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 수억원대 연봉에 퇴직금까지 꿀꺽?

2013년 03월 29일 12시 40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이 연봉과는 별도로 받은 퇴직금을 규정을 어긴채 수년째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고용휴직 공무원이 국제기구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할 경우 소속 중앙관서의 장은 당해 퇴직금을 반환받아 세입조치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용휴직 후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인건비와 퇴직금을 국제기구가 아닌 우리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은 파견기간 동안 공무원연금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퇴직금을 따로 받을 경우 중복 수령을 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2005년 국제기구 퇴직금 환수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규정 신설 이후에도 상당수 공무원들이 퇴직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퇴직을 하는 등 국제기구 퇴직금의 환수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한 환경부 1급 공무원은 IBRD 파견근무를 마치고 2009년 복직했으나, IBRD에서 받은 퇴직금 수천만 원을 아직 반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난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를 퇴직한 한 공무원은 6년 넘게 국제기구에서 받은 퇴직금을 국고에 반환하지 않고 있다. 이 퇴직금은 국제기구가 지급하는 형식이지만 그 예산은 우리 정부가 해당 국제기구에 낸 지원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의 퇴직금 미반환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부터 대상자들에게 퇴직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아직 반환하지 않은 사람이 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에게 국제기구 파견 근무는 선망 그 자체입니다. 국내근무 때 받는 급여보다 서너 배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물론 경력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이 파견 나가 있는 국제기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등 25곳. 파견인원은 60명입니다. 파견기간은 보통 2년에서 3년입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OECD에 파견된 공무원은 평균 3억2100만원, 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3억36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을 거액입니다.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조기유학을 시키는 셈이어서 금상첨화입니다. 한국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널찍한 정원과 지하실을 갖춘 2층 양옥집. 월 임대료가 300만원이 넘는 고급 주택에서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제기구 파견 후 복직한 직원]
“아파트 사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다 개인 주택에서 삽니다.”
(왜요?)
“돈이 그렇게 나오니까. 파견 나온 분들은 월 2500달러가 나오는데 영수증을 내야해요. 아파트는 1700불 아닙니까. 1700불 내면 1700밖에 못 받고.”

국제기구에 파견된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안락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바로 국민이 낸 세금 덕택입니다. 국제기구 파견 공무원들의 인건비와 체류비용은 해당 국제기구가 아니라 우리 정부의 예산에서 매년 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고액 연봉 외에도 우리 정부가 해당 국제기구에 지급한 돈으로 거액의 퇴직금까지 이중으로 받아 챙긴다는 겁니다.

퇴직금 규모는 근무기간과 직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3000만원 선입니다. OECD에서 근무했던 한 고위 공무원은 5800만원이나 받았습니다.

규정에는 국제기구 근무 후 받는 이 퇴직금을 국고로 반환하도록 돼 있습니다. 국가가 경비를 전액 부담하고, 공무원들은 연금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만큼 퇴직금을 따로 받는 것은 중복해서 돈을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의 조사 결과 퇴직금 반환 대상 공무원은 84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9명만 돈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후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5명이 미반환 상태입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퇴직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공무원들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 공무원은 장 차관을 제외하고 일반직 공무원으로는 최고위인 1급 공무원인데 귀국한지 4년이 지나도록 퇴직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부처 1급 공무원]
(퇴직금 내야 돼잖아요?)
“드릴 말씀이 없어요. 저는 아직 부과를 못받았기 때문에 부과를 받아야 낼 수 있어요.”
(왜 부과를 못 받았다고 말씀하시는지?)
“뱅크하고 뱅크하고 확인을 해야지”
(본인이 먼저 국제기구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서류를) 받아와야 하잖아요.)
“(서류가)가 있어요. 가 있다교.”
(언제 신청하셨어요?)
“진작에 신청했죠.”
(갔다 온 지 몇 년 됐는데 왜 안 내고 계시다가...왜?)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다 관련돼요.”

올해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이 1급 공무원은 자신과 배우자 명의로 4억 천여만 원의 예금을 포함해 8억 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퇴직금을 반환하지 않고 3년 전 명예퇴직한 공무원을 만났습니다. 그는 정부에 책임을 떠넘깁니다.

[퇴직 공무원]
“얼마를 내야 되는지도 모르고 냅니까. 얼마를 내라고 정확히 얘기하지 않은 행안부와 교과부에 물어보세요. 개인적인 것을 왜 다 이야기해야 돼요?”
(그게 개인적인 것이 아니고 국민 세금으로 받은 거 잖아요.)
“세금은 세금이지만 그건 다른 성격이에요.”

그러나 안전행정부의 말은 다릅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
“2009년 6월 지침이 나갔다. 그 때부터 환수를 해왔어요. 부처 자체적으로 채권을 확보하는 문제인데 이걸 왜 행안부랑 계속적으로 (연결)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어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수억 원의 연봉뿐 아니라 퇴직금까지 이중으로 받아 챙긴 공무원들.

이들은 귀국 후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6년이나 퇴직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지만 처벌하거나 강제할 규정은 없습니다.

올해 국제기구에 파견된 공무원들의 인건비로 책정된 예산은 164억원. 지난해보다 6억원 늘었습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