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3선 윤영석, 허위 용역으로 고액 후원단체 세금 지원

2022년 09월 29일 20시 00분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꾸며 학술대회 자료집을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로 둔갑시키는 수법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할 학술대회 행사 비용을 국회사무처에 떠넘기는 등 국민 세금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의원은 또 지역구 언론사가 자사 기사를 베껴 만든 표절 보고서에 국민 세금 500만 원을 지출했다. 뉴스타파와 협업 중인 시민단체들은 윤 의원의 세금 오·남용이 국회사무처를 속이는 행위로 볼 수 있어 사기죄 등으로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윤영석, 정책연구용역 한다며 250만 원 타내 지역구 단체 학술대회 경비로 지출

▲국민의힘 3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독립운동기념 단체인 ‘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아래 기념사업회)에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주고 세금 250만 원을 지급하고 작성된 보고서. 여느 의원들의 결과보고서와 달리 학술대회 자료집이었다.
국민의힘 3선의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지난해 9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독립운동기념 단체인 ‘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아래 기념사업회)에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주고 세금 250만 원을 지급했다.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을 명분으로 국회 예산인 ‘입법 및 정책 개발비’를 사용해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할 수 있다.    
한 달쯤 지난 10월, 윤영석 의원은 기념사업회로부터 정책연구 결과 보고서를 받아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결과보고서는 168쪽 분량이었다. 양산 출신의 독립운동가 윤현진의 삶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여느 의원들의 결과보고서와는 달랐다. 정책연구 결과보고서가 아닌 학술대회 자료집이었다. 양산시장, 울산보훈지청장의 환영사, 윤영석·김두관 의원의 축사, 토론자와 토론 발표문까지 들어있다. 
더구나 국회 예산 250만 원을 지원받고 작성된 결과보고서인데, 보고서 맨 끝에 “국가보훈처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자료집을 발간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어떻게 된 걸까. 
2020년 12월, 기념사업회는 국가보훈처가 공모한 독립·호국·민주화 관련 사업에 선정돼 국고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기념사업회는 이듬해 10월, 독립운동가 윤현진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보훈처 홈페이지에 윤영석 의원이 수행한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와 똑같은 내용의 학술대회 자료집이 올라와 있는 이유가 바로 보훈처 예산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념사업회는 이 학술대회 자료집을 통째로 베껴 정책연구 결과 보고서로 둔갑시켰다. “본 보고서를 윤영석 의원으로부터 의뢰받은 연구용역의 최종보고서로 제출한다”는 문구도 없었다. 학술대회 자료집 168쪽 전체를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라며 버젓이 국회에 제출했다. 
용역을 의뢰하고 감수하는 의원실과 공모하지 않고선 예산을 받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윤영석 의원실과 기념사업회는 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국회사무처를 속였고, 국가보훈처 예산 1천만 원과 국회 예산 250만 원을 이중으로 받도록 했다. 

본인 부담할 학술대회 행사비용, 국회사무처에 떠넘긴 윤영석 의원

▲ 윤영석 의원실과 기념사업회는 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국회사무처를 속였고, 국가보훈처 예산 1천만 원과 국회 예산 250만 원을 이중으로 받도록 했다. 
당시 기념사업회가 보훈처에 낸 신청 서류를 보면, 학술대회 총사업비 1,800만 원 중 국고에서 1천만 원을 요청하고 나머지 800만 원은 자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자부담 방식은 ‘윤영석 국회의원실과 자체 조달’이라고 분명히 적었다. 국가보훈처 담당 공무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기념사업회의) 신청 자체가 (윤영석) 국회 의원실에 자부담을 구하겠다고 해서 (예산) 승인해 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윤영석 의원실은 보훈처 신청 서류에 적힌 대로 ‘자부담’하지 않았다. 대신 국회 정책개발비 예산을 유용했다. 윤 의원실은 기념사업회에 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허위로 꾸몄고, 국회사무처에 세금 250만 원을 청구해 기념사업회가 지원받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맡겨 국회의원들의 입법 및 정책을 개발하라고 책정된 국회 예산을 다른 데로 돌려쓴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윤영석 의원은 자신이 부담해야 할 행사 비용을 국회사무처가 대신 내도록 했다. 이런데도 당시 학술대회 행사장에는 ‘윤영석 의원실 후원’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의원에게 배정된 국회 예산을 오·남용했을 뿐 아니라 국민 세금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의원 개인이 학술대회를 후원한다면 모르겠으나 국회사무처 예산 특히 정책연구용역 예산으로 이걸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책 연구 용역을 안 했는데 정책 연구 용역을 하는 것처럼 해서 예산을 받아낸 것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기념사업회 이사 4명, 윤 의원에게 6천만 원 고액 후원 

