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뉴스타파 회원의 밤 '선언과 약속'
2023년 12월 28일 20시 00분
* 편집자주 |
이화여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송지민 씨(가명)는 고등학교 때까지 충청남도 천안시에 살았다. 2016년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통학은 불가능했다. 천안에서 이화여대를 통학하려면 왕복 4시간이 넘는다. 다행히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기숙사에 당첨됐다. 2학년까지는 학교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거주했던 기숙사는 월 68만 원이었다. 2학년 때는 다른 기숙사(이화여대 내에서도 여러 종류의 기숙사가 있다.)에 당첨이 돼서 월 47만 원을 냈다.
3학년에 올라갈 때는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인근에 원룸을 구했다.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는 45만 원이었다. 기숙사보다 저렴했다.
송지민 씨는 이렇게 기숙사에서 2년, 원룸에서 2년(휴학 기간 포함) 넘게 살았다. 기숙사와 원룸 자취의 차이점은 뭘까. 가격은 달랐지만 시설 면에서 차이점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제가 살았던 기숙사가 인근 자취방보다 비싼 것은 저도 의문이에요. 원룸도 냉장고, 옷장, 책상, 화장실, 인터넷 등 풀옵션을 갖추고 있었어요. 기숙사에 특별히 추가적인 시설은 없었습니다.” 송지민 씨의 말이다.
일단 어느 대학 기숙사가 가장 비쌀까 궁금했다. 아래 인터랙티브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는 2019년 대학 알리미 공시 자료를 기준으로 했다. 대상은 서울시내 4년제 대학 40곳이다. 1인실을 기준으로 하면 이화여대 제2국제기숙사가 68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2인실은 연세대학교 SK국제학사가 44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월 기숙사비 순위 (새 창으로 보기)
각 대학별 기숙사비는 아래 지도에서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월 기숙사비 (새 창으로 보기)
해묵은 질문. 기숙사와 원룸, 어디가 더 비쌀까. ‘알고리즘 취재팀’이 직접 확인해봤다. 서울 4년제 사립대 18개를 대상으로 했다. 국립대는 기숙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룸과 비교해야 했기 때문에 기숙사비는 1인실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기숙사비는 대학 알리미 공시자료에서 2019년 자료를 취합했다. 일부 학교는 기숙사의 종류가 다양해 비교 대상 기숙사는 학교 수보다 많은 47개다. 각 대학의 인근 원룸은 부동산 어플 ‘다방’을 통해 계산했다. 다방은 2020년 3월 13일 기준이며, 전용면적 33㎡ 이하인 원룸의 평균 가격이다.
18개 대학 47개 기숙사 1인실 평균 가격은 월 39만 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해당 대학 인근 원룸 가격 평균가는 월 46만 원이었다. (보증금은 최대 천만 원이지만 계산에서는 제외했다) 적어도 평균가는 원룸이 기숙사보다 비싸다는 말이다.
하지만 대학별로 비교하면 기숙사가 원룸보다 비싼 대학도 많았다. 18개 대학 중 7개 대학은 기숙사가 원룸보다 비쌌고, 2곳은 가격이 같았다. 딱 절반인 9개 대학이 기숙사비가 원룸 월세와 같거나 높았다는 말이다.
기숙사비가 원룸보다 가장 비싼 대학은 어디일까. 숭실대, 건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경희대, 홍익대, 고려대 등 7개 대학이다. 숭실대학교 레지던스 홀은 월 55만 4천 원으로 인근 원룸은 36만 원보다 19만 4천 원 비쌌다. 성준형 숭실대학교 기숙사 자치위원회 위원장은 “학생들이 기숙사에 대한 (가격 산정 기준 등) 정보를 얻지 못한 채 비싼 기숙사 비용을 내고 거주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비슷한 가격이면 차라리 원룸에 사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견이 많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근 원룸으로 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래 표는 기숙사비가 인근 원룸 월세보다 비싼 대학들의 명단이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학교 순으로 정리했다.
원룸보다 비싼 대학교 기숙사 (서울 사립대 18개 중)
순위 | 학교명 | 기숙사명 | 기숙사비(원) | 기숙사비-인근 월세(원) |
1 | 숭실대 | 레지던스홀 | 554,000 | 184,000 |
2 | 숭실대 | 에벤에셀하우스 | 536,000 | 166,000 |
3 | 건국대 | 글로벌홀 | 619,000 | 149,000 |
4 | 건국대 | 민자1 | 619,000 | 149,000 |
5 | 건국대 | 민자2 | 619,000 | 149,000 |
6 | 성균관대 | 신관1 | 635,000 | 145,000 |
7 | 이화여대 | I-House C | 649,000 | 119,000 |
8 | 경희대 | 세진원 | 571,000 | 111,000 |
9 | 성균관대 | K-하우스 | 594,000 | 105,000 |
10 | 성균관대 | G-하우스 | 594,000 | 105,000 |
11 | 성균관대 | E-하우스 | 594,000 | 105,000 |
12 | 숭실대 | 에벤에셀하우스 별관 | 468,000 | 90,000 |
13 | 홍익대 | 제3 기숙사 | 605,000 | 75,000 |
14 | 고려대 | CJ International House | 480,000 | 10,000 |
스펙 비교: 기숙사가 원룸보다 비싼 이유?
<숭실대학교의 경우>
인근 지역 원룸보다 가장 비싼 기숙사 숭실대 레지던스 홀은 월 55만 4천 원이다. 기본 옵션으로 인터넷, 전용 화장실, 공동 세탁실, 침대, 책상, 옷장, 냉장고, 공용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다. 편의시설로 체력단련실, 다목적실, 자율학습실, 식당, 편의점 등이 마련돼 있다. 아래는 숭실대 기숙사 사진이다.
숭실대학교 인근 원룸은 ‘다방’ 기준 3월 13일 현재 평균 월 37만 원이다. 원룸들 가운데 평균가에 해당하는 방을 비교해봤다. 월세는 37만 원에 관리비(인터넷, 유선 TV, 청소비, 수도세, 기타 포함) 5만 원을 합해 42만 원이다. 숭실대입구역과 가까운 초역세권으로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큰길가에 있어서 주변(60m 이내)에 관공서, 편의점, 카페, 은행 등이 있다. 내부에는 기숙사에 있는 물품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여기에 더해 개별 세탁기, TV, 인덕션 등 개별 취사 시설이 포함돼 있었다. 아래는 해당 원룸 사진이다.
결론적으로 숭실대 레지던스 홀은 인근 원룸과 비교했을 때 월 18만 원 이상 차이가 났지만 적어도 시설 면에서는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다. 오히려 원룸에 TV와 인덕션 등 추가적인 옵션이 있었다.
<건국대학교의 경우>
건국대학교 민자 기숙사는 1인실 기준 월 61만 9천 원으로 인근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인 47만 원보다 14만 9천 원 비쌌다. 옵션은 숭실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국대학교 인근 원룸은 월세 47만 원(보증금 천만 원)이었다. 정확하게 월세 47만 원인 방을 비교해봤다. 월세는 47만 원이지만 관리비(수도세, 기타 포함) 10만 원을 합해 57만 원이다. 건국대학교에서 걸어서 1분으로 가까웠다. 기숙사와 비교했을 때 침대가 없었다.
취재 : 김도연, 권혜인, 성수민, 정수연
☞ 두 번째 기사 <②아무도 모른다: 기숙사비는 누가 결정하나?>로 이어집니다.
취재 | 김도연, 권혜인, 성수민, 정수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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