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경찰기동대... 이태원은 '0명', 대구 동성로는 '20명' 사전 배치

2022년 11월 11일 13시 31분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경찰기동대를 단 한 명도 사전 배치하지 않은 점이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태원 절반 수준의 인파가 몰렸던 대구 동성로에는 경찰기동대 20명이 사전 배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어제(11월 10일), 이태원에 경찰기동대를 미배치한 이유로 “경찰 지휘부의 신경이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실 경호에 쏠려 있었다”는 일선 경찰관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 참사 그 날의 경찰, 이태원보다 대통령실이 중요했던 이유)

이태원 인파의 절반 대구 동성로... 10월 29일에 ‘경찰기동대 20명 사전 배치’

참사 발생 직후 뉴스타파는 올해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전국 각급 경찰관서에서 생산한 치안 대책 관련 문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목록을 기준으로 서울 용산경찰서를 비롯해 강남경찰서, 마포경찰서, 부산 해운대경찰서, 대구 중부경찰서 등이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경찰서들은 문건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 취재진에 통지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핼러윈 주말을 앞둔 지난 달 27일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작성한 ‘핼러윈데이 대비 범죄예방활동 계획’ 문건도 포함돼 있다.
▲ 대구 중부경찰서의 ‘핼러윈데이 대비 범죄예방활동 계획’ 문건 원문
공개한 문건을 보면, 대구 중부서는 2022년 10월 28일 금요일부터 30일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 경찰기동대 1개 제대를 대구 시내 번화가인 동성로 일대에 배치할 계획을 세워 대구경찰청에 경력 지원을 요청했다. 이를 승인한 대구경찰청은 범죄예방활동 계획대로 20명가량의 기동대원을 동성로에 투입했다. 29일 당일 대구 동성로에도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핼러윈데이를 맞아 많은 인파가 몰렸다. 
대구 중부서 관계자는 “경찰기동대의 배치 목적이 집단폭행 등 강력사건 예방이기는 하지만, 몰려든 인파로 인한 인명 사고 우려 등 비상 사태 발생 시 ‘혼잡경비’도 얼마든 수행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혼잡경비란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위험 발생의 방지 등)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처럼 매우 혼잡 상황에서 경찰관이 사람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임무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이틀 전 보도자료를 내 핼러윈 주말 동안 하루에 약 10만 명의 인원이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참사 당일인 지난 달 29일 지하철 이태원역을 이용한 승객 수는 130,131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동성로 주변 지하철역인 반월당역 이용 승객은 총 65,085명(승차 30,321명, 하차 34,764명)이었다. 
대구 동성로보다 두 배가 넘는 인파가 몰린 서울 이태원동에는 왜 경찰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경호 등 경찰기동대 수요가 따로 없었다면, 경찰 지휘부가 이태원에도 경찰기동대를 사전 배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에 대한 경호, 지키는 그런 경비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바로 나가요. 바로 나가요 잘못되면, 그것이 잘못되면 책임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한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용산경찰서 경찰관
예를 들어서 경비가 무너져 버렸다 하면 이것은 그 정도 뉴스에 살짝만 떠도 청장들이나 경찰청장이나 서울청장 같은 거 (직위가) 날라간다고 봐야 돼요.

서울지역 모 경찰서 경찰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의 ‘경력운용 계획’에 따르면, 서울 시내 경찰기동대 48개 부대는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 일대에서 벌어진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총동원됐다. 참사 현장에 경찰기동대가 처음으로 도착한 시각은 11시 40분쯤으로 사고가 발생한 지 85분이 지나서였다.
경찰기동대 미배치와 관련해 이태원 파출소와 용산경찰서는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배치 요청 자체가 없었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에 경찰기동대가 사전 배치되지 않은 원인을 수사 중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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