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감시

2조 2천억 들인 아라뱃길, 한해 물동량 고작 ‘컨’ 176개

2013년 03월 22일 12시 56분

지난 1년 동안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운반된 컨테이너는 고작 176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5일까지 경인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는 2만1125 TEU, 이 가운데 아라뱃길의 주운수로를 이용해 내륙까지 운반된 컨테이너는 176 TEU인 것으로 확인됐다. 1 TEU는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를 가리키는 단위다.

경인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화물의 99.2%는 운하 밖에 있는 아라인천터미널에서 선적 또는 하역됐다. 아라인천터미널은 서해와 맞닿아 있어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짐을 부리기 위해 운하에 들어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수치는 운하를 통한 내륙 운송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경인아라뱃길은 전형적인 세금낭비 사례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총 길이 18km에 불과한 경인아라뱃길이 물류 수송로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결국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2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낭비했고, 환경도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 공사비 2조2500억 원이 들어간 경인아라뱃길은 2009년 착공해 2011년 말 준공된 뒤 6개월간의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해 5월 공식 개통됐다. 정부는 2014년까지 토지보상비와 항만 관리비 등으로 5247억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앵커 멘트> 이명박 정부의 가장 황당한 사업 하면 4대강 사업을 떠올리시죠? 그런데 황당하기로 따지면은 4대강 사업에 못지 않지만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사업이 있습니다. 바로 경인 아라뱃길 사업입니다.

수도권 물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혈세 2조 2천억 원을 투입한 사업. 개통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아라뱃길의 현실은 어떨까요? 내가 낸 세금 어떻게 쓰이나, 네 번째 순서 김새봄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김새봄 PD> 지난 19일. 경인 아라뱃길 아라인천여객터미널. 관문이 열립니다. 인천 월미도에서 출발한 유람선 한 척이 경인 아라뱃길로 서서히 들어옵니다.

[유람선 안내방송] “경인 아라뱃길을 여는 사업은 우리 조상들이 800여 년 전부터 꿈꿔왔던 사업이었습니다. 드디어 우리 민족의 오랜 숙원 사업인 경인아라뱃길을 완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유람선을 타고 땅을 갈라 새롭게 만든 아래뱃길을 여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람선은 잔잔한 수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갑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 탓인지, 아니면 볼 거리가 없어서인지, 아라뱃길 양쪽 둔치에는 관광객들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심 속 생생한 자연과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수양원. 텅 비어 있습니다. 어린이 놀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람선에서 아라뱃길을 둘러 본 관광객들도 실망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오순자 / 전남 함평군] “옛날에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타고 놀면 배에서 노는 재미가 좋고 그랬거든. 근데 오늘은 그런(재미가) 더 별로 같네.”

서해와 맞닿아 있는 경인아라뱃길 서쪽 아라인천 터미널. 정박해 있는 화물선은 단 한 척 뿐입니다. 수상레포츠 천국으로 만든다던 아라마리나 선착장. 계류장에는 10여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을 뿌입니다. 아라뱃길이ㅡ 동쪽 끝에 있는 아라김포터미널은 어둠이 채 깔리기도 전에 인적이 끊겼습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은 경인아라뱃길이 관광명소는 물론 국제화물 역의 부두로써도 더욱 크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제 내륙도시 서울은 바다를 품은 새로운 항구, 수변도시로 바뀌게 되고 수도권 경제를 지역 경지와 보다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전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경인아라뱃길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지난 2009년 공사에 들어가 지난해 5월, 공식 개통된 아라뱃길은 뱃길을 놓는데만 2조 2천 500억 원이 들었습니다. 정부는 내년까지 5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더 투입할 계획입니다. 들인 돈 만큼 제 값을 하고 있는 걸까.

거대한 겐트리크레인이 수출용 컨테이너를 화물차에서 내려 부두 한켠으로 옮깁니다. 오전 내내 작업하나 컨테이너 숫자는 불과 서른 여 개. 작업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크레인 한 대는 놀고 있습니다.

경인 아라뱃길을 운영하는 수자원공사를 찾았습니다. 정확한 물동량 수치를 묻자 난색을 표합니다.

[오종석 수자원공사 홍보실] “근데 이건 조금 민감해 가지고.” (왜요?) “팀장하고 통화를 해봤어요. 통화를 해봤는데... 조금 곤란하...”

피디수자원 공사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근 1년 간 경인아라뱃길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21125개였다고 국토해양부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실제보다 크게 부풀려진 것입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컨테이너 화물의 99.2퍼센트는 아예 운하를 거치지 않고 트럭을 통해 육상으로 운반됐습니다.

[김준석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과장]

“176개, 176 TEU를 처리했고요. 올해는 아직 실적이 없습니다.” (경인운하 실적으로 잡힌 게 부적절해 보이는데요.) “저희 항만법상으롤 보면 각종 통계는 항만 구역을 이루는 항을 기준으로 통계를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뭐 저희가 의도적으로 주운수로(운하)를 활용하느냐 활용하지 않느냐 이런 통계를 저희가 내는 것이 아니고.”

운하를 거쳐 서해에서 아라김포터미널까지 항해한 컨테이너선은 지난 1년 동안 단 3척. 아라뱃길이 수도권 물류 체계를 개선한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었던 셈입니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운하의)거리도 19km 정도 박에 안 되는 상황에서 물동량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에는 환경파괴는 훨씬 더 심각해지면서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대표적인 사업일 것이다, 라고 하는 문제제기를 계속해서 했었던 것이죠.” “그럼 2조 2천억이 어디에 쓰여졌냐. 결국에는 (운하)양쪽에 자전거도로 놓는 것에 쓰였다, 라고 하는 게 지역에서의 평가입니다.”

해경순찰정 한 대가 지나가면서 물살을 일으킵니다. 진녹색의 물빛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드나드는 배가 없어 물의 흐름이 막혀 녹조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한 아라뱃길민간공동 수질검사 결과를 보면 클로로필A농도가 조류경보 수준인 1㎡당 25mg을 넘는 곳이 7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라인천터미널은 경보발령 기준을 4배 가까이 초과해 수질이 악화됐습니다. 운하를 파느라 공사비만 2조 원 넘게 들어간 경인아라뱃길 사업. 물류, 관광, 국민의 복지, 그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대체 왜,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일까요.

뉴스타파 김새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