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 예산 유용 ‘면죄부’ 의혹

2024년 01월 18일 20시 00분

뉴스타파를 포함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통해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사용과 오남용 의혹이 끊임없이 드러나는 가운데, 검찰이 허술한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을 이용해 검사들의 세금 유용 의혹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정부 기관 맞나?’ 특수활동비 예산 비위 의혹에 대처하는 검찰의 자세

지난 7개월 동안 공동취재단이 검찰 특수활동비의 예산 자료를 검증해 폭로한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한 가지 의혹으로 모아진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특수활동 수행이라는 예산의 취지대로 쓰지 않고, ‘회식비’, ‘맛집 밥값’ 등에 쌈짓돈처럼 유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창원지검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부정사용과 오남용 정황이다. 진주지청은 핼러윈 데이에 맞춰 ‘파리바게트’에서 ‘한정판 케이크’를 사고, ‘스타벅스’ 이벤트 상품을 받기 위해 필요한 ‘미션 음료’를 구매하는 데 다름 아닌 특수활동비를 썼다. (관련 기사: 검찰, 파바·스벅·아웃백에서 “특수활동했다”)

① 검찰의 정쟁 프레임: “지난 정부의 문제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특수활동비를 허투루 쓴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가 잇따랐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로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기본적으로 지금 말씀하시는 것들은 ‘지난 민주당 정부에 있어서의 문제’라는 점을 먼저 지적해 드립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2023.7.2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역시 줄곧, 한동훈 위원장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범죄 정보 수집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활동을 수행하는 데 쓰도록 돼 있는 검찰 특수활동비로 파리바게트 한정판 케이크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인 지난해 12월, 대검찰청이 내놓은 해명이다. 
‘지난 정부’에서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것입니다. 

대검찰청 (2023.12.24)
국민 세금의 부정사용, 오남용 의혹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법무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검찰 역시 진상 규명 등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기는커녕 이전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전가했다. 

② 검찰의 거짓 프레임: “지난 정부 점검 결과, 이상 없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탓’이고 “지난 정부 점검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대검찰청의 해명이 과연 사실이기는 한 걸까.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이다. 지난 정부 시절인 2021년, 대검찰청이 전국의 검찰청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가 담겨 있다.
▲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 대검찰청이 전국의 검찰청을 대상으로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가 담겨 있다.
당시 대검찰청의 점검 대상 기간은 2019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다. 진주지청이 파리바게트 한정판 케이크 구매에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2019년 10월도 대검찰청의 점검 대상 기간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다.
▲ 진주지청이 파리바게트 한정판 케이크 구매에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2019년 10월도, 2021년 대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실태 점검 대상 기간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대검찰청이 간과한 오류가 있다.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에 나와 있는 ‘수감청’, 즉, 점검 대상 기관을 확인해 보니, 대검찰청의 점검 대상에 진주지청은 없었다. 당시 대검찰청은 ‘지방검찰청’뿐만 아니라, 각 지방검찰청 산하의 ‘지청’을 대상으로도 특수활동비 점검을 벌였다. 하지만 진주지청은 대검찰청의 점검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 당시 대검찰청은 ‘지방검찰청’뿐만 아니라, 각 지방검찰청 산하의 ‘지청’을 대상으로도 특수활동비 점검을 벌였다. 하지만 진주지청은 대검찰청의 점검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진주지청이 파리바게트 한정판 케이크 구매에 특수활동비를 부정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 “지난 정부에서 점검한 결과 이상이 없다고 확인된 것”이라는 대검찰청의 해명은 거짓말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을 감추는 ‘진짜 이유’는?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을 보면, 집행의 적정성도 점검했다고 나와 있다.
▲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 ‘특수활동비 집행 적정성’도 점검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점검 결과, 집행의 적정성을 문제 삼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대검찰청은 모두 34곳의 검찰청을 대상으로 2019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집행된 특수활동비의 실태를 점검했는데, 부정 사용, 오남용 지적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대검찰청은 모두 34곳의 검찰청을 대상으로 2019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집행된 특수활동비의 실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부정 사용, 오남용 지적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점검 대상 기관에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같은 시기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 오남용 사례를 끝없이 찾아낸 공동취재단의 취재 결과와는 정반대다.
그렇다면 ‘특수활동비 집행의 적정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검찰청의 점검 결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에 적시돼 있는 것처럼, 특수활동비 집행의 문제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검찰이 마련하고 있는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이다. 
▲ ‘검찰 특수활동비 점검 결과’ 문건 1페이지. 특수활동비 집행의 문제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검찰이 마련하고 있는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을 적시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2월부터 검찰과 법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을 확인하려 했지만, 특수활동비를 쓰는 다른 정부 기관과 달리 검찰·법무부는 자체 지침의 공개에 이상할 정도로 거부 반응을 보여 왔다.
뉴스타파의 거듭된 폭로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드러난 뒤인 지난해 11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자체 지침의 공개를 약속했다. 
사실 그동안에 역대 정부 통해서 지침 공개를 안 해 왔는데요. 제가 이번에 오늘 오기 전에 저희가 결정을 하고 대검과도 협의를 마쳤고요. 지침을 다른 기관에 맞춰서 공개해 드리고 설명드리는 절차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2023.11.2.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그러나 장관의 약속과 달리 법무부와 검찰은 자체 지침의 전체 내용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자체 지침 주요 내용’이라는 2장짜리 요약본만 국회에 제출했다.

