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목적에 맞지 않는 세금 유용과 부정 사용, 오남용이 확인된 검찰 특수활동비가 시민단체들이 수여하는 ‘밑빠진 독상’에 선정됐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오늘(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밑빠진 독상’에 선정해 수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검찰 특활비로 (검사실의) 공기청정기를 대여하고, (검찰 직원들의) 전출 기념 사진을 찍고, 농협 상품권을 사는 등 예산 오남용이 드러났다”면서 “과연 이 특수활동비가 필요한 예산인가, 앞으로도 충분히 예산이 낭비될 소지가 크다”며 ‘밑빠진 독상’ 선정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밑빠진 독상’ 기자회견은 3월 3일, 납세자의 날을 맞아 납세자의 권리 찾기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들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 등 5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은 지난해 6월부터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처음으로 받아내 예산 부정 사용과 오남용 사례를 폭로해 왔다. 

지난 2000년에 제정된 ‘밑빠진 독상’은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받은 정부 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게 주어지는 불명예상이다. 바로 직전 ‘밑빠진 독상’에는 강원도 양구군의 ‘공공조형물 설치사업’ 등이 선정됐다. 

이날 대검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깨진 밑바닥으로 5만 원짜리 현금이 줄줄 새고 있는 항아리가 등장해 검찰 특활비의 부정 사용과 오남용 실태를 풍자했다. 깨진 항아리에는 ‘깜깜이 검찰 특수활동비’라는 문구가 부착됐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부 전액 삭감하라”, “특활비 예산의 투명성 확보하라”고 주장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그동안 검찰이 특활비로 거액의 현금을 쓰고 싶은 대로 써왔다, 연말에도 펑펑 쓰고, 명절 앞두고도 쓰고, 그냥 격려금으로 나눠줬다”면서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활동에 쓴 것이 아니라 검찰이 그야말로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써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 대표는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쓴 정부 기관은 대한민국에서 검찰 밖에는 없다”면서 “수억의 현금을 금고에 넣어놓고 마음대로 쓰고, 국민에게 어떻게 쓰는지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밝혀진 오남용 사실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검찰이 숨기고 있는 여러 자료들이 공개될 수 있도록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특수활동비가 아니라 ‘특수회식비’ 아니냐, 이런 비아냥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밑빠진 독으로 전락한 특수활동비를 이대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된다, 찔끔찔끔 예산을 삭감하는 게 아니라 특수활동비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특활비 기록 무단 폐기와 관련해 김예찬 활동가는 “불법적으로 사용한 예산 내역을 지우기 위해 조직적이고 무단으로 (특활비) 자료를 폐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불법을 수사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조직적인 불법을 저지르고 있을 뿐 아니라,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