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안민석 세금 오남용, 대선후보 홍보방송을 ‘정책간담회’로 포장

2023년 01월 30일 11시 00분

지난해 20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의겸TV’에 이재명 후보를 홍보하는 등의 영상을 올리고 ‘간담회’, ‘좌담회’ 명목으로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500여만 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입법과 정책 개발에 쓰도록 책정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 취지에 벗어나 세금을 오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의겸·안민석 의원은 “자당과 자당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고 알리는 일도 국회의원의 활동”이라며 세금 오남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두 의원이 만든 동영상에는 자당 후보의 홍보와 상대 후보의 비판만 있고, 공약이나 정책에 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21대 국회의원들이 전반기 2년(2020.6.~2022.5.) 동안 집행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 증빙자료 5,000여 건을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해 전수·검증하고 있다. 예산 집행 유형 별로는 의원들이 법을 만들고, 정책을 수렴·개발할 목적으로 개최한 간담회, 토론회, 공청회가 가장 많다. 

김의겸·안민석, 이재명 홍보와 김건희 검증 방송에 국회 예산 500만 원 사용

이중 지난해 대선 당시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이 참여한 유튜브 행사가 눈에 띄었다. 김의겸·안민석 의원이 공동 진행한 3건, 김 의원 혼자 진행한 1건이다. 두 의원은 4건의 영상을 제작하고 각각 ‘간담회’, ‘좌담회’를 했다는 명목으로 세금 535만 원을 지출했다. 
네 건의 영상은 김의겸 의원이 운영 중인 ‘김의겸TV’에 올라와 있다. 김의겸TV는 김의겸 의원이 자신의 의정을 홍보하기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다. 21대 국회의원 중 자신의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뒤 간담회, 좌담회 명목으로 국회 예산을 신청한 경우는 중도 사퇴한 김진애 전 의원, 현역 의원으로는 두 사람이 전부였다. 
뉴스타파는 두 의원이 세금을 투입해 만든 네 건의 동영상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특히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 취지에 맞게 제작됐는지 따져봤다. 
▲ 2022년 1월 7일, 김의겸TV에 업로드된 영상. 이 방송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 방송을 하게 된 계기를 "유튜브를 통하지 않고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민석 의원과 김의겸 의원은 이 방송 제작 비용 등으로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 120여만 원을 썼다. 그러나 1시간이 넘는 방송에 입법과 정책 개발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먼저, 20대 대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월 7일. 유튜브 채널 김의겸TV에 “나를 위해 이재명, 카피 뒷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안민석 의원은 영상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대선 때 뭔가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유튜브가 완전히 대세가 되지 않았습니까. 유튜브를 통하지 않고서는 국민과 소통할 수 없는 대선판이 됐죠. 안민석TV를 하는 것은 부담도 있고, 자신도 없고 그래서 김의겸TV에 숟가락 얹어야겠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이재명 캠프 홍보 관계자, 이재명 지인 등 출연... 정책·공약 내용 없어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이 진행했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선 캠프의 홍보 관계자들이 여럿 나와 이 후보의 대선 슬로건을 만든 배경 등을 홍보했다. 자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후보의 홍보 일색이었다. 1시간 가까운 방송 동안 두 의원의 정책이나 입법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었다.  김의겸 의원은 영상 끝에 이재명 후보의 지지를 당부했다.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여러분께서 이 프로그램을 보시고 한 분이라도 더 설득하고 권유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유튜브를 하는 거고요. 앞으로 남은 60 며칠을 잘 마무리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그리고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은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급 청구서에 각각 국회의원 ‘정책 간담회’라고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예산을 신청했다. 안 의원은 ‘영상 촬영 장비 대여료 및 기술 자문료’와 ‘다과비’ 명목으로 86만 원, 김 의원은 ‘식대’와 ‘다과비’로 34만 원의 세금을 썼다. 
나흘 뒤인 2022년 1월 11일, 김의겸TV에 또 다른 영상이 올라왔다. 이재명 후보의 지인들이 나왔고, 1시간 방송 내내 이 후보의 홍보로 채워졌다. 
▲  2022년 1월 11일, 유튜브 ‘김의겸TV’에서 발언 중인 김의겸 의원
저희들이 오늘 이렇게 세 분을 모시게 된 것은 인간 이재명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별로 없고,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알려진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와 아주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한, 세 분을 모시고 인간 이재명에 대한 탐구를…

-안민석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국민들의 반응도 좋게 나오고 있고 저도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상황을 바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지막 희망의, 바람의 한마디씩 해주시면서 오늘 마무리 짓죠. 