2장짜리 ‘자체 지침 주요 내용’ 검증해 보니… ‘부실’, ‘있으나마나’

검찰이 2장짜리 요약본만 제출한 것도 문제지만 요약본의 내용 자체도 심각하다. 자체 지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 지난해,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주요 내용’
검찰 자체 지침의 상위 지침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은 특수활동비 예산의 취지를 명시하고,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오남용하지 말라는 원칙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지침만으로는 검사들이 한우 암소 고기, 염소 고기, 명품 커피 등 좋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데 쌈짓돈처럼 특수활동비를 쓰는 세금 부정사용, 오남용 행태를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특수활동비를 쓰는 각 정부 기관별로,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세세한 규정을 담은 자체 특수활동비 지침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도 이 규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 기획재정부는 특수활동비를 쓰는 각 정부 기관별로, 세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세세한 규정을 담은 자체 특수활동비 지침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도 이 규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
뉴스타파는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2장짜리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 요약본에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이 있는지 검증했다.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기획재정부 지침을 복사해 붙여넣었을 뿐이다. 
▲ 기획재정부 지침과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비교. 특수활동비의 부정사용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집행원칙’ 부분을 보면 자체 지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복사해 붙여넣었을 뿐이다.
▲ 기획재정부 지침과 검찰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의 비교. 특수활동비의 부정사용과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집행원칙’ 부분을 보면 자체 지침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복사해 붙여넣었을 뿐이다.
검찰이 자체 지침의 ‘집행원칙’ 부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용은 딱 하나다. ‘특수활동비 집행 부서는 사안별로 기밀유지 필요성, 사용 목적 등을 고려하여 카드 사용 또는 현금 집행 등 집행방법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검찰청 각 부서가 알아서 카드 또는 현금 사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있으나마나인 내용인데, 오히려 ‘가급적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보다 더 후퇴했다.  
▲ 검찰이 자체 지침의 ‘집행원칙’ 부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내용. 검찰청 각 부서가 알아서 카드 또는 현금 사용 여부를 결정하라는 있으나마나인 내용인데, 오히려 ‘가급적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는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보다 더 후퇴했다.

검찰… 부실한 자체 지침 통해 특수활동비 부정사용, 오남용에 ‘면죄부’ 의혹

그렇다면 검찰이 특수활동비 집행의 적정성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엉터리’ 점검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이유. 검찰이 또 뉴스타파를 포함한 공동취재단의 취재로 특수활동비의 부정사용, 오남용 정황이 드러날 때마다 “특수활동비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해명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 검찰이 자체 지침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이유.
세 가지 이유 모두가 결국, 허술하고 부실하기짝이 없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자체 지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검사들이 고생하는데 국민 세금 좀 갖다 쓰는 일이 뭐가 대수냐’는 취지의 이원석 검찰총장의 궤변도 그냥 나온 게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검사는 시간외수당도 없고 야근수당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합니다. 그 검사들에게 ‘당신들 특활비(특수활동비) 몇 푼 갖다가 따로 쓴 거 아니냐.’ 이 검사들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검찰 집단이 그렇게 부패한 집단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서 여기서 내가 왜 밤새서 주말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2023.10.23.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2024년 검찰 특수활동비로는 국민 세금 72억 원이 배정됐다. 지난해 대비 약 10%, 8억 원이 삭감됐지만, 지금처럼 허술한 검찰의 자체 지침 아래에서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이 계속해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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