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보도로 불법 제조 사실이 드러난 최초의 국산 인공유방 보형물 ‘벨라젤’이 퇴출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강립)는 13일 한스바이오메드의 실리콘겔 인공유방 벨라젤(허가번호 제허15-1620호)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 보기)
식약처는 또 의료기기법을 위반한 한스바이오메드에 대해서는 제조 업무정지 6개월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진행되는 수사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수위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식약처는 이식환자 모니터링·보상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대한성형외과학회 등 관련 단체를 통해 벨라젤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식약처 조사 결과,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 2015년 11월 제조허가를 받은 직후부터 불법적으로 벨라젤을 생산했다. 식약처는 “2015년 12월부터 제조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하여 부적합한 인공유방을 생산하고, 7만여 개를 의료기관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약처 "무허가 원료 사용 확인...위험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
식약처는 “인체 이식용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려면, 인체에 사용해도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임상시험 등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한스바이오메드는 임상시험 등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자 임의로 허가받지 않은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식약처가 파악한 무허가 벨라젤 제조 원료는 모두 5종이다. 뉴스타파가 보도로 지적한 다우코닝사의 실리콘접착제 7-9700, 실리콘마개원료 Q7-4850 등이 포함됐다.
다만 문제의 원료와 완제품의 안전성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식약처의 평가다.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 실제 이식환자에게 미칠 위험성은 낮을 것으로 본 것이다.
식약처 자체 잔류물질 시험 결과, 7-9700 사용 시 고온 열처리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등 독성물질은 다행히 벨라젤 완제품에서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공정에 내부 공기제거 과정을 거쳐 제품에는 잔류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였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허가사항과 다른 문제의 원료들이 “다른 인체이식형 의료기기에도 사용되는 원료이며, 정상적 상태에서 누출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근거를 밝혔다.
그러나 무허가 원료인 접착제 7-9700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식형 의료기기가 아닌 창상피복재 등 피부접촉 의료기기에 쓰인다. 창상피복재는 인공유방(위해성 4등급)보다 위해성도 낮게 평가된 3등급 의료기기다. 7-9700은 인체이식형 의료기기 제조에 원칙적으로 쓰이지 못하게 돼 있다.
뉴스타파가 보도로 지적한 Q7-4850 원료의 경우, 식약처는 생체재질인공심장판막 등 다른 이식형 의료기기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료 제조사의 설명서를 보면 Q7-4850을 30일 이상 몸에 삽입되는 의료기기에 사용할 경우,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Use of this material for implantation ≥ 30 days requires indemnification).
또한 “정상적 상태에서 누출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식약처의 판단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뉴스타파는 벨라젤이 생산 이후부터 쉘이 늘어나는 불량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제품의 물리적, 기계적 성능과 강도에 직결된 문제로, 허가시험 규격(ISO-14607, ASTM F703)을 맞추지 못한다는 뜻이다. 해당 불량 문제 때문에 회사는 쉘의 원재료를 임의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취재 결과, 벨라젤 쉘을 구성하는 레이어(layer) 개수와 두께를 임의로 바꿔 생산한 사실도 확인된다.
식약처, 벨라젤 환자 추적·보상방안 마련...불법 제조 24종 추가 조사 중
식약처는 벨라젤 “이식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벨라젤 이식 환자들을 전수 확인하고 정기검사 항목, 진단절차, 환자 대처요령 등 정보를 의료기관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식환자들을 위한 보상방안도 마련된다. 식약처는 한스바이오메드에 보상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명령한 상태다. 식약처는 “진단·검사비, 부작용 시 보상대상·범위·기간을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스바이오메드 사건을 계기로 불법 의료기기 제조행위 처벌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식약처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의료기기 제조행위를 강력 처벌할 수 있도록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벨라젤 외에도 한스바이오메드가 허가사항을 어기고 제조한 것으로 파악되는 제품 24종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중이다.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진 또 다른 불법 제조품 뼈지혈제 '스티포스'에 대해서는 지난 9월 판매중지·회수 명령에 이어 경찰에 고발이 된 상태다.
벨라젤 조사 결과와 식약처 대책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식약처 홈페이지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