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속인 감사원의 거짓 보고서

2023년 03월 27일 08시 00분

감사원은 지난 2020년 10월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실제보다 낮게 산정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다수 언론들은 마치 받아쓰기하듯 감사원의 보도자료를 옮겨 적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해 수천억 원의 국가적 손실을 끼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외압에 의해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이처럼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됐다는 감사원의 발표는 거짓이었다.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저평가 됐다는 감사원 발표는 거짓 

감사원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이 산업부의 외압을 받아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날짜별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표를 만들어 감사 보고서에 첨부했다.
▲ 월성 원전 감사 보고서에 첨부된 삼덕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변동 현황표. 감사원은 자체 제작한 이 표를 통해 삼덕회계법인이 수행한 경제성 평가가 순현재가치(NPV) 기준으로 얼마나 축소됐는지 보여주려 했다.
감사원은 이 표를 통해 삼덕회계법인이 2018년 5월 3일 한수원에 제출한 최초 경제성 평가에서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84.98%로 가정했는데, 최종안(2018년 6월11일 제출)에서 60.04%로 낮아졌고, 판매단가는 같은 기간 킬로와트시(kWh)당 63.11원에서 51.52원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월성 1호기를 2018년 7월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에 비해 2022년 11월 20일까지 계속 가동할 경우의 순현재가치(NPV)가 3,427억 원에서 224억 원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낮춰 적용하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보고서 어디에도 삼덕회계법인이 최종안에서 적용한 이용률 60.4%와 판매단가 51.52원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는 지적은 없다. 
감사 결과 보고서는 "회계법인이 적용한 이용률 60%가 그 자체로는 적정한 추정 범위를 벗어나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또 판매단가에 대해 "전년도 판매단가(60.76원/kWh)와 한수원 전망단가(51.52원/kWh)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문제 삼지 않았다. 삼덕회계법인이 최초 경제성 평가에서 적용했던 전년도 판매단가(60.76원/kWh)에 물가상승률 1.9%를 반영한 판매단가 63.11원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이용률과 판매단가의 기준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수천억 원의 차이가 난다. 삼덕회계법인이 적용한 이용률은 최대 25%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였고, 판매단가 가정치는 킬로와트시(kWh)당 9.24원에서 11.59원의 격차가 있다.     
감사원은 산업부의 외압을 받아 삼덕회계법인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일부러 낮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덕회계법인이 경제성 평가 최종안에서 적용한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잘못 적용한 부분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했다.
다만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을 85%가 아닌 60%로 가정할 경우, 이용률 하락 폭에 맞춰 판매단가를 보정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경제성이 실제보다 과소 평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자체 조사 결과, 원전 전체 이용률이 84%에서 70%로 줄어들면 판매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최저 4.07원에서 최고 5.94원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를 덧붙였다.
감사원이 주장하는 논리가 맞는다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할 때 판매단가는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야 한다. 반대로 이용률이 상승하면 판매단가는 하락하는 등 둘의 상관관계가 한쪽이 커지면 다른 한쪽은 줄어드는 역(-)의 관계라는 점이 명확하게 입증돼야 한다.

뉴스타파, 실제 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로 감사원 주장 검증

뉴스타파는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비교, 감사원의 주장이 과연 맞는지 검증했다. 연도별 원전 이용률과 판매단가는 인터넷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공개 정보다.
검증 결과, 감사원이 주장한 것처럼 원전 이용률이 전년보다 하락했을 때 판매단가가 상승한 경우는 최근 21년간 모두 5번에 불과했다.
오히려 감사원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원전 이용률이 하락했을 때 판매단가가 떨어진 경우는 8번으로 더 많았다. 이용률이 상승했을 때 판매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는 각각 4번으로 동일했다. 
이는 이용률과 판매단가가 일정한 상관관계를 있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다.  
▲ 뉴스타파가 2001년부터 2022년까지의 원전 이용률과 판매가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용률이 낮아지면 판매가격은 상승한다는 감사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뉴스타파는 이 같은 취재 결과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재무 금융 분야의 경제성 평가 및 가치평가 전문가인 원재환 서강대 교수는 "방향성이 일관되게 나온다면 판매단가를 보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데, 실제 수치는 양(+)과 음(-)의 양방향으로 모두 나온다"며 "(감사원의 논리는) 마치 어떤 결론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춰서 짜맞추기 보정을 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삼덕회계법인이 원전 이용률을 낮춰 잡은 만큼 판매단가를 높이는 쪽으로 보정하지 않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과소평가 됐다는 감사원의 논리는 엉터리라는 설명이다.

