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기고문] '세금도둑' 교섭단체 정당들은 출장비 반납, 사과해야

2019년 11월 08일 14시 19분

‘세금도둑’ 원내교섭단체들은 부끄러워해야

20명 이상 국회의원이 있으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국회법상 여러 가지 특혜가 주어진다. 정당들에게 지급되는 국고보조금도 원내교섭단체에 유리하게 배분된다. 전체 금액의 절반을 일단 원내교섭단체들이 우선해서 나눠갖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그 정당에 소속된 정책연구위원을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일은 정당 일을 하지만 월급은 국민세금으로 받는 것이다. 그 숫자가 정원기준으로 67명이다. ‘00당 정책연구위원’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해외출장, 매식비 등 다양한 세금 지원 받아

게다가 국회는 원내교섭단체 정책위원회에 그 밖의 다양한 지원도 해주고 있다. 정책간담회비, 매식비, 해외출장비 등이다. 온갖 경비를 다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예산을 편성한 주체는 바로 원내교섭단체 자신들이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원내교섭단체들이 국회예산에 이런 항목, 저런 항목을 끼워 넣어 국민세금을 맘대로 써 온 것이다. 이번에 뉴스타파와 YTN의 공동취재로 문제가 드러난 원내교섭단체 정책위원회의 해외출장비는 2016년부터 신설된 항목이다.


국회예산을 오랫동안 감시해 온 필자도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국회 예산서에는 이런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의원들에게 배포되는 예산안 설명자료를 구해서 살펴보다가 우연히 ‘원내교섭단체 정책위원회’에 지원되는 경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6일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봤다.

국회사무처 답변을 받아보니 해외출장비, 정책간담회비, 매식비 등의 명목으로 원내교섭단체 정책위원회에 지원되는 예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세부적인 내용을 알기 위해 추가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고, 지출증빙서류 열람도 청구해서 지난 7월 지출 증빙서류를 열람할 수 있었다.

국회에 가서 서류를 열람해보니, 의심스러운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해외 출장을 다녀 온 곳들이 관광지 중심인 경우가 많았고, 출장명목도 정책개발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해외출장을 다녀온 뒤 제출한 출장보고서까지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보고서를 받아보니, 입이 딱 벌어졌다.


한마디로 보고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국회의원 20명 이상이 있는 정당의 정책위원회가 해외출장까지 가서 조사한 내용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한눈에도 인터넷 자료를 긁어붙인 것처럼 보이는 보고서들이 많았다.

“그냥 놀고 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해외출장

한 예를 들면, 미국의 선거제도를 조사한다면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정책연구위원들이 2016년 5월 7일부터 16일(8박10일)까지 라스베이거스를 다녀 왔는데, 보고서 내용은 인터넷에 다 나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선거제도를 조사한다고 갔는데, 의회 같은 곳도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 그냥 놀고 왔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2018년 6월 29일부터 7월 7일(7박9일)까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동유럽(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을 다녀와서 제출한 출장보고서는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헝가리의 국회의원 숫자는 2014년 총선부터 199명으로 줄어든 상황이었는데, 2018년에 작성된 출장보고서에서는 헝가리 국회의원 숫자를 386명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것은 정말 기초적인 조사조차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외유성 해외출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외 해외출장보고서들도 인터넷 자료를 짜깁기한 수준이거나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진 경우들이 많았다. ‘정책정당’을 표방하는 원내교섭단체의 정책위원회가 작성한 출장보고서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외유성’ 논란이 많았던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보고서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따라서 이번에 뉴스타파-YTN의 공동취재를 통해서 밝혀진 원내교섭단체 정책위원회의 해외출장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외유성 출장비 반납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첫째, 외유성임이 명백한 해외출장들에 대해서는 출장비를 환수해야 한다. 국회사무처는 지금이라도 해외출장보고서가 허위 또는 부실하게 작성되었거나, 출장일정 등을 볼 때 ‘자료조사’를 했다고 볼 수 없는 건들을 해당 정당에게 출장비 반납을 요구해야 한다. 해당 정당들도 양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출장비를 반납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둘째, 원내교섭단체들의 해외출장비를 아예 없애든지, 아니면 사전-사후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 드러난 바에 따르면, 아무런 사전심사 절차도 없이 해당 정당에서 신청만 하면 국회사무처가 예산을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원들도 지금은 사전심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고,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당연히 사전에 출장계획서를 심사받아야 한다. 그리고 출장을 다녀온 후에 제출된 출장보고서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 일반 공무원들의 해외출장의 경우에는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https://btis.mpm.go.kr)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여전히 국회에서 사용하는 예산 운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사용되는 예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찾기 어렵고, 지출 증빙서류도 정보공개 청구와 행정소송을 해야 공개하는 수준이다.

영국 의회, 독립기구 설치해 예산 검증 공개

국회에서 사용되는 모든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까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영국같은 경우에는 별도의 독립기구(IPSA, 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를 둬서 의회에서 사용되는 각종 예산을 검증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 정당들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한다.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하라는 정책개발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회예산에서도 이렇게 돈을 지원받으며 세금도둑질을 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다시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번에 문제가 드러
난 해외출장비부터 반납하고 국민앞에 당장 사과하라.

기고 :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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