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전체 부서가 쓴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내역의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에서 법무부의 전체 비공개 처분은 “위법·부당”하다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그러나 중앙행정심판위는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는 결정 대신, 법무부가 ‘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뉴스타파 전문위원)는 지난해 10월 27일, 법무부 전 부서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쓴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가 범죄 정보가 공개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고, 그해 12월 5일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올해 5월 26일, 법무부의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법무부가 해당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도록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하 변호사가 행정심판을 제기한 지 173일 만에 나온 재결이다.
중앙행정심판위, 법무부 업추비 정부구매카드 내역 전체 비공개는 “위법·부당”
2주 뒤인 6월 9일, 하승수 변호사에게 보낸 재결서에 따르면 중앙행정심판위는 “법무부 전 부서의 모든 업무가 범죄예방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의 정보 모두가 범죄예방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또 “이 사건 정보가 법인 등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고 그 공개로 인하여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보더라도, 법인 등을 특정할 수 있는 항목을 제외한 정보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정보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밝혔다.
중앙행정심판위, ‘정보 공개’ 판단 대신, 법무부에 ‘공개 여부 다시 결정하라’
그러나 중앙행정심판위는 “피청구인(법무부)은 이 사건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여야 한다”며 해당 정보의 공개를 주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정부 기관의 업무추진비 카드사용 내역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인데도, 중앙행정심판위가 ‘해당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단하지 않고, 법무부에 ‘공개여부를 다시 결정하라’고 한 결정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또 이번 행정심판 과정에서 “중앙행정심판위가 재결 시한을 4차례나 연장하는 등 행정심판법에 정해진 법정시한 60일(1회 연장 포함 최대 90일)을 어기며 심판이 늦춰진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하 변호사는 “현재의 행정심판 제도가 정보공개와 관련해서 독립성·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보기 : 멈춰버린 행정심판과 법무부의 비공개 ‘억지 주장’)
하 변호사는 곧 법무부 전체 부서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내역의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장관, 차관, 본부장 등이 쓴 업무추진비 내역은 법무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만, 그 밖의 하위 부서가 쓴 업무추진비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