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검사 출신 박균택·주진우, 퇴임 직후 소득세 수십배 급증

2024년 04월 05일 15시 36분

이번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 검사 출신 후보 중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더불어민주당·광주 광산갑)과 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국민의힘·부산 해운대갑)이 검찰 퇴직 직후 개업 변호사로 활동한 기간, 검사 재직 시절보다 14~50배가 많은 소득세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의 뿌리 깊은 고질 중 하나인 이른바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다.
▲ 사진 왼쪽이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른쪽은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 출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물
뉴스타파가 이번 총선에 출마한 검사 출신 총선 후보들의 개별 소득세 납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현직 국회의원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2019~23년) 박균택·주진우 후보보다 소득세를 많이 낸 후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균택 후보는 최근 5년간 10억 6,700여만 원, 주진우 후보는 16억 4,400여만 원의 소득세를 냈다. 각각 광주와 부산에 출마한 36명, 49명의 총선후보를 통틀어 가장 많은 납세액이다. 두 후보 모두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였다는 점에서 검찰 퇴직 직후,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며 ‘전관예우’를 통한 사건 수임으로 막대한 소득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퇴직 직후 나란히 소득세 급증… 연간 최대 7억 원까지 납부

고위 검사 출신인 박균택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국장과 광주고검장을 거쳐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2020년 1월, 검찰을 떠난 뒤 약 2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2022년 대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 위촉됐다.
주진우 후보는 2019년 8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에서 사직한 뒤 법률사무소를 차렸다. 대선을 앞둔 2021년 7월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돕는 이른바 ‘법률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2년 대선 이후, 윤석열 정부의 초대 대통령비서실 법률비서관에 발탁되기까지 줄곧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들 두 후보의 소득세가 증가한 시점은 변호사 개업 직후인 2020~2021년 사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박균택·주진우 두 후보의 세금납부신고서를 보면, 박 후보는 2021년 4억 6,178만 원, 이듬해인 2022년 4억 5,190만 원의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서 소득세는 납부한 해가 아닌 그 직전 해에 올린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낸 ‘정당후보자를 위한 선거사무안내’를 보면, 각 총선후보는 2018~2022년치 소득세를 한해 뒤인 2019~2023년에 나눠 기입한 것으로 돼 있다. 2018년분은 2019년에, 2019년분은 2020년에 반영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박 후보는 2020년 1,993만 원의 소득세를 냈는데, 실제 소득은 전년도 즉, 검사 재직 시절인 2019년에 발생한 것이다. 
주진우 후보도 2018년 발생한 소득세를 이듬해인 2019년에 납부했다. 2018년 당시 주 후보는 검사였다. 그런데 2019년 8월 검찰을 떠난 주 후보의 소득세는 2020년 납부일 기준 2억 564만 원으로 전년인 2019년 1,397만 원보다 14배나 뛰었다. 다시 1년 뒤인 2021년 소득세는 무려 7억 889만 원으로, 검사 시절보다 50배 이상 늘었다. 2019년과 달리 2020년은 주 후보가 온전히 변호사로만 활동한 해다.
다음 해인 2021년(납부는 2022년) 주진우 후보가 낸 소득세는 5억 2,410만 원이다. 반면, 가장 최근 해인 2022년 소득세는 1억 9,194만 원으로 줄었다. 이는 주 후보가 2022년 5월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으로 임명돼, 공직에 들어오면서 개업 변호사 시절보다 소득이 줄어든 결과로 보인다. 달리 보면, 2022년 5월 공직자가 되었음에도 앞선 4개월 동안 억대 세금을 낼만큼 소득이 많았다는 뜻도 된다. 실제 주 후보는 지난해 5월, 공직자 재산 신고 당시 "공직자 재임 이전 변호사 소득에 대한 세금을 예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간 추정 수입 10억 원 이상… 변호사 소득 아니면 투기 의심

이렇게 주 후보가 낸 소득세는 검찰 퇴임 직후 큰 폭으로 늘었다가 다시 공직자가 되자 줄어든다. 이중, 이른바 ‘전관 변호사’ 시절에 해당하는 2019~2021년 사이 발생한 소득세 총합은 14억 3,800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기준으로 당시 소득세 세율(42~45%, 누진공제 포함)을 적용해 소득을 합산하면, 검사 시절까지 포함해 3년간 최소 36억 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각종 세액공제나 감면액은 더하지 않은 액수다.
▲ 주진우 후보가 신고한 소득세를 근거로 당시 소득세 세율을 역산해 연간 소득을 추정했다. 
같은 기간, 주 후보가 주식 투자 또는 개인 자산을 처분하는 등의 다른 방법으로 수입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의 소득 대부분은 변호사 사건 수임의 대가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주 후보의 소득은 그가 법률사무소에 고용한 직원 인건비와 건물 임차료 등 사무실 운영 경비를 제외한 순수입에 해당한다. 따라서 당시 주 후보가 운영한 법률사무소의 총매출액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박균택 후보의 경우는 2020~2021년 동안 9억 1,300여만 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 앞서 주진우 후보에게 적용한 세율로 환산하면, 2년간 최소 23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 박균택 후보가 신고한 소득세를 근거로 당시 소득세 세율을 역산해 연간 소득을 추정했다. 
지난 2019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3억 5천만 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신고한 박 후보는 이번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보낸 재산신고서에서 신고가 29억 9천만 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부인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재산 신고 당시엔 분양권을 얻어 계약금만 넣은 상태였음.)

주가조작 등 다수 형사사건 수임…'전관예우' 질의에 무응답

이처럼 박균택, 주진우 두 후보 모두 2020~2021년 사이 유독 많은 수입을 얻게 된 배경에 그들의 변호 활동, 즉 ‘전관예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 단기간 내 자산 매각, 즉 ‘투자’ 또는 ‘투기’로 번 것이 아니라면, 변호사 활동 외에 가파른 수입 증가를 마땅히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 후보의 소득 증가 시점이 검찰 퇴임 직후로 겹친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짙어진다.
박 후보는 변호사 시절, 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다수의 형사 사건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주 후보 역시, 사문서 위조와 준강간 등 일반 형사사건은 물론, 라임자산운용 펀드 자금이 투입된 주가조작 사건을 변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변호를 맡았던 주가조작 일당 중 1명은 1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900억 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5억 원으로 형이 감경돼 확정됐다.
뉴스타파는 박 후보와 주 후보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특정 시기 고액의 소득세를 낸 경위와 변호사 시절 정확히 얼마의 수입을 올렸는지, 해당 수입을 올리게 된 배경에 전관예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질의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현재(4월 5일)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실의 전직 보좌관은 “과거 인사청문회 때도 전관들의 고액 수임이 문제가 됐는데, 자료 제출을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후보 스스로 수임액을 밝히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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