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이태원에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고요. 저희는 노르웨이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실종 신고를 넣고 계속 기다렸어요.수산나 로아크밤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의 어머니
우리는 딸이 죽었는데 몇 시간 동안 알지도 못했어요. 뒤늦게 알고 큰 충격에 빠졌죠. 한국에 가려면 그런 상태에서 15~16시간 비행기를 타야 했어요. 그런데 스티네는 이미 떠난 뒤였고, 한국에 간다고 해서 스티네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죠. 여기서 스티네를 잘 받아주자고 생각했어요.에릭 에벤센 씨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의 아버지
인터넷에서 '이태원', '스티네'를 검색했고, 이태원에 대한 모든 걸 검색했어요. 하지만 다 한국어로 된 것뿐이어서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영어로 된 뉴스를 통해 알아보는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많이 없더라고요.수산나 로아크밤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의 어머니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떤 얘기도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우리는 (참사 이후)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수산나 로아크밤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의 어머니
저희는 계속 혼자였던 것 같아요. 물론 자녀를 잃은 다른 부모들의 모임에도 나갔어요. 하지만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한 건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노르웨이에서 자녀를 잃었죠. 너무나 먼 타국에서 자녀를 잃는 건 많이 다릅니다. 계속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에릭 에벤센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의 아버지
(한국 정부에서 외국인 유가족들이) 본국에서 치료를 받을 방법이 있는지 한번 알아봐 줄 수 있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심리 지원도 전혀 안 되고 있는 게 확실하다. (외국인 유가족이 있는 곳이) 선진국이라고 해도... 저희가 프랑스 유가족을 면담했을 때 '어떻게 심리 지원 받고 계시냐'라고 여쭤봤더니 프랑스 본국 내에서도 재난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심리 지원이 별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그걸 인지해서 원래 성폭력 상담하는 단체에서 (심리상담) 지원을 받고 계신다고 한다. 그러니까 더 열악한 국가에 있는 유가족들은 그냥 무방비 상태에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조인영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태원 참사 대응 TF
우리는 한국 정부가 무엇을 안 했는지조차도 모르겠어요. (외교부 담당 공무원이 있다는데) 기억이 나는 일이 없습니다.수산나 로아크밤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 어머니
우리는 정보가 없는 완전히 깜깜한 방에 있습니다. 한국 대사관이랑 외교부에서는 우리한테 아무도 이태원 참사 문제로 연락이 없어요. 한국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 대우할 것이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습니다.마나즈 파라칸트 / 이태원 참사 이란인 희생자 고 알리 파라칸트 씨 고모
외교부나 대사관에선 우리한테 먼저 물어보지 않아요. 저희가 하도 답답하니까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해보고 해도 별 답이 없습니다. 빈(오스트리아 수도)에 있는 유가족도 저희뿐인데 말이죠.김나리 씨 / 이태원 참사 오스트리아인 희생자 고 김인홍 씨 누나
○ 뉴스타파 기자 : 외국인 유가족들이 원하시는 거는 어쨌든 한국 상황을 모르시잖아요.
● 행정안전부 관계자 : 그 부분은 제가 답변을 어떻게 드릴 수가 없는 부분이... 저희는 지원이 결정된 부분으로만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참사 진상규명 이런 부분은 전혀 아는 게 없어요. 한 번 더 여쭤볼게요. 외국인 피해자분들이 어떤 부분이 지원이 안 된다고 하는 건지.
○ 뉴스타파 기자 : 최소한 지금 국회 국정조사가 끝났다. 무슨 (국정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보고서 내용을 외국인 유가족들이 이해할 수 있게 요약이라도 해 주든지 그런 거. 그거를 외신들이 보도할 리는 없잖아요.
● 행정안전부 관계자 : 맞습니다, 예.
○ 뉴스타파 기자 : 뉴스레터 형식으로라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자기들이 좀 이게(이태원 참사 후속조치)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게.
● 행정안전부 관계자 : 그 부분은 저희 소관 밖인데요.
○ 뉴스타파 기자 : 그럼 그건 어디서 결정하는 건가요? 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줘야 되는 건가요?
● 행정안전부 관계자 : 그 부분은 제가 답변을 드릴 수가 없어요.뉴스타파 - 행정안전부 '이태원 참사 지원단' 관계자 통화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분들이 직접 알아봐서 연락하지 않으면 (어떤 걸 요청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체계로 만들어 놓고서는 '우리는 (지원)하려고 했는데 (외국인) 유가족들이 연락이 안 와서 안 하고 있다.' 정부가 그런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거다. 위에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는데 굳이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르웨이인 유가족이) 저와 미팅하면서 많이 물으셨던 게 '원래 한국 정부가 이렇게 하냐,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이렇게 대우하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원래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해서 이렇게 대우하냐'였다조인영 변호사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태원 참사 대응 TF
답을 찾아주세요, 진실을 찾아주세요. 스티네한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스티네가 그 골목에 들어선 뒤 사망하고, 또 구급대원들이 시신을 옮겼을 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요. 스티네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나요? 구조하려고는 했나요? 도와주는 사람들은 있었나요? CPR은 했나요? 정말 모든 노력을 다한 게 맞나요?수산나 로아크밤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 어머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게 악몽이었으면 싶어. 하지만 항상 꿈이 아니더구나. 항상 널 그리워 해. 이제 막 스무살이었고, 너에겐 참 꿈이 많았는데... 너는 항상 이 모습이겠구나. 스무살 모습 그대로, 늘 언제까지나. 항상 거기에 너는 멈춰 있겠구나. 20년 동안 함께 해줘서 고맙구나.에릭 에벤센 / 이태원 참사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 씨 아버지
취재 | 홍주환 이명주 |
촬영 | 김기철 이상찬 오준식 신영철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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