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용 예산 18조 원...안 썼나? 못 썼나?

2014년 08월 05일 22시 40분

최근 5년 간 평균 불용액 5조 원보다 세 배 많아...취약계층 지원사업 불용액도 상당수

박근혜 정부 임기 첫 해 예산을 결산한 결과 불용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용액은 예산을 책정해 놓고도 사용하지 않은 집행 잔액을 말한다.

뉴스타파가 나라살림연구소(소장 정창수)와 함께 2013 회계연도 결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예산 311조 원 가운데 불용액은 18조 원으로 예산 집행률은 92%에 그쳤다. 최근 5년 간 정부의 재정 불용액이 평균 5조 5천억 원이었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배나 늘어난 것이다.

hyunmi1

예산이 남은 주요 사업을 살펴본 결과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서도 상당수 예산이 남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반값등록금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에서 1천588억 원, 맞벌이 부모의 자녀를 돌봐주는 아이돌봄사업에서 85억 원, 긴급복지 사업 265억 원, 자활지원 사업 856억 원, 장애인 생활안정 사업 244억 원, 노인 청소년 관련 예산 237억 원 등이 남았다.

채연하 좋은예산센터 선임연구원은 “빈민층이나 서민층의 생활을 돕겠다고 했던 복지제도 중에 2013년부터 수급 자격을 바꾸면서 실제 받아야 하는데 못 받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며 “돈을 안 썼다기 보다는 서민들한테 줄 수 있는 돈을 막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장학금 불용액 1천588억 원은 2014년 한 학기 등록금 333만 원(2014년 4월 대학정보공시 기준)을 기준으로 했을 때 4만 6천 명의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2014080501_02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예산이 다 쓰이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대학이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장학금을 확충했을 때 연계해서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2유형’ 집행이 78%에 그쳤기 때문이다. 둘째는 세수 확보가 부족해 국가 재정이 어려워 지원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사업 같은 경우는 수요는 많지만 아이돌보미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예산이 남은 사례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정부가 책정한) 아이돌보미 수당이 낮아서 서비스 수요는 많은데 공급능력이 안 됐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당초 기획재정부에 아이돌보미의 시간당 수당을 6천 원으로 제안했으나 반영되지 않아 수당은 결국 5천 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시간당 최저임금 4천86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큰 규모의 불용액이 남은 것일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13 회계연도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예산 집행률이 낮고 불용액 규모가 큰 것은 당초 계획보다 세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월 “정부가 막대한 세수 결손을 의도적인 불용으로 해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hyunmi2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불용액이 많은 것은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며 “돈을 쓰지 않고 남겨 놨다는 것은 원래 목적이 있었던 예산을 쓰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상실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참고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비심사검토보고서(PDF)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