그렇다면 기념사업회와 윤영석 의원과는 어떤 관계일까. 뉴스타파는 윤영석 의원의 고액 후원자 명단을 확인했다. 기념사업회 등기이사 4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윤영석 의원이 2012년 첫 국회의원이 된 이후 기념사업회 4명의 등기이사들은 윤 의원에게 총 6,000만 원을 후원했다.
서 모 이사가 500만 원씩, 두 번(2012년, 2016년), 박 모 이사는 500만 원씩, 두 번(2013년, 2016년), 또 다른 서 모 이사가 500만 원씩, 일곱 번(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20년, 2021년), 김 모 이사가 500만 원 한 번(2016년)이다. 윤영석 의원이 2012년 첫 국회의원이 된 이후 기념사업회 4명의 등기이사는 윤 의원에게 총 6,000만 원을 후원했다. 
취재진은 기념사업회를 찾아 연구용역 수행자로 돼 있는 김 모 상임이사를 만났다. 용역을 맡게 된 경위를 묻자, 김 씨는 “윤영석 의원이 학술대회 자료집을 지원하기로 해 연구용역을 맡기게 된 것”이라며 설명했다. 또 “기념사업회 이사들이 윤 의원에게 고액 후원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문 기사 베낀 ‘표절보고서’에도 세금 500만원 지출

▲ 윤영석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양산 지역구 있는 신문사에 정책연구용역을 맡겼다. 주제는 ‘양산시 상북면과 하북면 항일독립운동 스토리텔링 사업’으로, 이 신문사가 수년 전 보도한 기사를 출처 표기 없이 베끼고 짜깁기해 만들었다.
윤영석 의원의 엉터리 연구용역은 더 있다. 윤 의원은 지난 2020년 5월, 양산 지역구 있는 신문사에 정책연구용역을 맡겼다. 주제는 ‘양산시 상북면과 하북면 항일독립운동 스토리텔링 사업’이었고, 세금 500만 원이 들어갔다.
용역을 맡은 이 신문사는 앞서 언급한 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와 같은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기념사업회 상임이사가 신문사 대표도 겸직하고 있었다. 단체는 달랐지만, 같은 사람에게 또다시 정책연구용역을 준 것이다. 500만 원짜리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의 내용은 어땠을까. 
보고서는 9페이지에 불과했고, 내용도 부실했다. 이 신문사가 수년 전 보도한 기사를 출처 표기 없이 베끼고 짜깁기했다. 보고서의 앞부분(1~3쪽)은 ‘독립운동가 김철수’를 소개하는데, 2019년 2월 12일 자 자사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복사해 붙여 넣었다.  
또 ‘독립운동가 윤현진’을 다룬 내용(3~6쪽)도 2015년 9월 8일 자 신문 기사를 베꼈다. ‘신평 3.1만세운동과 통도사 관련 인물’을 다루는 대목은 2019년 7월 2일 자, 자신들이 보도한 기사를 그대로 복사했다.
보고서의 마무리 부분은 글씨가 깨져 있다. 보고서를 만들면서 탐방로 지도 이미지를 글 위에 겹쳐 올려 문단을 덮었고 이 때문에 읽을 수 없게 됐다. 
또 보고서에는 상북면과 하북면의 이름을 각각 상북독립면, 하북만세면으로 바꾸자고 제안하고 있는데, 이미 1년 전 양산시장이 발표한 내용이었다. 새로운 내용 없이 자사 기사를 베껴 만든 9쪽짜리 표절 보고서에 세금 500만 원이 쓰였다.  
▲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를 만들면서 탐방로 지도 이미지를 글 위에 겹쳐 올려 문단을 덮었고 이 때문에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됐다.

윤 의원실, “보훈처·사무처 문제없다 확인받고 지원했다” 해명  

윤영석 의원에게 해명을 요청했다. 학술대회 비용을 국회사무처에 떠넘긴 세금 유용 의혹에 대해, 윤 의원실은 “국가보훈처 및 국회사무처에서 국회 정책개발비로 (학술대회) 사업을 보조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받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의원 개인 사비로 (행사 비용을) 지원할 경우 공직선거법 등의 위반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이사들이 있는 기념사업회에 용역을 준 것에 대해서는 “특수관계로 해석하는 것보다는 기업인으로서 기념사업회 이사진을 맡고 있고, 기업인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실은 또 지역 신문사에 맡긴 표절 보고서에 대해서는 “국회에 최종보고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완성본이 아닌 초안을 제출해 벌어진 실수”였다며 “신문사로부터 보고서 완성본을 제출받았고, 국회사무처에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완성본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영석 의원실이 완성본이라고 보내온 정책연구용역 결과보고서는 현장 사진과 참고 자료가 추가됐을 뿐, 애초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표절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자사 기사를 그대로 베껴 작성된 것은 변함이 없다.  
국회사무처가 발표한 의정활동 안내서를 보면, 국회의원들이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다른 논문 또는 도서 등 자료를 인용한 경우 반드시 인용 출처를 상세히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침을 어긴 엉터리 용역에 국민 세금 500만 원이 들어갔지만, 윤 의원실은 부실 보고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영석 의원은 지난 2017년에도 다른 기관의 연구자료를 베낀 정책자료집을 만들어 세금 388만 원을 낭비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그때도 정책자료집 표절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냐고 물었고, 윤 의원은 “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은 뒤 해명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책임 있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21대 의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용역의 지출 증빙 서류 원본과 결과 보고서 497건을 <뉴스타파 머니트레일>에 공개한다.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얼마의 세금을 투입해 어떤 주제의 용역을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리서처강유진, 홍채민
데이터최윤원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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