돕고, 검찰의 수사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정영학의 '노래방 녹취록'을 데이터포털에 전부 공개한다. 70쪽 분량으로 아래 전문 보기를 누르면 확인할 수 있다. 이 녹취록에 수기로 적은 이름과 도표는 정영학이 검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첨삭한 내용이다.
제작진
데이터김강민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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