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뉴스타파 YTN 공동취재]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④ 일본에서 배운다?…실상은 관광지·전범기업 방문

2019년 11월 05일 08시 00분

해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공무출장을 간다. 국회 교섭단체 정당 당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출장 경비로 1인당 수백만 원씩의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정부 출장과는 달리 정당 당직자들의 출장보고서는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YTN, 그리고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각 정당들의 해외출장 내역과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입수해 검증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거짓, 표절, 엉터리 출장보고서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정당 당직자들의 외유성 출장에 막대한 국민세금이 허비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초로 드러났다. 
뉴스타파와 YTN은 오늘(11월 4일)부터 주요 정당 당직자들의 해외출장 비리 실태를 공동 보도한다. - 편집자 주  

'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① “그런 사람 온 적 없다”... 천만 원 짜리 허위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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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당’의 황당한 해외출장④ 일본에서 배운다?…실상은 관광지·전범기업 방문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실 당직자 5명은 일본 북해도(삿포로 등)에 3박 4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국회사무처는 세금 6백만 원을 지원했다. 명분은 '정책위원회 자료조사', 목적은 '일본 선진 사후면세점의 관광사업 효과 및 일본의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의 효과 파악'이었다. 계획대로 출장이 이뤄졌을까? 

▲ 출장 결과보고서에 올려놓은 오타루 운항 방문 사진

뉴스타파와 YTN 공동 취재진은 이들이 출장 뒤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확인했다. 보고서에는 출장 성과를 알 수 있는 사진 몇 장이 실려 있다. 그 중 한 장은 오타루 운하. 1923년 홋카이도의 거점 무역항 오타루에 건설된 운하다. 밤이면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출장자들은 사진 한 장을 방문기록으로 남겼다. 또 인근 또 다른 유명 관광지인 오르골 전시관 사진도 덧붙였다.

사실 그곳은 한국인을 포함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일 뿐, 배워야 할 ‘지방 살리기 정책’과는 별 관계가 없는 곳이다. 일본은 2014년 극심한 고령화·저출산으로 소멸되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방창생법’을 제정했다.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출산율을 높이는 다양한 정책의 총집합으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정책으로 꼽힌다.

그러나 민주당 출장자들이 작성한 결과 보고서에는 일본 현지에서 정책 담당자 누구를 만나고, 어떤 정책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인터넷 자료를 복사해 붙이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쿨’한 대답, “안 갔습니다.”

이들의 출장 목적은 ‘일본 사후면세점 관광사업 효과 파악’이었다. 확인 결과, 출장자들은 사후면세점에 아예 가지도 않았다. 당연히 면세제도가 관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록은 없다. 해당 출장자들은 취재진에게 거기에 “가지 않았다”고 ‘쿨’하게 시인했다.

그들이 확실히 간 공공기관은 한 곳. 삿포로 한국 총영사관이다. 그곳에서 뭘 했을까? '한글의 지적세계'라는 행사에 참석해 일본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 왜 굳이 일본까지 가서 한글의 우수성을 느껴야 했던 걸까? 이유가 뭐냐는 취재팀의 질문에, 그들은 대부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을 피하거나, “자신이 출장 결과보고서를 쓰지 않아 모른다”고 답했다.

신청만 하면 견학할 수 있는데…


2017년 12월, 당시 국민의당 당직자 5명은 일본 도쿄에 갔다. '외국 도시의 기후변화 사례를 시찰'하고 '일본의 환경 복원 현장을 방문해 현황을 파악'한다는 게 출장 목적이었다. 애초 국회사무처에 예산을 신청하며 계획한 방문지 중 하나는 일본의 에코 에너지 타운이다. 이곳은 도쿄 등에서 나온 폐기물을 처리하는 거대 산업단지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다.

해당 기관 홈페이지를 보니, 신청만 하면 견학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안 갔다. 무라사키강 복원 현장과 기관 방문 등 애초 계획했던 일정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 온 적 없습니다.”


대신 그들이 갔다고 결과 보고서에 적은 곳은 도쿄 한국문화원이다. 일본의 중심부에서 한국 문화와 한류를 알리는 곳이다. 방문 날짜는 2017년 12월 19일. 공동취재팀은 문화원에 직접 가서 물었다. 그런데 그들을 만난 사람은 없었다. 특히 그 날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도쿄 한국문화원에 방문하는 날이이서 모든 직원이 의전과 준비로 바빴는데, 정책위원들을 맞이할 여력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문화원장의 경우에는 외부 인사를 만나면 비서가 언제, 누구를 만났는지 하나하나 기록하는데 그런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안 갔다는 얘기다. 가지도 않은 기관을 갔다고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2016년에는 어땠을까?


그보다 1년 전인 2016년에도 당시 국민의당 전문위원 3명은 일본 도쿄를 갔다. 그 때는 일본의 지진 대책과 정책을 배운다는 게 출장 목적이었다. 당시는 실제 계획했던 곳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출장 결과보고서는 짜깁기 일색이다. 전체 18쪽 중 다른 곳에서 베낀 자료가 최소 10쪽에 이른다. 일본 내무성의 한글판 자료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방문 기관 홈페이지 내용을 '복붙'한 수준이었다.

환경전문기업, 알고 보니 전범기업… “전범기업인 줄 몰랐다”


가지 않았으면 좋았을 곳을 굳이 갔다.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을 착취한 전범 기업, 히타치조선이다. 국민의당 출장자들은 출장보고서에 히타치 조선을 '환경전문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쓰레기 발전량이 '일본 최고 수준'이라고 적었다.

공동 취재팀이 히타치조선 도쿄 본사에 가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당시 국민의당 전문위원들이 왔던 건 맞다, 하지만 보도 목적이라면 면담 내용을 말할 수는 없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결과 보고서에도 그곳에서 어떤 담당자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출장을 다녀 온 옛 국민의당 당직자들은 히타치조선이 “전범 기업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진실이란, 때로 내 뱉는 말의 언저리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공동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당직자는 자신들의 ‘해외 출장’을 ‘여행’이라고 자주 표현했다. 스스로도 ‘깜놀’ 했는지, 정정을 시도한다. "그 여행은… 아니, 출장은요….” 그렇게 자백(?)과 번복(?)은 되풀이됐다. 출장 아닌 출장, 여행인 것 같은 여행 아닌 출장. 주요 정당 당직자들은 우리가 낸 세금을 이렇게 ‘막’ 쓰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2017년 일본 북해도 출장계획서 원문

・더불어민주당 2017년 일본 북해도 출장보고서 원문

・옛 국민의당 2017년 일본 도쿄 출장계획서 원문

・옛 국민의당 2017년 일본 도쿄 출장보고서 원문

・옛 국민의당 2016년 일본 출장계획서 원문

・옛 국민의당 2016년 일본 출장보고서 원문

제작진
  • 공동취재
  • 공동기획
  • YTN(홍성욱, 한동오, 고한석, 이정미) 뉴스타파(강혜인, 임보영, 박중석)
  • 뉴스타파,YTN,세금도둑잡아라,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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