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25년 법무부 예산안에서 검찰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했다. 언론들이 정확하게 보도를 하지 않아서 국민들이 헷갈릴 수 있지만,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두 예산의 삭감 이유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위법과 부정 사용, 세금 오·남용이 삭감의 주된 이유이고, 특정업무경비는 검찰이 자료를 제때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것이 삭감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가지를 섞어 헷갈리게 얘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기밀수사에 안 썼기 때문에 전액 삭감한 것
우선,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차이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모두 수사와 관련된 예산 항목이지만, 차이점이 크다.
특수활동비는 일반 수사가 아니라, 기밀성이 특히 요구되는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만 사용할 수 있다.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다. 법원도 특수활동비는 ‘사건 수사 , 정보 수집 등을 위해 타 (예산) 비목으로는 원활한 업무 수행이 곤란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편성’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특수활동비는 집행 방식도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용도와 집행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게 해 놓고,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비교적 폭넓게 인정한 것이 특수활동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특정업무경비는 기밀성을 따지지 않고 수사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즉, 일반 수사에도 쓸 수 있는 예산이다. 특정업무경비의 일부는 정액으로 지급되고, 일부는 카드로 쓰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물론 특정업무경비도 그냥 회식비로 쓰면 안 된다.
그런데 일부 검찰청에서는 특정업무경비를 회식비로 쓴 것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의 검증에 의해 드러나기도 했다. (기사 보기 : 검찰 ‘음악 동호회 회식’도 특경비로 부정 사용 https://www.newstapa.org/article/XJK2O)
어쨌든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용도나 집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는 예산이다. 그리고 특정업무경비에서는 일부 오·남용 사례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수사 활동에 쓴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러니까 국회에 특정업무경비 집행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면, 삭감된 예산을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특정업무경비의 경우에는 ‘자료를 법제사법위원장 및 예산 관련 의원들에게 제출하면, 예산을 반영해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그럴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위법과 세금 오·남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수사에만 써야 하는데, 검찰은 지금까지 그렇게 쓰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 특수활동비는 전액 삭감이 유지되는 것이 옳다.
검찰 특수활동비 존치는 납세자에 대한 모욕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특수활동비는 용도와 집행 방식이 엄격하게 제한된 예산이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업무상 횡령이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횡령 사건으로 구속돼 실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기소했던 국정원장 특수활동비 횡령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법리에 따르면, 설사 특수활동비를 국정 운영에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애초의 용도와 사용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특수활동비를 그 용도와 사용목적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사용한 것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의 구성 요건인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고, 설사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4. 선고 2019노2678 판결) (관련 기사 보기 : 국정원장 3명 억울하게 만든 검찰 특수활동비)
그런데 이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용도에도 맞지 않고, 집행 방식도 법령과 지침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써 왔다.
대표적으로 명절 떡값, 민원실 격려금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정보수집 활동이 아닌 용도로 거액의 특수활동비가 사용된 사례들이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4차례의 명절을 앞두고 2억 5천여만원이 명절 떡값으로 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2023년 6월 전국 검찰청에 ‘민원실 격려금’ 명목으로 특수활동비를 뿌렸다. (검찰 예산 검증 기사 보기)
그 외에도 연말을 앞두고 남은 특수활동비를 몰아쓰는 행태, 퇴임(이임)을 앞두고 특수활동비를 몰아쓰는 행태, 자의적인 격려금·포상금으로 지급하는 행태, 부서별로 나눠먹기를 하는 행태 등 특수활동비의 용도에 맞지 않는 행태들이 숱하게 드러났다. 심우정 현 검찰총장도 서울동부지검장 시절에 명절 떡값이나 연말 몰아쓰기 등으로 특수활동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행 방식도 법령과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료가 남아있는 문무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그 이전 자료는 불법으로 폐기됐다)에 검찰 몫 특수활동비에서 거액의 현금저수지가 조성되어 자의적으로 집행된 것이 드러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에는 17개월 동안 약 70억 원의 현금저수지가 조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제도가 악용되었다.
대검찰청의 경우,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는 대검 운영지원과 직원이 '집행내용 확인서 생략'이라는 제도를 악용해서 거액의 현금 돈다발을 검찰총장 비서실에 건넸다. 그리고 검찰총장 비서실에서 이를 금고에 넣어두고 검찰총장 마음대로 써 온 것이다. (기사 보기 : 한 번에 정리하는 검찰 특활비와 총장님의 현금저수지 https://newstapa.org/article/hhWme)
'집행내용 확인서 생략'이라는 것은 집행 내용을 기록해 두는 것조차 어려운 극도의 비밀 수사에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르면, “수사 및 정보수집활동 등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 집행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대검찰청은 이를 검찰총장 비서실로 현금을 옮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다. 그 자체로 법령과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일일이 지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숱한 오·남용 사례들이 있다. 심지어 특수활동비를 공기청정기 렌탈비, 휴대폰 요금, 기념사진 촬영비용, 농협상품권 구입으로 쓴 사례까지 나왔다. (기사 보기 : 검사실 공기청정기 렌탈비로 특활비 지출 https://newstapa.org/article/CS2_p)
이런 사례들을 보면, 검찰 특수활동비는 총체적인 위법과 세금 오·남용의 전형이다. 따라서 이런 예산을 그대로 둔다는 것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납세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국민들은 이렇게 엉터리로 돈을 쓰라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
예산 전액삭감은 물론 수사가 필요
현재 검찰은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소소위(막판에 여·야가 밀실에서 협상하는 단위) 단계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회복시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도 국민의힘은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따라서 지금은 전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야당은 더 원칙대로 해야 한다. 오히려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만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끝낼 일인가라는 점이다.
만약 다른 기관에서 이런 위법과 세금 오·남용 사례들이 발견됐다면, 당장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관련자들이 구속됐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지금까지 아무런 수사도 받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뭘 잘못했냐’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죄질도 나쁘고, 반성의 기미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끝내 검찰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에 저항한다면,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통해서 그동안 저질러진 검찰의 예산 관련 불법 행위들을 공적으로 조사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야당들은 ‘검찰 특수활동비 관련 불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안’과 특별검사 법안을 발의해야 한다.