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단체 사진 그리고 통합진보당
2014년 02월 04일 20시 01분
국정원이 내란음모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후, 이 사건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그 와중에 국기문란 사건으로 거론돼 온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역시 급격하게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있다.
<뉴스타파>가 이른바 내란음모 녹취록 공개 파문 이후 여러 현장을 찾아 이에 대한 각 정당,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앵커 멘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는 또 한번 매카시즘의 광풍을 맞았습니다. 이 가운데 통합진보당은 ‘연대’를, 민주당은 ‘선 긋기’를, 서로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도 잦아든 모습입니다.
오대양 기자가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 공개 이후 현장의 목소리들을 모아봤습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앞에 모인 보수단체 회원들의 목소리는 격앙 돼 있었습니다.
"국정원 강화, 간첩잡자, 안보 강화"
"북한 공개지령에 부화뇌동하는 반국가 종북내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규탄했습니다.
"이석기 즉각 제거하라"
"국가 반역 내란세력 박살내자"
종북 척결을 외치며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분단체제 하의 좌우 대립의 악몽을 되살리기 충분했습니다.
“지금 이석기 한 명만 갖고도 이 난리를 치는데 지금 종북 세력이 널려있어요. 아시겠어요? 지난번에 황장엽이가 하는 얘기에 들으면 3만에서 5만 명이 간첩이에요.”
"간첩잡자. 국정원 강화, 안보강화."
"종북내란 박살내자."
한여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으로 뜨겁게 달궈졌던 정국은 이제 갑작스런 내란 음모 사건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같은 시각, 침묵을 지키던 이 의원이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 일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예고돼 있다면 우리는 그에 걸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측의 군사 행동이 본격화되면 앉아서 구경만 할 것인가 물어본 것입니다. 60년 간의 정전체제를 바꿔내는데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동 적인 항구 평화를 만들어낼 기회로 바꿔내자 한 것입니다."
"지금 신문지 상에 나와있는 녹취록은 실제로 본 적이 없고 지금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언론에 무차별적으로 제가 지시했던 것처럼 인명살상 , 군사 지시 등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런 일이 없다는 겁니다."
다음 날인 지난 달 31일, 내곡동 국정원 앞은 전국에서 모인 통합진보당 당원 2000여 명으로 메워졌습니다.
[최영준 ‘다함께’ 운영위원]
"국정원이 발표한 내란 음모 사건이라는 것은 조직해체의 궁지에 몰린 국정원과 박근혜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고 조작극이며 이는 역대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사용해왔던 구태의 습관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국면전환용 사기극이라고 규정하고 여론재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국가정보원은 불법으로 허위 피의사실 공포하면서 여론재판 하는 것 중단하십시오. 동영상이 있으면 전부 편집 없이 공개하십시오. 왜곡 편집 된 실상을 당사자들이 나서서 낱낱이 다 밝힐 것입니다.."
한편 이날도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계속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내란음모 사건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다며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섰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언론이 말하는 대로 저 종북 세력의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마땅합니다."
이석기 의원 관련 녹취록 공개 이후 민주당의 선 긋기는 한층 더 분명해졌고, 통합진보당은 이에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김선동]
"국정원이 다시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 위기와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국정원이 만들고 조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건에서 민주당의 입장이 불철저하다."
저녁 7시. 하늘에선 때 아닌 장대비가 쏟아졌습니다. 비는 두 야당의 엇갈린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민주당이 빠져나간 자리, 서울역 광장에서는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시민 3000명이 촛불을 켰습니다.
"박근혜는 책임져라."
"해체하라. 와-"
[김성구 / 통합진보당 당원]
"저희 당원들은 전국적으로 다 논의를 했어요. 전쟁이 나면 우리가 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은 사람들이 죽을 거라고 얘기를 했고 특히 진보당 당원들, 특히 간부들이나 이런 사람들은 예전처럼 소개 대상자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 얘기들을 했죠. 그럼 어떻게 할거냐. 거기에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전쟁 반대를 해서 어쨌든 사람들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지 않겠냐 이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저는 거기 나오는 얘기들이 전반적으로 인정을 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민주사회의 상식 선을 벗어났다면 통합진보당이든 국정원이든 용납할 수 없다는 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유선근 / 서울 돈암동]
"녹취록에 나온 말들이 사실이라면 국가가 정한 법대로 조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요, 마찬가지로 국정원이 국가가 정한 법을 어겼다면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이 상식 선에서 생각하고 상식 선에서 행동하고 있다면 국정원이 됐든, 통합민주당이 됐든, 누가 됐든 국민의 상식 선을 벗어난 몰상식이나 비상식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것은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지난 6월 말 타오르기 시작한 시민들의 촛불. 뉴스타파의 보도 등을 통해 국정원 사건의 진상이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의 수도 늘어갔습니다.
그러나 관련 책임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국회 국정조사는 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전해철 민주당 국회의원]
"사이버 심리전단팀이 이런 일을 했다라고 얘기하시면 되는데 왜 선서를 못하고 하시냐는 말입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저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잘 몰랐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국정원 대선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사건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은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국정원 발 맞바람을 만났습니다.
녹취록 파문 직후 열린 서울역 광장 촛불집회. 이전 까지 만 명을 웃돌던 촛불 시민들의 수는 3000여명으로 줄어 있었습니다.
뉴스타파 오대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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