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음모론 망상 빠진 윤석열

Dec. 13, 2024, 06:52 PM.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발표한 대통령 담화는 자신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있음을 사실상 실토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관리시스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이후 극우 유튜버들이 강변해 온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부정선거 음모론 지속

보수진영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의원(당시 미래통합당)이 처음 제기했다. 민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은 2022년 대법원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부정선거 음모론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의 얼개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득표율은 같아야 한다. 그런데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더 많은 표를 가져간다.
2. 본투표 득표율보다 더 많이 가져간 만큼 표가 조작된 것이다.
3. 선관위 서버를 조작해 실제 사전투표자 수를 부풀려 조작한다.
4. 위조투표지 넣기, 투표함 바꿔치기 또는 개표기 조작을 통해 실제 투표지 수를 부풀려 선관위 서버를 조작해 만든 사전투표자 수와 맞춘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이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 서버를 열어 조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부정선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최후의 결정적인 수단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선거 가설은 기본 전제부터 잘못됐다.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득표율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통계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큰 수의 법칙’에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는 득표율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수의 법칙’은 예를 들어 주사위를 수없이 많이 던질 경우 각 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이 1/6으로 수렴한다는 법칙을 말한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모두 몇백만 명 이상의 규모이기 때문에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투표 참여자와 본투표 참여자는 인구학적으로 동일집단이라고 보기 힘들다. 연령대와 선거 당시의 분위기, 투표자의 지지성향에 따라 득표율이 달리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실제 민주당이 승리했던 2020년 총선이나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던 2022년 대선 때 모두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의 득표율이 서로 달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 양당의 득표율은 서로 달랐다. 당시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은 사전투표와 본투표에서 달랐다. 이 때는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이같은 오류는 지난 2012년 대선이 끝난 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제기했던 개표부정 의혹과 맥을 같이 한다. 투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이 분류표에서의 득표율보다 1.5배 높다며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조작이 있었다는 부정확한 주장이었다. (참고기사 : 더플랜인가 노플랜인가...개표부정 의혹 집중 해부 )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앞섰다고 항상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도 아니다.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사전투표에서 민주당이 국민의 힘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세훈 시장이 57.5%, 박형준 부산시장이 62.7%의 득표율로 압승했다. (참고기사 :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설...'K값'과 판박이 음모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득표율이 다르면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실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2022년 대선과 국민의힘이 압승한 2022년 지방선거도 조작됐다고 말한다.
사실상 2020년 이후 치러진 모든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본투표에서 여야 득표율이 50대 50이면 사전투표에서의 득표율도 50대 50이 되어야 하는데 만약 40대 60이 나왔다면 20만큼 표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표를 늘리는 방법은 선관위 서버를 해킹해서 프로그램을 돌려 사전투표자 수를 뻥튀기해 놓고 사전투표함을 바꿔치기 하거나 개표기 조작을 해서 실제 투표지 수를 서버에서 조작한 숫자와 맞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국정원과 선관위가 실시한 보안합동점검에서도 선관위 서버에서 해킹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표지 분류기에는 송수신 장치가 없어 투표지 분류조작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사 분류기를 조작했더라도 마지막에 개표원들이 수검표를 통해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이들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다.
투표지 분류기로 분류한 투표지는 심사ㆍ집계부에서 수검표 과정을 거친다.
더군다나 전국적인 사전투표함 바꿔치기와 분류기 조작이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선관위 직원과 각 정당에서 파견한 참관인과 자원봉사자들, 경찰 등 수십만 명의 투개표 종사자들를 감쪽같이 속여야 한다.
이미 2022년 대법원은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 판결에서 첫째, 부정선거의 실행주체가 누구인지 증명하지 못했고 둘째, 투표 단계에서 위조투표지를 투입하고 개표 단계에서 다시 전산조작했다는 주장은 양립하기 어렵고 셋째, 사전 투표와 선거 당일 득표율은 다를 수 있는데 일부만 편면적으로 해석했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일축했다.(참고: 대법원2020수30 판결문)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사전투표와 본투표 득표율이 같지 않으면 무조건 부정선거’라는 잘못된 기본 전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근거없는 해킹과 바꿔치기, 투표지 조작 등 끝없는 ‘망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계엄군까지 투입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어쩌면 자신의 실정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에도 끝까지 윤 대통령 자신을 가장 열정적으로 지지한 집단이 바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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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최기훈
촬영김기철 이상찬
편집장주영
CG정동우
웹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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