감사원, 뉴스타파 해명 요구에 "답을 드릴 수 없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에 이 같은 취재 내용을 전달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감사원 김홍철 홍보담당관은 '해명이나 반론할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때가 되면 할 수도 있다. 질의 주신 것에 대해 아직 저희가 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답변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하냐'는 추가 질문에 " 그건 저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것은 또 있다. 한수원이 삼덕회계법인에 맡긴 경제성 평가 용역의 목적을 왜곡한 대목이다. 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한수원이 삼덕회계법인과 경제성 평가 용역 계약을 체결,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타당성을 평가했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삼덕회계법인의 용역 보고서에는 "경제성 평가 목적이 한수원의 경영 의사  결정에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용도"라고 기재돼 있다. 감사원의 주장처럼 한수원이 용역 보고서를 통해 타당성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원전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데 제공한 기초자료에 불과했다.   
게다가 삼덕회계법인은 경제성을 평가하면서 이용률 가정치를 기존의 85%에서 60%로 낮춘 것이 아니었다. 삼덕회계법인은 최종안에서 낙관적, 중립적, 비관적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 각각의 이용률을 80%와 60%, 40%로 적용해 각각의 경제성을 산출해 한수원에 전달했다. 
바로 이 같은 사실 때문에 감사원은 삼덕회계법인이 최종안에서 적용한 60%의 이용률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지 못한 것이다.

삼덕회계법인 용역보고서, 월성 1호기 손실 보전 문제 거론

뉴스타파는 또 삼덕회계법인의 용역 보고서에서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 문제다.
그동안 감사원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한수원에 손실 보전을 해 줄 의향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마치 손실 보전을 약속받은 것처럼 한수원 이사들을 적극 기망해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의결을 이끌어냈고, 결국 한수원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덕회계법인의 용역 보고서에는 감사원의 주장에 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용역 보고서의 기타 검토사항에는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대신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다"며 비용 회수 방법 등을 제안한 내용이 들어 있다.
김영희 변호사는 "감사원의 주장대로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기 위해 삼덕회계법인 측에 외압을 행사했다면 비용 보전 문제 역시 삭제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라며 "용역 보고서에 비용 문제가 거론된 것은 외압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유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 2020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고발 사건을 대리했다.   

감사원의 월성 원전 감사, 사전 시나리오에 꿰맞춘 거짓 감사 드러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즉시 가동중단에 따른 비용 보전 계획도 없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유병호 현 감사원 사무총장의 작품이다. 
이 문건에서 유병호 당시 국장은 월성 원전 재감사를 '사냥'과 '전투'에 비유하면서 '스토리라인과 큰 그림' 즉, 사전 시나리오를 부하 직원들에게 공유하도록 지시했다. 월성 원전 재감사가 본격화될 무렵인 2020년 5월 22일 작성된 문건에는 사전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 유병호 사무총장이 2020년 5월 22일 직접 작성한 문건에는 백운규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업무상 배임으로 옭아매는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 사전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이는 유병호 사무총장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월성 원전 재감사를 지휘한 결정적 증거다. 게다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감사원의 발표 역시 사전 시나리오에 억지로 꿰맞춘 거짓임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 감사원의 직권남용을 금지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대표 발의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한 기관장들을 내쫓기 위해 정권의 입맛에 맞춰 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감사 활동의 범위를 명확하게 해 직권남용을 제한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유병호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감사 권한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 관련 기사 
- 짜 맞추기 원전 감사, 스토리 라인과 큰 그림 있었다 (https://newstapa.org/article/hBbn5)
- 유병호의 사냥법, '맹호처럼 정 안되면 들개처럼' (https://newstapa.org/article/a3lm6)

제작진
촬영김기철, 정형민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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