-김의겸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국회의원으로서 두 의원이 법을 만들고 정책을 개발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민석 의원은 촬영 장비 대여료로 55만 원, 김의겸 의원도 촬영장비 대여료 등으로 81만 원의 세금을 집행했다. 국회사무처에 ‘정책간담회’를 한다는 명목으로 정책개발비 예산을 신청한 것이다.   
일주일 뒤, 김의겸TV. 이날 두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인 김건희 씨와의 통화 녹음 등을 공개했던 서울의소리 기자와 대표를 불렀다. 약 1시간 반 동안 이른바 ‘김건희 검증’ 방송을 내보냈다. 
김의겸 의원은 서울의소리 기자와 대표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각각 40만 원씩, 80만 원을 지급했다. 이 돈 역시 김 의원의 정치후원금이 아닌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에서 지출됐다. 또한 두 사람의 출연 사례금과 물품구입비 등을 더해 총 179만 원의 세금이 지출됐다. 
대선을 한 달 앞둔 2022년 2월 8일, 네번 째 김의겸TV 방송도 마찬가지. 영화 <나의 촛불> 제작진이 출연한 이 방송에서 두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후보를 ‘배반의 정치인’으로 비난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검찰총장 후보 시절에)우리 쪽 진영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국회의원들도 그렇고, 우리 지지자들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다 윤석열을 응원했죠. 이렇게 배반의 장미를 때릴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

-안민석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래서도 안 되겠지만, 단순히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고 검찰이, 현직 2,000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검찰 출신들이 군복을 안 입었을 뿐이지, 양복을 입었을 뿐이지, 총칼 들고 박정희가 5.16 때 청와대를 장악한 것처럼, 검사들이 장악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김의겸 의원 (김의겸TV 방송 발언)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자당 이재명 후보 홍보 등 4건의 방송에 총 535만 원의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네 방송에는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개발하는 등의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입법과 정책·공약 없이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535만 원 지출

김의겸TV로 나간 네 개의 영상 모두 국회의원의 입법과 정책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였다. 두 의원이 속한 이재명 후보를 지지·홍보하고, 윤석열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전부다. 그러나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은 ‘간담회’, ‘좌담회’를 한다는 이유를 붙여 국회사무처에 예산을 신청해 세금 535만 원을 썼다.  
입법과 정책 개발에 쓰도록 돼 있는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 취지에 어긋나 세금을 오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선 후보의 홍보 같은 정치 활동은 통상 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이나 정당의 선거비용에서 지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는 데 입법도 해야 되고 또 정책 개발도 해야 되니까 그래서 만들어진 예산이라서 그게 어떤 특정한 후보의 홍보를 위해서 쓰인다는 것은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취지에 맞지 않는 거죠. 사실 이런 부분들은 명확하게 규정으로 금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국회의원이 의정 활동을 잘 하라는 취지로 2005년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이 도입됐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는 말 그대로 의원의 입법과 정책 활동에만 쓰도록 배정된 예산이다. 한 해 의원 300명이 쓸 수 있는 정책개발비 예산은 120억 원가량이다. 

김의겸·안민석, "대선 시기, 대선 후보 홍보는 국회의원 활동"이라 답변

김의겸·안민석 두 의원은 뉴스타파에 공동 입장문을 보내왔다. 두 의원은 ‘자당 대선 후보의 홍보도 국회의원의 활동 중 하나’라며 예산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선 시기 정당과 국회의원의 주된 활동은 자당과 자당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개발하고, 널리 제대로 알리는 일이며, 아울러 상대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될 것임. 즉 정책을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정책과 정책의 슬로건 등을 알리는 것도 정책개발의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함. 의원실에서 정책개발비를 집행한 간담회는 이 같은 활동을 위한 것이며, 그 내용을 유튜브로 알리는 것을 병행한 것임.”

김의겸·안민석 의원 공동 입장문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두 의원이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 구체적 선거 공약이나 정책을 제안하는 내용은 없었다. 뉴스타파는 두 의원실에 공약이나 정책 설명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힌 뒤 세금 오남용 여부를 다시 물었다. 두 의원실은 세금을 제대로 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웠던 가장 중요한 게 실용이고, 그다음에 통합, 개혁, 이런 게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재명) 후보가 얼마나 잘 이렇게 지킬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성장 과정을 밟아왔는지 알리는 것이죠. 저희가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게 정권을 잡기 위해서 하는 거고 그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최대한 좋은 정책을 개발하고 공약을 만들고 좋은 후보를 만들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취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의겸 의원실 보좌진 답변 

국회사무처 "해당 의원실 의사 결정 존중"...국회의원 감시와 견제 포기 

뉴스타파는 입법과 정책 개발과 관련이 없는 대선 후보의 홍보에 국회 입법 및 정책개발비 예산을 써도 문제가 없는지 국회사무처에 질의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의원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비용 지급을 (국회사무처에) 의뢰할 경우, 해당 의원실의 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 같은 국회사무처의 태도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뉴스타파는 국회 예산으로 수백 권의 책을 사들여 선물을 돌린 권성동·김기현·조수진(비례) 의원의 행위가 세금 오남용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국회사무처는 “검토를 오래 해야 할 내용”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정책 워크숍을 명분으로 1박2일 야유회 행사를 다녀온 최강욱 의원실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행사 경비에 쓴 세금을 국회사무처에 반납했다. 그런데도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의 입법 및 정책 개발 목적에 맞는지 직접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국회 세금도둑 추적> 프로젝트를 7년째 진행 중이다. 2018년,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20대 국회에서 70명이 넘는 ‘세금도둑’ 의원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는 예산 오남용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은 틀렸다. 여·야 의원 구분 없이 세금 오남용은 여전했다. ‘세금도둑’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국회의원 예산 사용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포기한 국회사무처의 ‘복지부동’ 탓도 적지 않다. 
제작진
촬영정형민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데이터최윤원
리서처강유진 홍채민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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