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비 '오남용' 예산 반납 잇따라...이은재 등 검찰 고발
2018년 10월 22일 15시 34분
제 3자 계좌를 빌려 정책연구비 1000만 원 이상을 빼돌린 이은재 의원과 자신의 선거운동원이 만든 ‘유령 연구단체’에 정책 연구를 몰아준 백재현 의원이 관련 예산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하기로 했다. 이로써 2018년 1월부터 시작된 뉴스타파의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오남용 실태 보도 이후, 잘못을 인정하고 사용한 국회 예산을 반납했거나 반납 조치 중인 국회 의원은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은 10월 22일 해명자료를 내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지적된 정책개발비를 이미 국회사무처에 반납했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은재 의원실은 국회사무처에 1,167만 원의 국회예산을 반납하겠다고 알렸고, 현재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은재 의원은 그러나 빼돌린 국회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또 형법상 사기죄 등에 해당할 수 있는 이같은 불법사실을 이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10월 17일 이은재 의원실이 보좌관 친구의 계좌를 이용해 정책연구를 진행한 것처럼 꾸민 뒤 국회예산 천 만원 이상을 빼돌려 의원실 비자금으로 조성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취재 당시 이 의원실 보좌관은 빼돌린 돈은 개인 용도도 사용하지 않았고 의원실 경비로 썼다고 주장했지만, 의원실 경비 계좌 입출금 내역 등의 입증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백재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표절과 명의도용 등 엉터리 정책연구 보고서에 들어간 국회예산을 반납 조치했다.
백재현 의원은 뉴스타파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면서 “표절과 무단도용이 밝혀진 정책연구와 관련해 반납 조치 및 사과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백 의원이 반납하는 국회예산은 3천만 원 정도다. 표절과 명의 도용 등 엉터리 정책연구 5건에 들어간 2,500만 원, 의원실에서 일하던 입법보조원에게 정책연구를 맡겨 용역비를 지급받게 한 뒤 다시 돌려받았다는 의혹과 관련된 국회예산 500만 원 등이다.
그러나 백재현 의원은 자신의 선거운동원 고 모 씨가 만든 한국경기술포럼이라는 단체가 유령 연구단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정책연구를 몰아준 이유가 무엇인지, 고 씨와는 어떤 관계인지 밝혀달라는 해명 요청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백 의원은 “포럼이란 것이 어떤 연구단체라는 뜻은 아니다. 포럼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초선의원 시절이라 8년이 넘어 기억이 희미해졌고 보좌진도 교체돼 왜 그 단어(포럼)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포럼같은 회의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던 같다. 그 뒤로는 관행적으로 사용했다”는 해명만 내놨다.
또 자신의 의원실에서 일하던 입법보조원에게 정책연구를 맡겨 용역비 500만 원을 지급받게 한 뒤 다시 돌려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실제 연구자가 누구인지 끝내 밝히지 않은 채 관련 예산을 반납하겠다는 입장만 밝혀왔다.
백 의원은 “보고서 작성 당시 직업이 교수는 아니지만, 학위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처음부터 신원에 대한 비공개 약속을 하고 연구를 진행해달라고 요청해 실명을 공개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백재현 의원이 한국경영기술포럼, 한국조세선진화포럼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단체에 정책연구 12건을 맡기고 국회예산 5천만 원 이상을 지급했으며 이 가운데 5건의 정책연구 보고서가 연구자 명의도용과 표절로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유령연구단체를 만든 사람이 2016년 총선 당시 백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선거운동원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취재 박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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